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2025년, 가속화된 글로벌 기후위기
2025년은 글로벌 기후위기의 가속화를 확인하는 해였다. 유럽은 기록적 폭염으로 40℃가 넘는 날씨가 장기간 이어졌고, 남유럽의 산불은 지중해 연안을 연기와 초미세먼지로 뒤덮었다. 미국 서부와 캐나다에서는 수개월 지속된 메가파이어가 대륙 단위의 대기질 악화를 초래했고, 남아시아에서는 50℃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열사병과 탈수 사망이 급증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폭염·홍수·감염병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재난이 보고되며, 극단 기후가 앞으로 ‘비정상적 예외’가 아니라 ‘일상적 위험’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이 경험한 복합 기후재난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올 여름은 열돔 현상이 겹치며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공식 기록됐다. 또한 올해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재승인 건수는 역대 최고였다. 폭염 이후에는 시간당 100mm를 넘는 국지성 집중호우와 돌발 홍수가 전국 곳곳에서 연달아 발생하였다.
3월에는 대강원과 경북에서는 고온·건조·강풍이 겹치며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역대 가장 많은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많은 한의사들이 산불 이재민 의료봉사를 시행했던 경북 산불은 무려 1조원 규모의 피해를 냈다. 지난 8월 강릉에서는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제한급수 사태까지 발생했다.
올겨울 이상 기온에 따른 폭설, 한파 등에 대한 위기도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4월11일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2025년 한국은 단일한 ‘폭염의 해’, ‘홍수의 해’가 아니라 복합 기후위기의 한 해를 경험했다. 게다가 앞으로 이런 극단적 기후현상이 “새로운 평균”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가 건강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
기후위기는 단일 재난이 아니라 질병 전체 구조를 변화시키는 건강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과 멕시코 데이터를 분석한 대규모 연구에서 월평균 기온이 1℃ 상승할 때 자살률이 각각 0.7%,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폭염 기간 정신과 내원이 평상시보다 약 10% 증가했다. 심혈관·뇌혈관 질환 역시 기온 변화에 민감하다.
13개국 384개 지역을 분석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전체 사망의 약 7.7%가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기온과 관련되었다. 호흡기 건강에 대한 연구에서 산불로 인한 초미세먼지(PM2.5) 증가 시 호흡기 입원이 1.3~10% 증가했으나, 비산불 PM2.5에서는 증가폭이 더 낮았다. 최근 리뷰에서는 인류가 경험한 375개 감염병 중 약 58%가 홍수·폭우·가뭄·폭염·해수면 상승 등 기후 관련 요인으로 악화된 사례가 있다고 보고했다.
폭우·온난화는 모기·진드기 서식을 넓혀 뎅기열·말라리아 등의 위험을 높인다. 또한 기압·습도 변화와 고온·다습 환경은 관절통·두통·피부염·진균감염 악화와도 연관된다. 이처럼 많은 연구결과들은 기후위기가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위기가 한의 임상에 미치는 영향
기후위기로 인한 극단적인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경험은 한의 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첫째, 기후위기와 관련되는 새로운 질환을 접하게 될 수 있다. 폭염 후 기력저하·열성 두통·불면, 산불 연기 후 기침·흉민·피로, 집중호우 후 소화기 장애·피부감염, 가뭄 후 피부질환의 악화, 한파 후 근골격계 질환 악화·신경통 증가와 같은 사례들을 접할 수 있다.
둘째, 기존 내원하던 환자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한의의료기관의 특성상 만성질환자의 방문이 많은데 기후위기는 만성질환자의 안정적인 관리를 방해할 수 있다. 경과를 평가할 때 기후위기의 영향 또한 고려해야한다.
셋째, 기후불안이나 자연재난과 관련되는 트라우마 반응같은 정신건강 문제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한의의료기관에 많은 노인이 방문한다. 노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충격에 더욱 취약한 대상이다.

기후위기 시대, 한의학의 역할과 과제
한의학은 과거부터 자연환경 변화가 미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병리, 진단, 치료에 직접적으로 반영해왔다. 그러므로 기후위기 시대에 한의학이 가진 이런 통합적 관점은 환자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위기는 질병의 미래를 바꾸고 있으며, 의료 또한 기후를 고려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시점에 와 있다.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임상의 변화에 대한 한의사들의 관심과 연구, 적극적 대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