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은 도핑에 안전”

일부러 도핑대상물질 넣지 않는 이상 도핑 걱정할 필요 없을 만큼 안전
여러 연구 통해 한약의 경기능력 향상 효과 이미 입증
자신감 갖고 선수들에게 도핑에 안전한 한약 적극 활용해야
새로운 도핑 후보물질들에 대한 체계적인 한약재 연구 필요
오재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오재근교수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대한스포츠한의학회가 6월17일 ‘도핑방지 교육과 한약 안전성’을 주제로 대한한의사협회 보수 교육 평점이 인정되는 도핑교육을 실시, 일선 한의사들이 도핑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어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오재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로부터 한약과 도핑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스포츠 현장에서의 도핑 관리가 점차 엄격해 지면서 운동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효과적인 한의약이 도핑에 안전한 치료로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은 도핑에 안전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운동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아직 한약 복용에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약이 도핑에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 오재근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는 몇 가지 한약재에 대해서만 주의하고 일부러 한약에 도핑대상물질을 넣지 않는다면 도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약은 도핑에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선수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도핑교육을 통해 한의사들이 먼저 도핑을 잘 이해한 후 선수들에게 이를 잘 설명하고 자신있게 처방함으로써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처방해 조제된 한약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의원은 물론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최근까지의 한약재 도핑 관련 문헌 정리를 시작으로 의심 물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분석으로 근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오재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1. 도핑의 세계적 흐름은 어떻습니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도핑생화학분과에서 해 오던 제반 도핑업무가 2003년 코펜하겐에서 규약이 제정되면서 WADA(세계반도핑기구)로 이관된 이후 도핑 관리가 더욱 엄격해 지고 정교해졌습니다. 최근에는 선수들의 약물 사용이 빈번해지기도 했지만 수법이 교묘해 지고 있어 약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더욱이 예전처럼 아나볼릭스테로이드 처럼 쉽게 적발할 수 있는 약물 보다 전구체와 같이 대사과정에 작용하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또는 혈액을 뽑아 놓았다가 다시 수혈 받는 방법이 아니라 적혈구 숫자를 늘리는 EPO(erythropoietin) 같은 약물의 사용은 물론 유전자 도핑 등이 시도되고 있어 전통적인 소변분석에다 혈액분석까지 동원해 도핑검사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2. WADA나 KADA에서는 도핑과 한약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늘 한약의 성분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선수들이 도핑에 걸렸을 때 한약이나 한방 차를 복용했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선수들이 섭취하는 건강보조제에 한약 성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한약 가운데 도핑 대상 의심 성분이 들어있는 한약 리스트에 대한 발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WADA든 KADA든 한약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성분을 잘 모르니 무조건 조심하라’고 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알려주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서 KADA의 경우 이번에 정확한 자료 제시를 통해 홈페이지에 있는 한약관련 자료를 수정 보완하기도 했습니다.

3. 운동선수들과 지도자들은 한약 복용에 있어 혹시나 도핑에 걸리지나 않을지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선수들에게 한약을 처방하는 한의사가 도핑교육을 통해 도핑에 대해 잘 알고있는 상태에서 자신있게 처방하고 선수들에게 이를 잘 설명하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처방해 조제된 한약이 안전하다는 것을 한의원에서는 물론 한의사협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홍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근까지의 한약재 도핑 관련 문헌 정리를 시작으로 의심 물질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괜찮다는 근거가 제시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4. 한약이 선수들의 경기능력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됩니까?
인삼, 오가피, 오미자, 동충하초, 홍경천, 죽력, 인진, 감태를 비롯한 단일 약물은 물론 사물탕, 사군자탕, 생맥산, 보중익기탕, 육미지황탕, 십전대보탕 등의 처방약물에 대한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돼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선수들의 운동수행 시 최대산소섭취량, 운동시간, 젖산역치 등의 유산소성 능력과 근력, 근지구력 등의 무산소성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근위축 방지는 물론 근육량도 늘려 줍니다. 또 젖산 등의 피로물질 축적을 억제하고 운동 후 피로회복을 빨리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조혈기능과 항산화 기능 또한 향상시켜 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5. 도핑 관련 한약의 안전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09년에 한의과대학이 아닌 체육대학교 연구진들이 ‘엘리트 선수의 한약섭취 실태와 도핑 안전성 연구’를 실시한 결과를 살펴보면 한약은 도핑으로부터 안전한데 홍보가 덜 되었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의사들이 한약은 도핑에 안전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2013년 ‘한약재 성분분석 및 도핑관련물질 연구’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민간에서 유통되는 ‘식품한약’은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지 않지만 한의사에 의해 사용되는 ‘처방한약’은 국가의 한약공정서에 수재된 한약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몇 가지 한약재를 주의해 처방한다면 도핑에 안전합니다. 결론적으로 일부러 도핑대상물질을 인위적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6. 일선 한의원에서 도핑에 안전한 한약 처방을 위해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약재 중 도핑 금지 성분인 에페드린이 들어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마황도 이미 중국, 일본, 대만, 한국의 연구 결과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4g 미만일 경우에는 복용 직후에도 소변 검출 기준을 넘지 않지만 그 이상 많은 량을 투여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하에 들어있는 에페드린의 경우 미량이라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에서는 반하사심탕, 반하후박탕, 소시호탕 등의 처방이 유통되고 있고 문제 삼지 않습니다. 다만 백굴채에 들어 있다고 하는 코데인이나 마자인의 카나비놀, 마전자의 스트리키닌 처럼 함유성분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한약재는 피해야 합니다. 최근에 문제가 된 적이 있는 지실, 지각의 시네프린 성분은 감귤이나 오렌지 보다 적고 사향, 생지황, 맥문동, 육종용 등에 들어 있는 글리세롤 성분은 일반식품에도 많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도핑금지대상인 주사제가 아니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7. 보다 도핑에 안전한 한약 처방을 위해 어떠한 연구들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비교적 연구가 많이 이뤄진 마황의 경우에도 품종, 산지, 계절에 따라 함유량이 다르고 얼마나 섭취해야 소변 검출 기준에 해당하는 지 밝혀지지 않아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백굴채 등 몇 가지 도핑 금지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약재에 대한 성분조사도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섭취 후 체내에서 도핑 금지 성분으로 변화될 수 한약재들에 대한 연구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강장기능을 가지고 있는 음양곽, 토사자, 사상자 등의 한약재를 섭취했을 경우 체내에서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는지에 대한 연구 테마를 대표적으로 예시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WADA에서 한약재 가운데 새로운 도핑 후보물질들에 대한 발표가 있으므로 이들 한약재에 대한 연구 또한 이뤄져야 합니다.

8. 이번 도핑방지 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말씀드렸다시피 도핑에 대해 잘 알고 어떤 한약재를 주의하면 되는지에 대해 숙지해 선수들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 한의사 스스로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또한 선수 가족과 지도자나 팀 관계자들에게도 한약의 안전성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고 널리 홍보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9. 한의사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
몇 년 동안 선수들의 도핑 사고에 한약이 의심받으면서 선수들의 한약 복용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일반 한의원에서 한약공정서에 의해 약품으로 쓰고 있는 한약재는 도핑에 안전합니다. 몇 가지 한약재에 대해서만 주의하시고 일부러 도핑금지약물을 넣어서 처방한 것이 아니라면 자신감을 갖고 설명하시고 선수들의 경기력과 부상치료를 위해 안전한 한약을 많이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10. 질문 이외에 남기고 싶은 말씀은?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내에 도핑방지위원회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도핑 사고에 대한 대처나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홍보, 체계적인 문헌정리나 지속적인 연구에 대해서는 아직 미진한 실정입니다. 오히려 KADA 홈페이지의 금지약물검색에 나와 있는 한약재들은 제약회사 제품들을 통해 인정받은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한의계 전체의 한약처방이 줄어들고 있는 어려운 시국이니만큼 그 어느 때보다 일반 한의사는 물론 협회나 학회, 대학에서 관심을 가지고 교육, 홍보, 연구에 대한 지원과 협조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의신문(www.akom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