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의료데이터가 미래 정밀의료와 신약개발을 견인할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가운데 데이터의 통합·표준화와 제도적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정책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이 17일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의료데이터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관련 전문가들은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비롯한 민·관 협력과 법제 정비를 통해 의료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주영 의원은 개회사에서 “현재 의학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질병 예방과 치료에 대한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나 의료데이터의 표준화·통합 체계는 아직 부족한 상황으로, 특히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와 규제가 여전히 크고,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공감대도 미흡해 연구와 산업적 활용에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의료데이터 활용의 신뢰 기반을 마련하고, 실효성 있는 입법·제도 개선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이주영 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혁신을 위한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의 의미와 가치(엄보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무국장) △생성형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가치 창출과 혁신 추진(유현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전무) △글로벌 혁신 신약개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의료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이희봉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전무) △다기관 의료 빅데이터 연구 활성화, AI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축과 의료 혁신 과제(제갈한철 카카오헬스 부사장) △EMR 기반의 진료 정보의 활용 방안 및 과제(전진옥 비트컴퓨터 대표) △의료정보 공유의 벽, 어떻게 허물 것인가?-흐르는 데이터, 살아있는 의료(정태건 평화IS 상무이사) △주요국의 의료빅데이터의 활용 현황(김은정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이날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의 추진 형황 발표에 나선 엄보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사무국장에 따르면 본 사업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청 등 4개 부처가 협력해 2024년 본격 착수한 대규모 국가 R&D 사업으로, 총 77만2000명의 참여자를 모집해 혈액·소변 등의 검체와 임상정보,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연계·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데이터뱅크다.
엄 국장은 “질환자와 일반인을 포함한 참여자의 임상정보, 공공데이터, 개인 건강정보까지 통합 수집해 정밀의료 실현과 신약개발, 보건정책 수립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집된 데이터는 연구자 및 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연구 목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기반의 보안 환경에서 분석·활용할 수 있도록 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질병 예측 및 조기 진단 △보건의료 정책의 정밀화 △신약개발의 효율성 제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 국장은 “이는 데이터의 단순한 수집이 아닌 ‘안전한 개방’과 ‘효과적인 활용’을 목적으로, AI 기반 분석과 연계함으로써 신약개발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산업계의 실증 기반을 강화해 바이오산업의 도약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좌측부터 이주영 의원, 엄보영 국장, 이희봉 전무, 제갈한철 부사장
이어 고품질 의료데이터를 신약개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접근성과 연계 강화를 핵심 과제로 꼽은 이희봉 LG화학 생명과학본부 전무는 “서울대, 아산, 삼성, 세브란스 등 주요 병원들이 개별적으로 데이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아직 기관 간 공유나 표준화가 미흡하다”면서 병원과 연구기관, 제약사가 공동 활용 가능한 상호운용 데이터 공유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 주도의 데이터 허브 구축과 관련해 “바이오텍이나 중소 제약기업이 확보하기 어려운 공간전사체나 단일세포전사체 데이터 확보가 신약개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국가 주도로 다양한 암종에서 고급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전무는 “우라나의 고품질의 의료데이터가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 구축 및 고도화를 통해 신약개발이 가속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술로 사람들을 건강하게(Make People Healthy with Technology)’라는 슬로건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나서고 있는 제갈한철 카카오헬스 부사장은 “관련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자산은 단연 헬스케어 데이터로, 국내 의료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는 정확도와 확장성이 높아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제갈 부사장에 따르면 카카오헬스는 세계적인 추세에 대응하고자 △RWE(Real World Evidence) 활용 확대 △데이터 결합 없이 병원 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기술을 통해 보안성과 정확성을 동시에 확보한 연구 환경을 구축 중이며, △AI 기반 비식별화 기술 △데이터 표준화 자동화 모델을 통해 국내 병원 간 협력 연구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는 “AI 네이티브 전략 하에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AI 기반 분석과 유전체 정보 연계 등을 통해 치료 환경 개선과 의료 산업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마이데이터와 EMR(전자 의무기록 시스템) 상호 운용성 제고를 위한 제언에 나선 정태건 평화IS 상무이사는 데이터 표준 불일치 및 기술 간극 해소를 위한 △레거시 EMR용 매핑 도구 및 변환 API 지원(전황 유도) △기관 간 연계 모델 및 예시 설계 제공(구현 부담 완화) △표준 적합성 테스트베드 운영(벤더 대상 검증 플랫폼 구축) △EMR 인증제와 표준 적용 연계(인증 제품만 공공사업 참여 허용)를, 환자 데이터 연계 시 개인정보보호 및 법적 불확실성 문제 해결을 위한 △관련 법제화 확립 △연계 시 책임 분담 기준 마련(공동 책임, 안전 구역 모델 도입) △사전 동의 기반 표준화된 정보 이용절차 제정 △가명 정보의 안전 처리 기술 가이드라인 강화를 꼽았다.
아울러 의료데이터 상호운용성 핵심전략으론 △표준화(국제 표준 도입 및 기관별 EMR 데이터의 표준코드 매핑) △지속 가능한 추진 체계 확입(병원 CIO 직속 TF 구성) △법제도 정비(개보법·의료법·생명윤리법 정합성 확보) △민간 생태계 협력(FHIR API공동개발 및 상호 기술 연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