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의공학, 컴퓨터공학과의 가교 역할 해나갈 것
이상훈 한의학연 책임연구원, ‘한의 임상에서의 현대의료기기 활용과 초음파’ 보수교육 강의 진행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노인의학, 현대 진단기기 등 질병 중심, 임상 중심의 한의사 보수교육을 강의하고 있는 연사를 소개한다. ‘한의 임상에서의 현대의료기기 활용과 초음파’를 주제로 보수교육 강의를 제공한 이상훈 한국한의학연구원 미래의학부 책임연구원은 현재 ‘AI 한의사 개발을 위한 임상 빅데이터 수집 및 서비스 플랫폼 구축’ 사업의 연구책임자를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의 임상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 및 한의 의료정보의 표준화로, 국제 표준화기구의 전통의학 위원회에서(ISO/TC249) 한방의료기기 분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Q. 강의 주제 선정 배경은?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의 경우 여러 제도적 한계 등으로 많은 현대과학기술을 활용하지 못 했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제공하는 한의사 보수교육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초음파를 한의사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공하고자 했다. 또 최근 한의학 연구원에서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초음파 장비를 활용해 실시간 영상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한의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싶은 목표도 있었다.
Q. 현대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판시의 변화 방향은?
가장 중요한 문구는 “의료법상 ‘면허 외 의료행위’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고자 하는 의료법의 목적에 따라 보건 의료상 위해의 우려가 없는 한 자격 있는 의료인에게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이런 취지는 이후 치과의사의 보톡스 사용에 대한 판시에서도 이어진다. “치아, 구강 그리고 턱과 관련되지 아니한 안면부에 대한 의료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치과 의료행위의 대상에서 배제할 수는 없고, 치과대학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악안면에 대한 진단 및 처치에 관하여 중점적으로 교육하고 있으므로 치과의사의 안면에 대한 보톡스 시술이 의사의 동일한 의료행위와 비교하여 사람의 생명·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관련 의료법 규정을 해석할 때 전체적인 의료 수준을 향상시켜 그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한 점이 그렇다.
단순히 이익집단간의 배타적 권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혜택의 대상인 국민에게 이익이 될 것인가, 위해가 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활용은 환자에게 어떤 이익을 주고, 발생 가능한 위해에 대비해 어떤 관리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Q. 현대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는?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만 그것이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되어서는 안 되며, 명백한 이득이 있음을 보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면서, 동시에 충분한 준비를 통한 내실과 접근 전략 등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Q. 연구원에서 추진 중인 사업은?
‘한의학’을 ‘인공지능’과 접목시키기 위한 디지털 전환 준비 작업이다. 이를 위해 한의사가 진단하는 생체지표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도록 숫자로 변환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성적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첫 성과는 ‘한의 건강인 표준 데이터셋’이 될 것이다. 현재 재작년과 지난해 2년간 수집한 5000명에 대한 약 60여종의 데이터가 있으며 데이터 오류 검정, 정제 과정 등을 거치고 있다. 2024년까지 이 사업의 1단계가 완성되고 나면 1만 명의 건강인에 대한 한의 생체지표에 대한 표준 데이터가 완성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한의사들이 진료할 때 ‘맥이 할머니처럼 약합니다’라는 식의 막연하고 주관적인 표현 대신, ‘50대 여성의 평균 맥력 대비 하위 10% 구간에 해당하는 약한 맥입니다’라고 하는 등 객관적이고 정확한 수치를 기반으로 표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Q.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최근 의학계에서도 데이터 표준화로 AI를 적극 결합하는 ‘영상의학’과, 상대적으로 데이터생산 과정에 아날로그 요소가 남아 있는 병리학 간의 발전 속도에 현저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의학과 현대의학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한의학을 최대한 디지털 세상에 적합한 새로운 시대의 한의학으로 바꿔 나가기 위해 한의학과 의공학, 컴퓨터공학과의 가교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는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한 쪽만 발전할 수 없다. 임상강의와 기초강의 또한 마찬가지로 임상현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를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도록 내가 사용하는 기술과, 기기의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적절한 수준의 임상 강의와 기초강의가 함께 어우러지는 강의가 앞으로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