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경희대학교 교수
<편집자주>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준혁)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질환에 대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발간하고 있으며, 각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전자파일 및 홍보용 리플릿, 인포그래픽 이미지 파일 등을 국가한의임상정보포털사이트(www.nikom.or.kr/nckm)를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각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했던 연구원들의 기고문을 소개하고자 하며, 이번 주 소개작은 ‘대상포진·대상포진후신경통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에 참여한 이승훈 경희대학교 교수의 기고이다.
한국한의약진흥원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단의 지원으로 개발된 ‘대상포진·대상포진후신경통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발간됐다. 본 지침은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 진료 과정에서 한의사가 마주하는 다양한 임상 의사결정에 대해 근거기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진료 가이드라인이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매뉴얼을 준용했으며, 국내외 문헌 고찰, 임상 현황 조사, 전문가 검토, GRADE 방법론을 통한 근거수준 및 권고등급 평가, 유관 학회 검토와 인증 절차를 거쳐 최종발간됐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피부 분절을 따라 나타나는 일측성 수포성 발진과 심한 신경병성 통증을 특징으로 한다. 2023년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연간 약 75만 명에 이르며, 이 중 10~18%는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상포진후신경통은 발진이 호전된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으로, 수면장애, 우울, 불안, 피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어 조기 평가와 체계적 관리가 중요하다.
기존 대상포진 진료는 항바이러스제, 진통제, 스테로이드제 등 의과 치료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발진 후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제 투여는 급성 대상포진의 표준적 치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급성기 통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피부 병변이 호전된 뒤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급성기 증상 완화, 대상포진후신경통 이환율 감소, 만성 통증 관리, 수면 및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한 한의 치료의 표준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본 연구진은 2024년 5월 전국 한의사 1122명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후신경통 한의 진료 현황을 조사했다. 응답자 중 934명, 즉 83.3%가 최근 1년 이내 대상포진 또는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환자의 내원시기는 급성 대상포진 단계와 대상포진후신경통 단계로 비교적 고르게 분포했다.
또한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후신경통 환자 진료 경험이 있는 한의사 중 725명, 77.6%는 환자가 이미 항바이러스제, 진통제, 스테로이드제 등 의과 치료를 받은 뒤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대상포진 진료에서 한의 단독치료뿐 아니라 통상적 의과 치료와 병행하는 한양방 복합치료 전략이 실제 임상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지침은 대상포진과 대상포진후신경통을 구분하여 총 32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대상포진 영역에서는 침, 전침, 화침, 뜸, 자락관법, 한약 등 한의 단독치료와 침·뜸, 침·한약 등 한의 복합치료, 그리고 통상적 의과 치료와 병행하는 한양방 복합치료에 대한 권고를 포함했다.
대상포진후신경통 영역에서도 침, 전침, 화침, 뜸, 자락관법, 한약 및 이들의 복합치료와 의과 치료 병행 요법에 대한 권고를 제시했다. 특히 대상포진의 경우 통상적 의과 치료와 병행한 침 치료, 전침 치료, 한약 치료 등이 주요 치료 선택지로 제시됐으며, 대상포진후신경통에서는 만성 신경병성 통증완화와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한 다양한 한의 치료 전략을 정리했다.

진료 알고리즘 역시 실제 임상 활용성을 고려해서 구성했다. 대상포진 의심 환자가 내원하면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을 통해 전형적 임상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단순포진, 접촉피부염, 늑간신경통, 삼차신경통, 협심증, 담낭염, 신석증, 척수압박 등 감별이 필요한 질환을 고려하도록 했다.
또한 뇌염, 척수염, 중추신경계 혈관염, 눈대상포진 등 고위험 합병증이 의심되거나 비전형 발진이 관찰되는 경우에는 추가 평가를 위해 의과 협진 또는 전원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통증 평가는 VAS, NRS 등을 활용하고, 수면, 불안·우울, 피로, 삶의 질 등 동반 증상 평가도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
본 지침의 의의는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후신경통에 대한 한의 치료를 단순한 경험적 치료가 아니라, 문헌 근거와 임상 현황, 전문가 합의를 바탕으로 표준화했다는 데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의 발병 시점, 피부 병변 상태, 통증 강도, 의과 치료 여부, 고위험 합병증 가능성, 만성 통증으로의 이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지침을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의사는 대상포진 급성기부터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이어지는 만성 통증 단계까지 보다 일관된 진료 경로를 적용할 수 있으며, 환자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고려한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후신경통은 고령화와 함께 임상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질환으로, 특히 통증과 삶의 질 저하가 큰 문제로 남는 만큼, 이번 지침이 한의 임상 현장에서 근거 기반 진료를 확산시키고, 의과치료와의 합리적 병행을 통해 환자 중심의 통합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