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서포터즈 최효원(대전대학교 본과 3학년)
[한의신문] 척추신경추나학회 제1기 서포터즈 자격으로 ‘한의학이여, 여성의 부름에 답하라’를 주제로 한 유관학회 연합 세미나에 현장 지원을 다녀왔다. 이번 세미나는 한의학이 여성의 생애주기와 스포츠 활동부터 피부 미용까지 전인적 의학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학술적·임상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고찰한 자리였다.
평소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배우는 한방 부인과학이 주로 처방 중심의 내과적 접근에 편중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여성의 건강 문제를 구조적, 역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에 목마름을 느껴왔던 것 같다. 최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컨센서스 업데이트나 UEFA의 여성 축구 전략 2030 등 글로벌 스포츠 의학계의 움직임에서도 여성들의 독자적인 생물학적 리듬과 대사 체계를 고려해야 함을 명확히 선언하고 있다.
이렇듯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의 핵심이 ‘생물학적 변수로서의 성별(Sex as a Biological Variable)’을 이해하는 데 있다는 사실은, 이제 현대 의학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러한 거대한 의학적 지형 변화 속에서, “과연 우리 한의학은 여성의 생애주기와 고유한 신체적 요구에 어떻게 답을 제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말고사 하루 전임에도 기차에 몸을 실었다.
부인과 추나: 내장기 리듬을 읽는 정밀의료의 문법
척추나 관절 중심의 전통적인 구조 교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여성 신체의 근본적인 불편함을 마주하다보면, ‘여성의 신체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재정렬하고 기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동안 한의학계에서 추나요법은 관절과 뼈의 배열을 바로잡는 골격계 치료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이를 여성 부인과 질환에 적용한다는 것은 대다수에게 낯선 시각이었을 것이다.
척추신경추나학회의 기성훈 원장님께서 “부인과 추나요법”에 대해 강의를 진행하셨는데, 좋은 기회로 시연 대상자로서 원장님께 내장기 추나요법을 받아보았다. 직접 시연을 받으며 느꼈던 가장 큰 의외성은 ‘힘의 배분’에 있었다. 기존 골격 추나가 시술자의 근력을 사용하여 물리적 변위를 만드는 방식이었다면, 이 술기는 장기의 리듬을 읽어내는 섬세한 촉진과 핸들링이 핵심이다. 술자의 근력에 의존하기보다 조직의 긴장도를 뚫고 복강 내 내장기의 미세한 운동성을 조율하는 과정이고, 이는 단순히 구조를 바꾸는 행위를 넘어 장-뇌 축(Gut-Brain Axis)을 자극해 자율신경계의 밸런스를 재편하고 여성 호르몬 체계의 항상성을 회복시키는 정밀 의료 행위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특성은 추나요법에 있어서 여성 한의사에게 임상적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성 한의사가 가진 촉진 능력과 동성으로서의 치료 환경은, 복부 및 골반 부위의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안전감을 극대화하여 임상적 신뢰도를 확보하는 데에도 강력한 요소가 된다. 내장기 추나는 단순 증상 치료보다 환자의 근본적 생리기능을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한방 부인과학이 더 높은 수준의 고부가가치 의료 모델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스포츠한의학: 생리 주기를 ‘바이탈 사인’으로
내장기 추나의 의의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여성의 스포츠인 관리' 강의를 통해 '여성 퍼포먼스 메디슨'이라는 틀 안에서 통합된다. 강의에서 다룬 '상대적 에너지 결핍(RED-S)' 모델은 현대 스포츠 의학이 지향하는 예방적 모델의 정수였다. 현대 의학은 현재 '생물학적 변수로서의 성별'을 데이터화하고, 에너지 가용성 모델을 통해 선수 개개인의 대사적 상태와 호르몬 반응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RED-S가 생식축 억제와 소주골 밀도 저하로 이어지는 '결과'를 찾아내는 데는 탁월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적 불균형을 즉각적으로 교정할 '구조적 중재 방안'을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내장기 추나가 스포츠 한의학의 전략적 발판이 된다고 생각한다. 구조적 정렬을 담당하는 내장기 추나가 복강 내 장기의 가동성을 확보하고 자율신경계 균형을 맞추는 것은, 단순히 통증을 제거하는 행위를 넘어 RED-S 상태에 있는 환자의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고 대사 효율을 높여 '대사적 기초'를 닦는 과정이다. 즉, 현대 의학이 수치로 확인한 생리적 붕괴의 징후들을 한의학이 구조적인 '기능적 연결고리'를 통해 회복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여성 스포츠 한의학의 연구 방향은 명확하다.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자를 넘어, 선수가 자신의 생리 주기를 단순한 건강 지표가 아닌 스포츠 퍼포먼스의 핵심인 '바이탈 사인'으로 모니터링하고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측정된 데이터 및 황체기에 발생하는 생리적 변곡점이 근력과 회복 탄력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이 시기를 위한 내장기 추나와 침 치료의 표준화된 매뉴얼을 구축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구조적 정렬과 대사적 관리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통합 프로토콜이야말로 한방부인과학을 '구조적 부인과'라는 현대적 임상 모델로 진화시킬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4개의 학회가 구축한 ‘여성 퍼포먼스 메디슨’
이번 연합 세미나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대한침구의학회,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임상약침학회가 ‘여성 건강’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적 로드맵’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학제적 의미가 크다.
사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그동안 한방 부인과학은 전통적으로 내과적 처방과 경험적 의학이 주를 이뤘다. 그에 반해 현대 스포츠 의학이나 기능 의학이 요구하는 구조적·역학적 표준화와 데이터 기반의 임상 근거 구축 측면에서는 다소 정체되어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정체기를 타개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피부미용이었다. 최근 한의학은 레이저 기기와 약침 등 현대적 기술을 임상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대중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미용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한의학이 현대인의 니즈를 정확히 포착하고,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성공의 토대 위에서 다음 챕터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의 미용 시장이 여성 환자들의 실질적 수요를 포착했다면, 우리는 이제 그 수요를 ‘기능의 최적화’로 확장해야한다는 뜻이다.
이번 세미나는 바로 그 확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을 가진다. 구조적 정렬(추나), 대사적 최적화(스포츠 한의학), 조직 재생(약침·침구)이라는 네 가지 축이 결합했을 때, 단순한 증상 치료나 미용적 개선을 넘어 환자가 자신의 신체 퍼포먼스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도록 돕는 ‘여성 퍼포먼스 메디슨(Women's Performance Medicine)’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임상적으로 볼 때,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 반응과 생리 주기를 모니터링하며 퍼포먼스를 조절하게 만드는 것은 치료의 지속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시술이나 처방에 의존하는 시장에서 벗어나, 환자가 자신의 신체 퍼포먼스에 대한 ‘통제권(Empowerment)’을 갖게 함으로써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 강력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즉, 퍼포먼스 메디슨은 한의 임상 현장에 ‘단기적 만족’을 넘어선 ‘장기적 로열티’를 구축하는 핵심 전략이자, 한의학이 현대 의학의 데이터 중심적 접근을 우리만의 구조·기능 통합 모델로 치유해내는 가장 확실한 차별화 지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