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피부질환도 속부터 치료하면서 치료효과 높여
최인화 교수, 피부질환 관리는 '건강한 식습관·피부호흡·마음균형'부터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피부와 소화기관 그리고 뇌는 상당한 상관성이 있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며, 이러한 연관성을 확인한 연구는 많이 나와 있다. 실제 '장-뇌-피부 축(gut-brain-skin axis)' 이론에서는 장과 신경계 그리고 피부가 연결돼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스트레스나 고열량 식품 섭취가 위 운동과 장내 미생물 균류의 변화를 초래하고, 정상 미생물의 생물막을 손상시키며, 손상된 미생물의 세포막 안으로 내독소가 들어가 신체의 염증·산화 반응을 증가시키면서 피지 분비가 증가돼 여드름 등을 유발하는 한편 피부 문제 때문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피부까지 늙게 한다
이외에도 아토피 피부염과 장내 미생물 균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보고도 찾아볼 수 있으며,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프로바이오틱스와 같은 유산균이 보조적으로 사용되어지는 것은 이렇듯 장-뇌-피부의 상관성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가 피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한 연구에서도 쥐에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더니 경피수분손실도는 증가하고 수분함유량은 감소했으며 장벽 기능이 저하돼 피부가 벗겨지고 미세한 주름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 균총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는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시킨다. 즉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부의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면서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고, 피지 분비에도 변화가 생겨 피부발진이 올라오기 쉬운 상태로 피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아토피 피부염, 좋은 체내 환경 만들어줄 때 치료효과 유지
피부질환은 피부만의 문제뿐만 아니라 '속을 잘 다스려야' 만족스러운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아토피 피부염처럼 난치성 피부질환의 경우 잠깐은 치료가 됐다하더라도 재발이 잘 되는 이유는 속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 있을 수 있다. 장이 튼튼하고, 스트레스를 잘 조절할 수 있는 능력과 평안한 마음이 좋은 체내 환경을 만들어 줄 때 치료효과도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피부가 주로 비위·폐장·간장·심장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위와 대장은 소화기관 간장과 심장은 마음과 관련이 있는데,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있어서도 속 건강이 중요시 되는 이유다.

이와 관련 최인화 교수(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사진)는 "한의학에서 비위의 역할은 음식을 소화, 흡수해서 에너지를 만들고 온 몸으로 구석구석 보내주는 것이며, 비위가 약하거나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무기력해지고 기혈 순환도 잘 되지 않는다"며 "이런 경우 노폐물이 쌓이고, 이것이 축적되면 열이 발생해 피부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비위 기능이 저하되면 진액이 고갈되어 피부를 윤택해 줄 수 없게 되는데, 이 때 피부는 거칠어지고 탄력도 없어지고 심하면 빨개지거나 가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어 "건강한 비위는 건강한 식습관에서 시작된다"며 "대수롭게 생각하기 쉽지만 오래 잘 씹어 먹기, 규칙적인 식사, 너무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이나 단 음식 피하기, 먹으면 입술이 부풀어 오르거나 가려움증이 유발되는 음식은 피하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폐장 기능 저하시 피부건조, 가려움증 등 나타나
최 교수에 따르면 한의학에서 피부를 주관하는 폐장은 호흡기능뿐 아니라 △수분대사 조절 △체온 조절 △면역 조절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폐가 기를 순환시키는 기능이 저하되면 피부로 전해지는 에너지와 영양분이 충분하지 않아 피부건조,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또한 폐와 대장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 배변활동에 장애가 생기면 피부 트러블이 잘 생기게 된다.
원활한 기능 유지를 위해서는 평소 땀과 피지의 정상적인 분비와 배출을 도와줄 수 있도록 적절한 온도와 습도 유지와 함께 적절한 운동으로 피부호흡을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되며, 충분한 수분 공급을 통해 피부 보습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좋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피부건강의 '적'
한의학에서 간(肝)은 조혈작용과 스트레스를 이완시켜 주는 작용을 하는데 이런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짜증이나 화를 잘 내고, 혈액순환이 잘 안 되며 소화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과다한 스트레스를 오래 받게 되면 안색이 칙칙해지고 기미도 잘 생기게 되는데, 기미를 간반(肝斑)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심장은 해부학적인 장기인 심장을 포함해 감정과 정신을 주관하는 기관으로 심장으로 뇌기능을 함께 고려한 개념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감, 우울감을 느낄 때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얼굴이 상기되고 불면, 배뇨장애 등이 동반되면서 피부에 따가움, 자극감, 열감, 가려움증 등이 나타나거나 안면의 혈관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홍조증이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 관리는 평소의 생활습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명상, 요가 등을 통해 긴장 완화시키기, 즐길 수 있는 취미활동 가지기, 운동하기 등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잘 자고, 건강하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자주 웃으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건강한 피부, 행복한 삶의 쉽지 않은 조건이 될 수 있다.
최인화 교수는 "아토피 피부염은 완치되기 어려운 병이기는 하나 분명 좋아질 수 있는 병"이라며 "전문 의료진과 함께 치료약을 사용해 증상을 조절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아토피 피부염 자체를 조절하고 관리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치료의 첫걸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