“한약재, 현실 반영해 제도의 탄력적 개선 필요”

의약품 한약재 등급 기준 마련 요구돼
한의의료기관 수요 확대와 소비문화 변화 있어야
한의생태계연구소, 기획 포럼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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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김대영 기자] 한약재 현황을 살펴봤을 때 제도에 현실을 맞추기 보다 현실을 반영한 제도의 탄력적 개선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의생태계연구소(소장 박경숙, 송용훈)는 지난 9일 삼경교육센터에서 ‘한약재 생산, 제조, 소비, 유통과정 현황’을 주제로 첫 번째 포럼 기획 시리즈를 개최, 한약재 시장의 현황을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한의생태계연구소 정훈종 책임연구원은 151개 제조업소 중 66곳의 시세표를 확보해 데이터베이스화 과정을 거쳐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시세표에 다른 한약재를 동일 약재명으로 표기하기도 하고 동일한 약재명의 다른 기원 한약재가 유통되는 경우가 발견됐다.
동일 약재명이라도 약재의 기원이 다를 경우 전혀 다른 약효를 나타내거나 독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더구나 절단된 상태에서 관능검사 진행 시 육안으로 기원 감별이 어렵기 때문에 정확한 기원 관리와 정보 제공이 요구된다.

또한 규격품 포장지에 국내산일 경우 지역명까지 표기해야 하지만 포장지에 지역명이 표기되지 않거나 실제 시세표에 원산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사례도 있었다.

포자 한약재의 경우 공정서에는 없으나 임상적 수요로 생산되는 품목이 있는데 유관단체의 입장이 달라 현실을 반영한 제도의 개선 요구에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제조업소는 추말 시 유통기한이 짧아지고 포제 방법이 다양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포제 한약재 품질관리방법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식약처는 포제 기준 규격 마련이 어렵고 포제품의 유통량에 한계가 있어 규격품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제품의 공정서 등록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강, 생지황, 총백 등 신선 한약재도 마찬가지다.
신선 한약재는 규격품 제조 과정을 거치는 동안 검사기간이 길 경우 신선도가 감소하고 약재보관 등 현실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공정서 삭제를 반대하는 의견이 있어 고민 중이란 입장이어서 현행 제도와 간극이 벌어진 채 제도 개선에는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또 우리나라 공정서에는 약재별 등급기준이 없어 약재의 적정 품질에 대한 적정 가격 형성 기준 마련이 어려운 상황인데 국내 제조업소 시세표에는 약재별 다양한 등급을 임의로 매겨 유통되고 있다.

현행 위해물질 검사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약성과 상관없이 다년근 한약재 유통이 감소하는 것도 문제다.
다년근 한약재 중 황기는 한의원으로 1~2년근이 주로 유통되고 3년근 이상은 산지시장, 도매업소, 소비시장에서 식품이나 농산물로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다년근 약재일수록 비의도적인 카드뮴 수치가 높아질 수 밖에 없지만 현행 기준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다년근 약재는 수입 통관 검사 중 카드뮴 부적합 판정 빈도가 높아 1~2년근 한약재만 유통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약재의 법적 지위에 맞게 의약품으로 관리‧유통돼야 함을 강조한 정훈종 책임연구원은 “한약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위해 올바른 기원의 한약재 선택과 제도에 맞추는 현실보다 현실을 반영한 제도의 탄력적 개선이 요구된다”며 “한약재 품질에 대한 가격의 적절성 판단을 위해 의약품 한약재 등급 기준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이어 ‘한약재 위품과 유통실태 및 유사한약재 감별을 위한 유전자 마커 개발’을 주제로 발표한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센터 문병철 센터장은 어떻게 기원을 확인하고 객관적으로 감별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유사품 및 위‧변조품이 유통되는 원인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생산, 가공 단계에서 발생하는 위변조 및 혼입 △형태적 유사성과 가공과정에서의 형태 변형에 따른 감별법 부재에서 발생하는 혼입 △전문 지식의 부재와 부주의에 기인한 혼입 △국가별 공정서 수재 기원식물의 차이에 따른 수출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입 △약재명이나 식품명의 동일성 및 유사성에 기인한 혼입을 꼽았다.

문 센터장은 “생물 유래 소재는 특정 부위만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건조, 절단, 분쇄 등을 거치며 종 고유의 특성이 상실돼 감별하기 어렵다 보니 여러 경로를 통해 유사 한약재가 유통되고 있다”며 “어느 하나만으로 감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형태중심의 관능감별과 유전자, 이화학 감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 최고야 선임연구원은 “한약의 가장 큰 문제는 수요가 적다는 것이다. 이로인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소비문화”라고 지적했다.
최 선임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은 첩약보다 가루약, 가루약 보다 알약이 비싸다. 반면 우리나라는 알약이 가장 싸고 그 다음이 가루약이며 첩약이 가장 비싸다고 생각한다. 정관장이 알약이 아닌 엑기스 제품을 계속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엑기스 제품을 만들어야 비싸게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선임연구원은 또 “한의사 문화도 개선돼야할 부분이 있다”며 “경제적 이유도 있겠지만 약값을 충분히 지불하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한약재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철 센터장도 “문화라는 개념도 있지만 약재에 대한 관심이 좀 적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며 “한약재 유통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한의사가 파워를 가지려면 한의원에 들어오는 한약재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시장이 개선해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의생태계연구소는 이날 포럼과 함께 위품 유통 가능성이 높은 한약재 및 유통단계별 한약재를 전시해 관심을 모았다.

한편 박경숙 소장은 포럼에 앞서 “2017년 한약재 제조업소 리스트 한 장에서부터 시작해 수차례의 회의와 현장방문조사, 전화문의, 연구자 인터뷰 등 발로 직접 뛰며 현장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만들어 분석했다. 추후 연구과제를 남겨둔 미완의 상태지만 첩약 건강보험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한약재 시장의 문제를 한의계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자 했다”며 포럼의 취지를 밝혔다.

포럼에 참석한 대한한의사협회 최문석 부회장은 “한약재 유통부분까지 한의사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그러나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하게 되면 이 문제가 중요해 질 것이기 때문에 협회도 제조업소에 대한 전체적인 실태조사를 준비 중”이라며 “한의생태계연구소에서도 혜안을 제시해 주면 협회가 반영해 첩약 건강보험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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