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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5일 (일)

“저는 한방 같은 거 안 믿는다고요”

“저는 한방 같은 거 안 믿는다고요”

저번에 어머니께 주셨던 그 연구 약, 지금도 더 받을 수 있나요?
한의학 웰빙 & 웰다잉 14

김은혜 (1).jpg


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진료실에서 다음으로 들어올 환자를 기다리는데 불쑥 노부부가 얼굴을 비추며 말했다. “곧 저희 아들이 올 건데, 조금 완강한 모습을 보여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완강하다는 말을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테이션에서 들리는 큰소리 때문이었다.

“어머니! 저는 한방 같은 거 안 믿는다고요! 또! 또! 저를 속여서 데리고 오신 거예요?”


노부부는 거부감을 강하게 내비치는 아들을 진정시키며 뭐라 설득하고 있는 듯했지만, 어르신들의 작은 목소리까지는 나에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의 결론이 부모가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은 게 분명한 것이, 몇 분 뒤 스테이션을 박차고 쿵쿵 나가는 아들의 걸음 소리는 확실히 들렸다. 


결국 진료실에 둘이서만 들어온 부모의 말로는, 항암 치료도 안 하겠다는 아들을 속여서 대체요법을 하는 몇몇 병원으로 데리고 갔던 것이 아들에게 상처로 남은 것 같다고 했다. 끝까지 아들을 감싸며 당신들의 탓이었노라 말하는 부모의 모습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부모는 우리 병원에서 하던 연구의 홍보 글을 우연히 보고 방문했다고 했다. 생애 첫 항암 치료가 예정되어 있는 4기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 일정에 맞춰 같이 복용하는 한약을 제공하는 연구였다. 


노부부는 아들이 4기 췌장암을 진단받은 지는 몇 주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예후가 가장 좋지 않아서, 치료받지 않는 4기 췌장암 환자의 평균수명은 6개월 이내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의학의 발전으로 항암 치료를 받게 되면 그 기간은 13개월 정도로 늘어난다. 하지만 30대 창창한 나이의 아들을 설득하기에 13개월이라는 시간은 여전히 너무 짧았다. 


부모는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아도 연구에서 사용하는 한약을 받아 갈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드릴 수는 있지만 항암 치료 없이 한약만 드시는 건 솔직히 기대하시는 효과가 거의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친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며 끝내 6개월 치 약을 받아 갔다. 나는 모친의 요청에 맞춰 약 처방을 하면서, 곧 노부부에게 수납 설명을 할 간호사 선생님이 볼 수 있도록 기록을 한 줄 더 남겼다. ‘약 다 못 드시고 남으면 환불 가능하다고 꼭 설명 부탁드립니다.’


“너 살려 보겠다고 받았던 약이다”


지금부터는 최근의 이야기다. 며칠 전이었다. 진료실 밖에서 남자와 간호사 선생님이 나누는 대화가 어딘가 익숙하게 들렸다.

“예전에 연구 글 보고 부모님이랑 왔다가 조금…… 소란 피우고 나갔던 환자인데요. 혹시 그때 어머니랑 말씀 나누신 선생님 아직 계시나요?”

거의 일 년 만이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나간 아들은 일 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말투로 나를 찾고 있었다. 스테이션으로 나가서 얼굴을 보이자 환자는 나를 알아보며 말했다.


“저번에 어머니께 주셨던 그 연구 약, 지금도 더 받을 수 있나요? 며칠 전부터 항암 치료를 시작했는데…….”

일 년 사이에 많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모친이 돌아가셨다.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죽을 날만 기다리던 아들은, 어느 날 모친이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서 정신을 번쩍 차렸다. 


갑자기 쓰러지신 건 오래전부터 있던 지병의 악화가 원인이었고, 이미 몸과 마음이 노쇠해져 있던 어머니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고 한다.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부친이 본인 앞에 한약 봉투 하나를 툭 던지며 말했다.

“자, 너희 엄마가 너 살려 보겠다고 받았던 약이다.” 그제야 아들의 머릿속에는 “자기의 마음도 모르고 치료에만 집착한다”며 흘려들었던 모친의 말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너무 늦게 정신이 든 자신이 한심해서 차라리 따라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마음을 몰라준 것이 너무나도 죄스러웠다고 한다. 아니, 어머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오롯이 아들만을 위한 것이었음을, 그때에도 사실은 알고 있었음에도 귀를 닫고 눈을 가리며 그녀를 밀쳤던 것이 너무 죄스럽다고 말했다.


돌아가신 엄마의 발자취를 쫓고 있었다


“자식이 할 수 있는 최악의 불효가 부모보다 먼저 죽는 거라고 하잖아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어머니는 그 불효한 자식을 끝까지 살려주려 하셨어요. 그런 어머니를 어떻게 보면 제가 죽음으로 내몬 것 같아서, 그런 제가 최악의 아들이에요. 진짜 따라 죽을까 생각했는데 아버지도 계시고…… 이제는 어떻게든 이 췌장암에서 살아남는 것만이 어머니께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 같아요.” 비집고 나오는 눈물을 끊임없이 훔치며 하는 아들의 말이었다.


 

약을 처방받으러 왔다지만, 사실 아들은 돌아가신 엄마의 발자취를 쫓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환자는 6개월 뒤 예약을 잡고 떠났다. 그때에도 얼굴을, 이왕이면 이제는 죄책감에서 조금은 벗어난 얼굴을 볼 수 있길 기도해 본다.

 

김은혜 교수님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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