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11월17일 후각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미각도 평소보다 풍미가 적어진 39세 여자환자가 내원했다.
9월 말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귤이나 레몬 같은 아주 신 냄새는 맡을 수 있지만, 그 외 음식을 먹거나 화장실에서 또는 메이크업을 하면서 느껴지던 기존 생활의 냄새가 거의 맡을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감염 초기부터 증상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코로나로 인한 후각장애는 2∼3주 정도면 자연히 좋아질 것이라는 주위의 말을 듣고 기다리다 호전이 없어 11월 초 로컬 이비인후과에 갔고, 당시 스테로이드 성분의 복용약과 스프레이 제품을 처방받아 약 2주간 사용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는 상태라고 했다. 냄새를 맡지 못하니 단 맛, 신 맛, 짠 맛 등 맛은 알겠지만 풍미는 떨어져 식욕이 저하되고 무엇보다 치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가장 크다고 했다.

후각장애는 부비동염이나 비용으로 냄새가 들어가는 통로가 막혀서 발생하는 ‘전도성 후각장애’, 상기도 감염처럼 바이러스 등에 의해 후각상피 세포의 직접적인 손상이나 후각 신경로의 변성에 의한 ‘감각신경성 후각장애’ 그리고 만성 비부비동염처럼 비강 흐름의 차단과 후각 신경 점막 염증이 장기화 되는 ‘복합적 원인에 의한 후각장애’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의한 경우에는 후각신경 상피 중 지지세포에만 손상을 일으켜 발병 초기부터 후각장애가 나타나지만, 대체적으로 2주 후에 회복이 되어 예후가 좋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재생을 주도하는 기저세포의 기능이 원활해야 하고 후각세포의 점막에 충분한 점액이 공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후각장애에서 약 5%는 장기적 후각장애가 지속된다는 보고가 있어, 이 환자의 경우 발생 50일 차로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됐다.
진찰을 통해 비강 내에 여전한 염증뿐 아니라 코로나19 발생 이후 회사일로 피곤한 상태가 지속되었고, 식사도 점심 외에는 잘 챙겨먹지 않아 진액이 부족해지는 상태를 보완하고 후각세포의 재생을 도와주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약으로는 생진양혈탕을 처방하고 침 치료, 비강 내 약침 점적, 한약재 증기 치료, 전기 뜸을 치료실에서 시행했다. 특히 침 치료로 백회, 상성, 영향 혈자리의 취혈은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비강 내 약침 점적은 비강을 통해 비인두·구인두를 적셔 점막의 재생과 건조함을 치료하는 효과와 더불어 비강 점막의 풍부한 혈관망을 통해 피하 투여보다 빠른 약효 발현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내원시 1cc의 소염약침액을 좌측 비강과 우측 비강 번갈아 나누어 점적했다.

후각재활훈련은 4가지의 강한 냄새(전형적으로 장미, 유칼립투스, 레몬, 정향)를 하루 2회 각 냄새를 10∼20초간 천천히 번갈아 맡는 것으로, 일정 기간 특정 냄새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후각 신경 및 중추신경계의 가소성을 자극함으로써 후각을 회복시키는 비침습적인 치료법이다. 특히 염증 치료만으로는 효과가 적은 감각신경성 후각장애에 적극 도입되는 방법으로, 코로나19에 의한 후각장애에서 기존보다 더 다양한 향과 장기간의 노출 훈련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가정에서는 후각재활훈련을 하도록 설명했더니, 환자는 이미 그동안 후각재활훈련을 하고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고 했다.
이에 방법을 조금 바꾸어 후각훈련 전 0.9% 생리식염수를 이용한 세척을 먼저 한 후 훈련에 이용되는 향은 그동안의 레몬, 귤, 유칼립투스로 일정하게 이용하던 것에서 로즈, 라벤다, 섬유 유연제, 참기름 등 다양한 향으로 바꾸고 커피나 핸드크림, 바디로션처럼 좋아하는 향을 더 추가해 하루 1회에서 2회로 늘리는 것으로 다시 설명했다. 즉 기존 방법에서 식염수 세척, 다양한 향,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효과를 더욱 높이도록 했다.

더불어 미각의 호전을 위해 나물음식이나 밥 종류처럼 밋밋한 맛을 먹을 때에도 가급적 코에 가까이 대고 깊이 들여마시는 방법으로 냄새자극을 충분히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월22일 2회차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는 한약 복용과 치료 그리고 가정에서의 훈련으로 11월20일 식당에서 라면냄새를 강하게 맡은 뒤로 식사시나 활동시에 냄새를 조금씩 맡기 시작했다. 22일 외래에서는 치료시 지난번에 전혀 맡지 못했던 한약재 증기의 한약향과 재검시 시행한 여러 아로마 향을 조금 구별하기도 하고, 강도가 높아진 상태로 좋아지는 중이였다. 맛에 대한 느낌도 기존에 밥을 먹을 때의 맛이 없다라고 느끼던 밋밋한 맛의 밥 냄새, 나물 냄새가 나면서 풍미가 훨씬 좋아지는 중이라고 했다.

후각장애 환자의 치료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호전반응이 있기 시작하면 단계적으로 좋아지는 편으로, 이 시기에 치료를 더욱 적극적으로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호전시에는 냄새가 금방 사라져 좋아지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어 이 또한 미리 알려주면 환자의 치료 의지를 올려줄 수 있다. 29일 전화통화를 통해 블루베리나 누룽지 같이 향이 약한 정도도 맡을 수는 있을 정도로 호전 중이라고 전해왔다.
코로나19에 의한 후각장애는 자연회복이 높긴 하지만 치료를 미루거나 잘 반응하지 않는 스테로이드 처방에 의존하다 장기화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후각신경 재생을 도와주고 점액의 분비를 늘리는 당귀작약산, 가미귀비탕, 청조구폐탕 등의 처방을 활용하고 침 치료, 후각재활훈련 등 반복적인 자극을 통해 후각 회복을 도와주는 한의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