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국가 보건의료체계에서의 한의약 역할 확대와 제도개선 추진을 약속했다. 한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국립한방병원 설립, 커뮤니티케어 및 장애인주치의제 참여 등에서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용산빌딩에서 열린 ‘정세균과 함께 국민의 시간’ 간담회에서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 및 한의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홍주의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정 전 총리 외에도 정세균 캠프 정무조정위원장인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정책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한의협 임원 및 회원 30여명이 참여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정 전 총리와 홍 회장 외에는 모두 ‘ZOOM’ 회의 방식으로 참여했다. 또 간담회는 정 전 총리와 한의협 임원들간 질의응답 방식으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질의응답에 앞서 정 전 총리는 국가 보건의료 개선 정책으로 △공공의료 확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상병수당 도입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공공의료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K-방역이라는 신화를 썼지만 의료진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과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병수당도 도입해야 하는데 더 이상 국민들이 질병 때문에 소득이 없어 생활이 안 되면 곤란하다”며 최근 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우리나라 지위를 선진국으로 분류할 정도로 국력이 강해진 만큼 상병수당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전 총리는 국가 만성질환관리 정책에 있어서도 “국가 보건과 복지, 생활체육을 연계한 국민건강관리체계 구축돼야 한다”며 “그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의료체계 일원화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첩약 건보 외에도 한의 보장성 강화”
한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실손의료보험 한의과 비급여 보장과 관련한 질문에 정 전 총리는 “첩약에 대한 건보 보장성 강화가 오랫동안 실천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 시범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첩약 건강보험 외에도(다른 한의 건강보험 항목이) 인색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르신들은 한의원이나 한의사들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고 좋아한다”며 “이 부분에 있어 시범사업만 할 것이 아닌 단계적으로 실질적인 건보 범위 확대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서도 정 전 총리는 양의사에게만 독점적 사용권을 부여하는 게 아닌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중국은 (중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규제가 전혀 없다. 양·한방협진도 우리보다 개방적이고 협력하며 진료를 보고 있다”며 “규제의 불합리성은 저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자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규제 정책도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간다고 하면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립한방병원 설립과 관련해서도 그는 “앞으로도 국민건강은 물론 (한의약 분야에서)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한국이 더 잘해야 한다”며 “R&D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국립한방병원이 만들어져 임상뿐만 아니라 연구까지 하는 한의학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전 총리는 보건소장 양의사 우선 임용 및 의료인력 차별 등에 대한 불합리한 법령 개선과 관련 “한의계가 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건강 최우선 가치 두고 갈등 해결”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와 장애인주치의제 등에 있어 양의계에 가로막혀 한의계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 전 총리는 “한의정협의체를 주선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해당 사업에서)한의학이든 의학이든 비교우위에 있는 쪽이 중심 역할을 하고, 다른 한 쪽이 부차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제도개선과 관련, 제가 정부에 있을 때 의정협의회를 만들어 운영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모두 국민보건의료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의협이든 정부든 우리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길이 있음에도 반목·갈등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한의정협의체를 가동해 이러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의료시스템 개혁을 통해 미래의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한의사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정 전 총리는 “대부분 공감하며 현실을 생각할 때 적절한 방향 제시가 중요하다”며 “현실적으로 장애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지혜를 모으고 노력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김민석 위원장도 간담회를 통해 “오늘 제기된 현안들을 보건복지위 상임위를 통해 적극 풀어가고 논의해 나가겠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김 위원장은 “한의약 보장성 강화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보건소장 임용에 있어 한의사 임용과 코로나 방역, 커뮤니티케어, 장애인주치의제의 한의사 참여 등에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면서 “각각 사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국립한방병원도 공공 지방의료원 확대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주 간사는 “우리 국민들과 함께 해온 한의학이 현대 과학기술과 융합하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일원화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더욱 가깝고 친숙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저희가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홍주의 회장은 장애인주치의제의 한의사 참여에 대해 “한의사 방문진료사업이 8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주치의제에서는 한의사가 배제돼 있다”며 “거동이 불편한 분들한테는 방문진료가 허용됐는데 왜 장애우에게는 한의사들이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없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이해해주고 개선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