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경 단원(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대학원)
[한의신문] 한의약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지난해 6월부터 ㈔약침학회 굿닥터스나눔단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 봉사를 신청했을 때만 해도 ‘내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접수실에서 지역주민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일은 단순한 안내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었다.
이름을 호명하고 눈을 맞추는 짧은 순간, 긴장했던 표정이 한순간 미소로 바뀌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굿닥터스나눔단에서 접수와 약제실 보조를 맡으며 “목소리가 또렷해 좋다”, “덕분에 마음 편히 치료받고 간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접수라는 업무가 행정적인 절차가 아니라,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마음의 문턱’을 낮추는 첫 관문임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
굿닥터스나눔단은 의료취약지역을 직접 찾아가 약침을 중심으로 한의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환자의 건강 상태에 맞춘 한방 과립제를 현장에서 처방해 전달하고, 생활습관 관리 지도와 건강 상담까지 이어가는 활동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정서적 안정을 돕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며, 단순한 ‘진료 제공’을 넘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살피는 통합적 돌봄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지역 한의원, 자원봉사센터가 협력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며, 한의 의료의 접근성을 넓히는 지역사회 중심의 나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간의 활동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모자가 있다. 지체 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방문한 어머니는 자신의 건강보다 “아들이 아프게 태어난 것이 다 내 탓 같다”며 오랜 죄책감에 시달리고 계셨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한의사 선생님은 어머니의 손을 조용히 잡고 “어머님, 아드님의 장애는 어머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라고 따뜻히 말하며 마음을 어루만졌다.
이후 조금은 가벼워진 표정으로 아들의 손을 꼭 잡고 돌아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에서, 진심 어린 경청과 위로가 때로는 약보다 깊은 치유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봉사 현장에서 가장 큰 배움을 준 이들도 바로 한의사 선생님들이었다. 약제실 보조를 하던 어느 날, 한 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봉사는 베푼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해요. 환자를 동등한 관계에서 봐야 합니다. 우리도 이 안에서 함께 배우고 얻어가는 존재니까요.”
이 말은 그동안 ‘베푸는 사람’이라는 마음 한구석의 오만을 돌아보게 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봉사를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 아닌, ‘함께 배우는 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 겸손한 태도야말로 굿닥터스나눔단을 지탱하는 가장 큰 철학이라 생각한다.

굿닥터스나눔단은 의료진뿐 아니라 모든 봉사자가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상호 협력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역할은 다르지만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한의약이 추구해온 유기적 치료 철학과 돌봄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맑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고, '오늘도 나눔의 현장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책임감은 언제나 나를 다시 현장으로 이끌었다.
굿닥터스나눔단은 나에게 한의약의 따뜻한 얼굴을 보여준 소중한 배움의 공간이었다.
이 모든 경험이 가능했던 것은 함께해주신 한의사 선생님들, 봉사자분들, 그리고 믿고 찾아와주신 지역 주민분들 덕분이다.
매 순간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신 나눔단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누군가의 삶에서 작은 문턱을 낮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