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여개 창방 통해 국민 위한 한의학으로 거듭나길”

박해복 선사 고유 처방 모아 동의정리학처방집출간

타성 젖기보다 물음표 갖고 늘 한의학 정진했으면

김기현 동의정리학연구회 이사 인터뷰

동의정리학연구회 김기현 이사.
동의정리학연구회 김기현 이사.

태무진 박해복(1923~1999) 선사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사물과 현상의 정해진 이치를 깨달음으로써 대우주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우주인 인체의 질병 치료와 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동의정리학’을 창시했다.

그 과정에서 박해복 선사는 ‘창방(創方)’ 중심의 처방을 900여개 만들었고, 1995년에는 동의정리학연구회를 창립해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그의 유지를 이어받은 제자들은 그 뜻을 이어받아 동의정리학을 발전·계승시켜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박해복 선사가 창방한 900여개의 처방을 엮어 ‘동의정리학처방집’을 출간했다.

박해복 선사의 제자이자 동의정리학연구회 학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현 이사(토당한의원 원장)를 만나 동의정리학에 대해 들어봤다.

김기현 이사는 우선 동의정리학처방진 출간 의의에 대해 “그간 비방으로 공개가 안됐던 박해복 선사의 900여개 처방을 후학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책으로써 공개했다”고 말했다.

<동의보감> 등 고서에 나와 있는 한의학 각각의 이론을 정리하고, 이를 임상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

태무진 박해복 선사를 말하다

일찍이 박해복 선사는 한의계 내에서도 명의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못 고치는 난치병이 없다는 소문이 나 이태원동에 위치한 그의 한의원은 늘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러한 내공에는 집안의 도움도 있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한의사 가문이었다. 증조부는 궁중의 어의였고, 조부, 선친 모두 한의사였다. 박해복 선사의 아들 또한 대구한의대를 졸업한 한의사로 현재 한의사만 5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박해복 선사는 1984년부터 1999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었다. 국민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석류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의 사후에는 직·간접으로 전수받은 ‘치방(治方)’과 ‘치법(治法)’을 김영동 선생(동의정리학연구회 명예이사장)이 2012년 ‘동의정리학’으로 출간했다.

김기현 이사는 박해복 선사에 대해 “공리(公理)나 정의(定義)를 바탕으로 이미 진리의 일부로 증명된 일반적인 천문·지리·인사의 명제인 정리(定理)를 의학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깊게 연구하신 분”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깊고 다양한 진료, 절제와 수양, 자연과의 교감, 참선 등을 통한 각고의 노력과 사유의 결과인 인체관, 진단, 질병관, 법제 및 처방, 침법, 골도추나법 등의 정리는 선사님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여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의정리학 처방집.
동의정리학 처방집.

가르침 집대성한 동의정리학처방집

이번 처방집에서는 박해복 선사가 제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전수한 약 900여개의 창방 중심의 처방들을 ‘원문(原文)’, ‘방의(方意)’, ‘참고사항’ 등의 형태로 구성했다.

이 처방들을 허로, 내과, 부인과, 소아과, 정신과, 피부과, 오관과, 외과, 근골과, 잡과 등으로 각각 구분해 임상 적용에 편리하게 순서를 정했다. 하지만 출간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김기현 이사는 “선사님께 직접 호(號)를 받은 46명을 포함한 그 당시 약 600분의 제자들이 수강을 했지만 적은 수의 중심 제자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처방을 수집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선사님께서 선계(仙界), 입적(入寂)하신 이후여서 의문이 있는 책의 내용을 직접 여쭙지 못하는 부분 또한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보건정책기조가 급성질환 중심에서 예방의학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 만큼 김 이사는 동의정리학처방집 또한 일선 한의사와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현 이사는 “이 책 내용은 현재 우리의 식생활과 보건의료 환경을 기반으로 탄생한 데에 특장이 있다”면서 “근·현대 한의학 역사상 월등한 유효성과 안전성을 지닌 창방들이 이 책의 중심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제시된 새로운 처방들이지만 적어도 30년 이상의 현대 국민들의 질병 치료와 예방에 적용해 검증된 결과물”이라며 “향후에도 현대 국민들의 건강 유지에 지대한 기여를 하면서 수정 보완될 수 있는 처방집이다”고 강조했다.

학문에 늘 정진하고 환자에게 정성 다해야

동의정리학연구회는 매년 학술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1984년부터 강좌를 진행한 박해복 선사의 뜻을 이어받아 이들 또한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도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입문과정을 거쳐 오는 6월부터 11월까지 는 고급과정을 격주로 동의정리학 강의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김기현 이사는 1984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뒤, 경원대(현 가천대) 서울부속한방병원 교수/병원장을 비롯해 대한한의학회 부회장, 한의사국가시험 출제·채점 위원 등을 역임한 한의학계 산증인이기도 하다.

이제는 쉬어갈만도 한데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매번 학술강좌를 개최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한의사는 늘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고 답했다.

김기현 이사는 “그동안 공부한 것만 가지고 타성에 젖어 치료해선 안 된다. 환자를 보면서 늘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며 “그 물음표 속에서 환자에게 더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과 술을 잘 발전시켜 현대에 맞는 처방을 해야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한의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동의정리학처방집을 출간한 이유도 후배 한의사들이 환자에게 더욱 정성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는 것.

그는 “동의보감, 사상의학 처방 이후 한의사의 지극한 노력으로 창방된 900여 처방을 동의정리학연구회만 알고 있기에는 선사님의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간 공개, 비공개된 처방을 함께 나누고 임상에 적용하는 것 또한 동의정리학회가 복을 짓는 일이라 분명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이사는 동의정리학처방집을 보고 많은 한의사들이 한의학을 더욱 진보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기현 이사는 “동의정리학이 고서에 나와 있는 기존 이론들을 재해석해 창방으로써 응용·발전시킨 것처럼 후배 한의사들도 이 책의 내용들을 참고로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한의사가 상도(商道)하는 길이고, 의학적 도덕을 갖추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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