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초학 이론 정리,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필연적인 책무”

C2196-38[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본지에 ‘한약재 감별정보’ 기고를 통해 일선 회원들에게 한약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온 주영승 우석대 한의과대학 교수로부터 그동안 연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 및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본다.


7년여간 ‘한약재 감별정보’ 연재 통해 한약재 감별 중요성 전파 ‘뿌듯’
향후 한약재 감별 key point 정리·제시하는 검색집 준비 등 연구에 매진

Q. 7년여 동안의 연재를 마친 소감은?
“한의계의 당면한 사안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 한약재에 관련된 부분은 무엇보다도 ‘효과가 뚜렷한 정품한약재’에 대한 것이다. 즉 끊임없이 제기되는 진품과 위품의 논란, 등급에 대한 논란 등과 관련된 사안이다. 한의계의 일원으로 제 전문 분야인 본초학이 담당해야할 몫인 이 부분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는 점을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연재를 시작한 계기는?
“이전에도 여러 교수들이 한약재의 정확한 기준 등의 필요성 때문에 한의신문을 비롯한 한의 관련 매체를 통해서 기고를 진행해 왔지만 잠깐 동안 언급되다가 중단되곤 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동안 한약재의 여러 부문 중 한약재 진위감별 등에 연구를 집중해 오던 중 8년 전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 한약재 감별에 대한 집중서적인 ‘본초감별도감’ 편찬을 계획하게 됐고, 제1세부책임자로 연구에 참여하게 됐다. 이 연구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내 자신의 연구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계기가 됐고, 이러한 내용을 한의신문에 게재해 일선 한의사 회원들에게도 직접적인 도움이 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Q. 연재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기고를 진행하면서 많은 한의사들의 연락이 왔었고,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보다 이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제 어떤 한의사모임이나 개인 한의사들은 기고내용을 따로 다운로드받아 활용하는 모습까지 보였으며, 이를 계기로 각 지역에서 한약재를 공부하는 모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제 연구원이 평균적으로 1달에 2번 이상 교육에 참여해 일선 한의사들과 직접 대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전국을 대상으로 진행하다보니 거리상·시간상의 문제로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의 한의대 본초 담당 교수들에게 부탁을 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여의치 않아 안타까운 심정이다.”

Q. 기고시 한약재 선정의 기준은?
“현재 한의계의 임상에서 직접 부딪치고 있는 문제한약재가 1차 대상이었다. 대부분 한약재가 이미 한의계에서 모두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다만 이에 대한 정리가 완전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약재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 여러 곳에 ‘현재 유통시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한약재가 무엇인가’를 물어봤고, 이에 해당하는 한약재를 우선적으로 다뤘다.
이 과정에서 제가 연구했던 한약재의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선택됐지만, 그렇지 않은 종류는 연구와 관계없이 확인해 게재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공정서 수재 모든 한약재에 대한 내용을 정리할 수 있게 됐고, 7년 동안의 한의신문 게재를 통해 500여 품목의 한약재 중에 한약재 감별에 혼란을 가지고 있는 종류라고 이야기하는 100여 품목을 모두 망라해서 게재할 수 있었다.”

Q. 한약재 감별이 중요한 이유는?
“한약재의 사용주체이자 주인공은 한의사다. 특히 환자에게 투여되고, 심지어 연구 현장에서 사용되는 한약재가 정확한 기원의 상품한약재로서 효율이 확실하게 높다는 것을 임상한의사와 연구직의 한의사들은 느껴야 한다. 우리가 주체로서 사용하는 한약재가 언제까지 논란의 중심에 있어서야 되겠느냐?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해 집중한다면 바로 인식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한약 감별은 현실적으로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깨우친 한의사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Q. 한약재 산업화 전망 및 우려되는 부분은?
“안타까움을 넘어 힘들기까지 하는 내용 중 하나가 한약재를 활용한 산업 부분이다. 한약재에 대한 최고 지식을 보유하고 활용하고 있는 한의사 그룹을 제치고, 한약재를 활용해 높은 부가가치를 얻고 있는 관련업계가 우리 주변에 많은 반면 한의계는 진료현장에서 그동안 얻었던 부가가치마저도 일반인들의 한약재에 대한 불신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한약재를 활용한 산업화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이 분야에 대한 한의계가 주도적인 역할 참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과제일 것이다. 부가가치 높은 한약재 산업화의 전망은 매우 높으며, 각자의 충분한 역할이 조합될 때 최대의 효율을 나타낼 수 있다. 한약재를 활용한 산업화 추진시 1차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보다도 정확한 한약재 감별일 것이다. 즉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뒷부분이 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나의 전체 연구결과는 공유할 것이다.”

Q. 향후 계획은?
“한의사로서, 그리고 한의학자로서 부끄럼 없이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지내오면서, 한의계의 일원으로 최대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가도 고민하고 있다. 그러한 고민 끝에 기초학문 연구자로서 내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부분은 ‘본초학의 이론 정리’라는 결론을 갖게 됐다.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1600페이지에 달하는 이론서인 ‘운곡본초학’과 1004종의 한약재를 3984컷 사진으로 정리한 ‘운곡도감’을 포함해 제 호인 ‘운곡’(耘谷)의 첫 글자를 가진 관련 서적을 10여권 갖게 됐다. 현재는 한약의 자연상태와 약재상태의 감별 key point를 정리·제시하는 검색집을 2년여 남은 정년시기에 맞춰 준비하고 있으며, 정년 후에는 기존 발간서적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영문판·중문판으로 발행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아직까지 분류하지 못한 10만여장의 사진을 정리하면 세계약용식물과 덤으로 한국의 약용식물로 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후학 및 한의사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저는 한의계가 가장 각광을 받던 시기에 입학해 졸업 후에도 인정받기만 했던 황금시대를 살았던 운좋은 한의사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의계의 어려움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이러한 어려움들이 반복돼 순환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라면 이에 대한 해답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현실을 받아들인 후 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또 한의계의 황금시대에 나는 한의계의 일원으로 내가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는지에 대한 진지한 자기질문이 있어야 한다. 한의계에 대한 현실인식의 인정이 됐다면 해답도 분명히 있다. 바로 우리 스스로가 해답인 것이다. 꽃이 향기를 잃으면 벌과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우리 스스로 향기를 내야 한다. 즉 임상의는 임상의대로, 연구자는 연구자대로, 그리고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향기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970년대 이전 한의계의 존재조차 일반인이 구분하지 못했던 시기의 ‘한약 관련 인사’로 남게 될 것이다. 스스로의 현재 위치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행복할 것이고, 한의계의 일원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덤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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