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측 “수련 환경 개선이 먼저”
설득 나선 최혁용 회장 “정책적 접근 필요”
한의협, 전문의 제도 개선 간담회 개최
[한의신문=윤영혜 기자]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가 통합한의학전문의제 신설 등 전문의 제도 개선에 반기를 들고 나선 전문의, 전공의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자생한방병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문의제도 개선 간담회에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최혁용 회장을 비롯, 방대건 수석부회장, 최문석 부회장, 송미덕 부회장, 임장신 부회장, 이은경 부회장, 고동균 의무이사, 조남훈 학술이사, 김현호 학술이사 등 한의협 주요 임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최혁용 회장은 통합전문의제도의 신설로 인한 기존 전문의, 전공의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설득에 나섰다.
최 회장은 “한의협이 전문의 중심 체제로의 개편을 요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의사의 영역 확대를 위한 것”이라며 “통합 전문의는 하늘에서 새롭게 떨어진 과목이 아니라 Advanced GP의 개념 정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최 회장은 “로컬 레벨에서 의학적으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적 기회를 제공해 전문의 중심으로 전체 역량을 끌고 갈 수 있는 모양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전문의들의 위치도 확고히 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양방처럼 85%는 아니라도 치과처럼 40~50%까지는 전문의의 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료기기 사용을 위해 전문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시켰다. 한, 양방을 같이 배운 한의사는 양방의 학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전문의 제도를 도입하면 적어도 한방전문의들은 양방 GP만큼은 영상진단에서 배웠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다는 것. 그는 “전문의 중심 체제로 바뀐다는 것은 6년 배운 것과 10년 배우는 것의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전문의 확대가 만사해결? “포퓰리즘적 접근, 우려”
전문의, 전공의 측 참석자들은 전문의제 개편 필요성에 동의하지만 방향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전문수련지정 병원에서 수련해야 전문의가 될 수 있다는 기조는 반드시 유지돼야 하며 전문의 수가 부족하다면 전문의 과목을 하나 더 만들게 아니라 수련을 받고 싶어도 못 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열악한 병원 인프라를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현태 전문의협의체 부회장은 “지금 당장 수련할 수 있는 인원은 전체 한의사 중 소수에 불과하며 당장 3~5년 뒤 통합 전문의제도가 갖춰진다 한들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수환 대한한의과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기존의 분과 명칭이 모두 전문 분과학회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통합한의학전문의는 그렇지 않아 기존 전문의의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고 했다. 예컨대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복지부에서는 한의계 참여에 대해 문의를 하지 않는게 현실이며 한의계가 할 일은 전문성을 강화하고 싶다면 양방 가정의학과처럼 1차 의료를 더 잘하는 전문의제도를 신설할 게 아니라 한의계의 현실에 맞게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한 과목을 새롭게 만드는 게 맞지 않냐는 것이다.
또 다수의 경과 규정을 통해 전문의를 배출할 경우 한의계가 얻는 정확한 이득이 무엇이며 복지부 측에서 얘기해 준 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전문의 중심 체제로의 개편이 향후 수가 가산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크다는 협회 측의 긍정적 전망에 대해서도 플로어에서는 “수가 가산의 책임은 각 분과 학회에 있으며 각 과별 이해상충이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의 확대가 향후 의료기기 사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이들은 부정적 시각을 내놨다. “양방 GP들은 X-RAY, MRI 판독 못해도 찍을 수 있는데 우리는 전문의를 늘려서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아니라 대학 과정에 영상의학과 관련 실습을 추가하고 졸업한 사람들에게는 영상의학 교육을 추가로 시키는 게 합리적”이라며 “모든 문제를 전문의 하나로 해결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또 과목 신설이 필요하다면 학회가 주체가 돼야 하고 Advanced GP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해도 기존 교육 과정의 연장선이 돼야 하는데 협회가 특정 과목을 대표하고 나서는 것에도 우려의 의견을 표명했다.
◇“통합전문의, AGP 개념…기존 전문성 훼손 없다”
최혁용 회장은 “한의사 전문의에 대한 인정은 전문가 집단이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고 제도와 실제 학문에는 괴리가 있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통합한의학전문의는 Advanced GP의 개념으로, 기존의 것을 줄이거나 세분화된 전문의 과목을 포기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 회장은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통합적 기질을 갖고 있어도 이미 세부 분과가 존재하듯이 추가로 분과를 못 만들 이유 또한 없는 것”이라며 “분과는 소아과, 부인과처럼 ‘대상’에 의해 구분되기도 하고 ‘도구’에 따라 사상의학, 침구과로 나누는 등 다양한 형태로 추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분과가 지닌 전문성을 조금씩 더해 양방의 가정의학과처럼 새로운 전문과목을 만들 수도 있고, 신설 과목이 기존의 다른 과목을 위협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원래 지닌 통합적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 최 회장은 “51년도에 의사제도가 만들어지고 난 뒤 전문의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봐도 학문적 성숙이 선행조건이나 충분조건은 아닌 필요조건”이라며 “치과의사협회가 협회 주도로 5개 전문의과목을 통과시킨 것처럼 학문 성숙만이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향후 전문의 수가 신설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고동균 의무이사가 설득에 나섰다. 고 이사는 “협회에서 각종 정부 추진 사업에 참여하려고 할 때 예컨대 한방재활전문의들로만 재활 서비스 사업에 들어간다고 하면 전문의 숫자가 너무 적어 전국적인 수요를 커버할 수 없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며 “만약 통합 전문의가 있다면 같이 묶어서 사업을 추진하는 식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수가의 경우 재활전문의는 가산을 30%로 하고 통합전문의는 20%로 하는 식으로 차등을 둬 수가 모형을 설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이사는 “지금은 전문의가 주도하는 사업의 경우 일반의는 참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일반의와 전문의를 묶을 수도 없고 사업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 이사는 현실적으로 한의계가 독자적으로 수가 개발이 어려운 현실도 토로했다. “현재 소수 시스템에서는 어렵고 제도적으로 제한된 부분이 많아 인력풀을 전체적으로 열어주면서 전문의가 다수가 되면 정책적으로 유리한 부분이 많아지고 전체의 수익이 높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혁용 회장은 “현재 양방이 우리보다 수가가 30% 가량 높은데 전문의 중심 체계이기 때문에 그렇다”며 “우리도 전문의란 이름으로 그 구조에 끼어 들어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전문의제가 만사해결책이냐는 지적에 “전문의제 개편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며 “한평원에서 이미 세계의과대학 기준으로 전국 한의대의 교육인증평가 기준으로서 미국DO를 모델로 참고하고 있다”고 했다.
협회가 특정 과목을 대표하고 나서는데 대해서는 “정책을 결정하는 건 국가고 이를 보좌하는 역할을 협회가 하고 있다”며 “한의협은 의료법상 보건복지부 산하단체로 협회가 정책 추진의 주체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경과 규정과 관련해서는 “결사 반대를 하고들 계신데 양방이나 치과도 다 있었다”며 “절대 우리만 헌법 정신에 어긋나게 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전문의, 전공의들과의 입장 차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며 “향후 협회는 제도 추진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담을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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