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의학,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해 갈 것인가?

기사입력 2025.09.0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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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가 기회를 만들어 효과를 보여주고 신뢰를 쌓아야 해”
    한의대생들의 한·양방 협진 통합 암치료 군포지샘병원 참관 후기
    이슬기 학생(우석대학교 본과 4학년)
    윤용민 학생(동신대학교 본과 3학년)

     <편집자주> 대한통합방제한의학회 한의사부와 학생부 학술위원들은 장성환 학회장(군포지샘병원 통합암병원 한의과장님)의 초대를 받아 군포 지샘병원 암센터를 참관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느낀 통합의학적 암 치료의 경험과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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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관을 허락하고 환영해주신 지샘병원 관계자분들과 함께/(좌측부터) 행정본부장 김정국님, 장여구 병원장님 (맨 우측) 장성환 한의과장님

     

    암 환자 진료에서 한의사가 맡는 세 가지 역할

     

    장성환 한의과장님은 올해 지샘병원에 입사한 이후, 의과 의료진에게 한의학의 효과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왔다. 특히 암 진료 분야에서 한의학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을 설득해내며 의사들과의 신뢰를 쌓아 올린 점이 인상적이었다.

     

    한의과장님의 주된 업무는 암 환자를 중심으로 한 모든 진료과와의 협진이다. 암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항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여주는 것. 둘째, 환자가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체와 컨디션을 최적화하는 것, 셋째, 항암 효과에 시너지를 더할 수 있는 한약을 처방하는 것이다.

     

    실제로 암 관련 치료 과정에서 의과 의료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증상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손발 저림, 만성 피로, 부종, 섬망 증상, 식욕 부진, 오심, 구토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은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며 치료 지속 여부에도 영향을 준다.

     

    지샘병원의 협진 시스템은 이러한 부분을 한의학적 접근을 통해 보완함으로써 환자 치료 과정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결국 지샘병원의 한·양방 협진은 단순한 병행 진료가 아닌, 암 환자의 전인적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 협력 체계라 할 수 있다. 이는 환자를 중심에 두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 의료를 실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항암 화학요법과 한의학의 결합 치료 증례

     

    장성환 한의과장님의 최근 치료 증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증례는 55세 여성 췌장암 환자의 사례다. 환자는 간과 폐로 암이 전이된 상태에서 오니바이드주, 5-FU, 류코보린, 옥살리플라틴, 옵디보, 렌비마 등의 복합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3등급 이상의 호중구 감소증(1,000/㎣ 이하)이 자주 발생하여 항암치료 일정에 차질이 생길 위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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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관인원들에게 <암환자 협진치료에서 한약치료의 역할>을 강의하는 장성환 한의과장님

     

    이에 한의과장님은 인삼청기산 합 십전대보탕을 투여했다. 그 결과 이후에는 3등급 이상의 호중구 감소가 발생하지 않았고, 환자는 예정된 항암치료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

    또한 항암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던 구내염, 속쓰림, 설사에 대해서는 반하사심탕을 투여해 증상을 완화시켰다. 예방 목적으로도 활용해 이후에는 해당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이와 더불어 환자의 피로 감소와 식욕 증진 효과도 확인됐다.

     

    이 증례는 한의학적 처방이 항암치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부작용을 완화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증례는 64세 여성 췌장암 환자의 사례다. 환자는 폐와 간으로 암이 전이된 상태에서 좌하엽 쐐기 절제술과 폐박피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 상처 회복이 더디고, 농이 배출되며 통증이 동반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십전대보탕을 투여한 결과, 상처 회복이 빨라지고 농 배출이 멈췄으며 통증 또한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환자는 젬시타빈, 아브락산, 시스플라틴, 렌비마 등의 복합 항암치료를 병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자주 나타났던 3등급 이상의 호중구 감소증이 발생하지 않아 항암을 예정대로 지속할 수 있었다.

     

    환자는 치료 이후 식사량이 2배 이상 늘어나고 소화가 정상화됐다며 큰 만족감을 표현했다. 오히려 “왜 이제서야 한약을 주느냐”며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였다.

     

    또한 환자는 수술 부위를 지속적으로 소독해야 했는데, 소독 과정에서 반복되는 통증으로 고통을 겪었다. 이에 한의과장님은 십전대보탕과 함께 흉통 완화 효능이 있는 시진탕을 추가로 투여했으며, 그 결과 시진탕이 속효성 있게 수술 부위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 사례는 한의학적 처방이 수술 후 회복 속도를 높이고, 항암 치료 과정에서의 혈액학적 안정성과 증상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경청과 협력으로 완성되는 치료의 길

     

    참관 과정에서 효산의료재단 이사장이자 혈액종양내과 전문의인 이대희 과장님의 회진도 지켜볼 수 있었다. 이 과장님은 영상검사 결과를 꼼꼼히 판독한 뒤 환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으며, 한약 복용 후 호전이 있었다는 환자의 말에도 열린 태도로 귀 기울였다. 실제로 회진에 동행한 장성환 한의과장님에게 해당 한약의 종류를 묻고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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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의 검사결과를 꼼꼼히 판독하는 이대희 혈액종양내과 과장님과 장성환 한의과장님 

    () 오전 회진 결과를 간호사에게 공유하며 환자상태를 면밀히 확인 중인 장성환 한의과장님

     

    혈액종양내과 이지연 과장님은 학생들을 진료실로 직접 초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주었다. 샘병원에서 수련을 받았다는 이 과장님은 당시 환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비를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함께 우산을 쓰고 가는 길’이라고 의료인의 길을 묘사했다. 그만큼 어렵지만 보람이 큰 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과장님은 모든 환자 진료에서 한의과와 협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의과 치료는 암을 직접 공격하는 방법이 많아 환자의 몸이 이를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의과만으로는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한의과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의 온화한 성품과 협력적 태도가 인상 깊게 전해졌다. 

     

    참관 중 만난 다른 의료진들도 매월 두 차례 지샘병원에서 ‘암환자의 보조적 한약 치료와 관리’를 주제로 강의하는 장성환 한의과장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인적 치료와 암 특화 진료를 지향하는 지샘병원

     

    군포시에 위치한 지샘병원은 2013년 개원해 응급실·중환자실을 포함한 389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병원은 ‘전인적 치료’를 중요한 진료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는 질병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과 심리적 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으로, 웃음·미술·원예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실천되고 있다.

     

    또한 식습관,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포함한 ‘생활습관의학’을 진료에 접목해 치료 이후에도 건강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아울러 지샘병원은 암 특화 진료 역량을 강화해왔다. 면역치료와 항암치료를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며,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보다 정밀한 진료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번 참관에서는 지샘병원이 단순한 치료를 넘어 환자의 전인적 돌봄과 정밀 의료를 함께 추구하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얻은 배움, 마음에 남은 울림

     

    부산에서 올라와 참관에 참여한 김정희 한의사(풀의우주한의원 대표원장)는 종합병원 내 한의학 진료를 직접 확인하며 깊은 감회를 전했다.

     

    “90세 고령의 여성 환자분이 소화기 암으로 인한 극심한 복부 통증 때문에 항암 치료를 받고 계셨습니다. 담당의 역시 항암 과정에서 환자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중하게 치료를 진행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전에 한약 처방을 통해 암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지만, 소화기 통증과 기능이 뚜렷하게 개선된 환자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례와 같이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한약으로 통증 완화와 기능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보다 적합한 치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항암 치료 과정에서 소화 기능 저하로 인해 물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이 많은 만큼 환산제 등 다양한 제형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라고 밝혔다.

     

    의료진의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힌 이슬기 학생(우석대학교 본과 4학년)은 “실제 종합병원에서 한의과 진료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암환자들 중에는 부작용 관리가 안 되어서 항암치료를 받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한약으로 1차 부작용만 잡아주어도 표준 항암치료를 완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약들로 처방을 하고 또 그 처방을 환자와 의사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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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한약의 학문적 토대를 확인하는 모습

     

    저희가 보기에는 이제 많은 임상 결과와 지식을 가지고 있으신 것 같은데 아직도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하시는지... 저도 항암제를 포함하여 의과 공부를 튼튼히 해두어야 다른 과 의사 선생님들과 원활히 협진을 하여 내과 질환의 최전선에 있는 암환자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하며 이번 경험의 의미를 전했다.

     

    치료 사례들이 인상 깊었다고 밝힌 이송연 학생(가천대학교 본과 4학년)은 이번 참관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흔히 급성 증상에는 한의학의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암 병동에서 이뤄지는 협진 사례들을 보며 그 생각이 오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한약이 항암제들처럼 강력하게 암세포를 제거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증상 완화와 상태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의과 치료가 어려운 부분들을 한의학이 보완하며 환자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며, 한의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특히 한약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윤용민 학생(동신대학교 본과 3학년)은 “췌장암, 간암, 폐암 등 다양한 암 환자들을 직접 볼 수 있었고, 항암 과정에서 한약이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한약을 제대로 공부한다면 최고 난이도의 질환인 암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다른 질환들은 치료를 목적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동시에 의과 공부 역시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라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관 중 눈을 반짝이며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질문했던 정연수 학생(원광대학교 본과 4학년)은 “이번 군포 지샘병원 참관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장성환 한의과장님이 암 환자들을 진료하시는 모습을 직접 옆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의과 과장님과 함께 회진하시며 협진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또 한의학이 암 치료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 치험례를 보여주시며 특강을 해주셨던 것도 너무 잘 들었습니다. 한의학과 의학이 어떻게 조화롭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 그 멋진 사례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의암치료, 최전선에서의 책임

     

    오전 회진에서 만난 한 암환자가 오후에 상담을 위해 진료실을 찾았다. 처음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상담을 짧게 하고 싶어 했지만, 장성환 한의과장님은 일본에서 발표된 암 관련 한약 연구와 의학 통계 자료를 보여주며 호전 가능성을 설명했다.

     

    환자는 점차 눈빛이 달라지며 용기를 얻는 모습을 보였다. 장성환 한의과장님은 “환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의과를 알고 말해야 하고 각 치료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면서, 처음에는 편견과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한의사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종합병원 내 한의과는 아직 흔하지 않다. 환자와 주치의 모두 한의치료의 가능성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현실에서, 한의사가 기회를 만들어 효과를 보여주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장 한의과장님의 경험과 지샘병원 관계자들의 협진 사례를 통해 암센터 한의사가 의료 최전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려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장성환 한의과장님과 한·양방 협진을 이어가고 있는 지샘병원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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