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 진료 적발 시 징역 5년 등 처벌, 의료법 개정법률안 발의
인천 모 병원 양의사 만취한 채 수술 집도, 도덕적 해이 ‘심각’
의사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진료를 할 경우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국토교통위 소속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1일 의료인이 음주 후 의료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항목인 의료법 제27조 5항을 신설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따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규정에 의해 마약류 복용, 투약, 흡입 및 음주 후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된다. 이 법안에는 이찬열 의원을 비롯해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김태년, 변재일, 신경민, 안민석, 양승조, 이개호, 조정식, 황주홍 의원 등 10명이 참여했다.
이 의원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사의 음주진료를 의사 윤리에만 의존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음주 진료 규제할 법적 근거 시급히 마련
법안 발의의 배경이 된 것은 최근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주치의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진료와 심지어 수술까지 한 사건.
인천시 남동구의 한 대학부속병원에서 의사가 술에 취한 채 진료하고 수술까지 집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일 인천 남동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이 대형 병원 응급실에서 성형외과 전공의 1년차 A(33)씨가 술에 취한 채 응급환자 B(3)군을 진료하고 수술을 집도했다.
B군은 사고 당일 바닥에 쏟은 물에 미끄러져 넘어졌으며 턱 부위가 찢어져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사 A씨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B군의 상처 치료에 나섰지만 찢어진 부위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았다.
B군 부모가 강하게 항의하자 병원 측은 뒤늦게 다른 의사를 불러 B군을 진료하고 상처 부위에 대한 수술을 마쳤다. 당시 B군 부모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음주감지기로 A씨의 음주 사실을 확인했지만, 음주 진료에 대한 음주측정 강제규정이 없어 혈중알코올농도까진 측정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1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에 대한 징계수위를 논의, A씨를 파면조치했다. 곧 추가 징계위를 열어 응급센터소장, 성형외과 주임교수, 간호팀장 등 관련자 10여명을 해임할 방침이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A씨로부터 당일 당직이 아니어서 저녁때 반주를 곁들여 식사했다는 진술을 받았다”며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단호하고 강한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해당 의사의 자격 정지를 검토하기로 한 상황. 복지부는 “의료법 제66조와 의료법 시행령 제32조를 보면 의료인의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품위가 손상된 경우 1년 이내 범위 내에서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면서 “이번 행위는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도 해당 의사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의협 측은 “3일 상임이사회에서 의결 과정을 거쳐 해당 의사를 중앙윤리위에 회부하기로 했다”며 “사실 확인 등을 거쳐 이번 사안이 의사의 품위 손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3년 이하 회원 자격 정지, 5000만원 이하 벌금, 복지부에 행정처분 요청 등의 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의총, 만취 양의사 감싸기 ‘눈살’
한편 전국의사총연합은 만취 상태에서 봉합수술을 한 양의사에 대해 병원과 보건당국이 너무 과하게 대응하고 있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국의사총연합은 3일 성명서를 통해 “해당 전공의가 음주상태에서 수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봉합수술을 해서 환자에게 피해를 야기한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과연 해당자를 파면시키고,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정지를 시키고, 법으로 음주진료를 금지하는 것이 이 사안의 궁극적인 해법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개인의 잘못도 물론 있지만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뒤로 한 채 오직 당사자에게만 무거운 처벌을 내리는 것은 형평성이 심히 결여됐다는 것.
전의총은 “교육을 담당한 교수 등은 단순한 보직해임 처분에 그쳤으며 병원 이사장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병원에서 누가 전공의 수련을 받으려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해당 전공의 파면보다는 수련환경 등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선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 유래 없는 저수가 상황에서 전공의를 대신할 당직의가 존재하지 않고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환경 강요, 의료전달체계 및 응급의료체계의 후진성으로 인해 과중한 원내 및 응급실 근무가 강요되는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전혀 없는 상황에서의 파면은 해당 전공의의 앞길을 막는 무자비한 꼬리 자르기식에 불과하단 것.
이들은 또 “전공의를 값싼 노동자로 부려먹는 병원이 먼저 업무정지처분을 받아야 한다”며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뒷전이고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약자인 전공의를 희생양으로 삼는 해당 병원과 보직자들, 여론에 편승해 자기 이름 알리기에만 급급하고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 발의는 소홀히 하는 무개념 국회의원들의 작태를 강력히 비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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