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삼 부회장(대한스포츠한의학회)
현장 응급상황에서 알고 있는 것과 적절히 실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어
응급 처치 후 계속 경기를 하게 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빠른 판단 필요
스포츠 직접 참여해 운동역학, 부상정도 파악이 스포츠한의학 발전에 도움
2014년은 배구종목에서는 특히 대회가 많은 해이다. 성인부만해도 남자부월드리그, 여자부그랑프리, 남·녀아시아연맹컵(AVC CUP), 남자세계선수권대회, 남녀아시안게임(Asian Game) 등이 있다.
필자는 이 많은 대회 중 남자대표팀과 아시아연맹컵대회(AVC CUP)에 파견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 대회 기간은 8월 16~25일이었다. 올해는 이 배구대표팀 팀닥터 준비 외에도 9월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인천시한의사회와 필자가 부회장으로 몸담고 있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가 ‘선수촌한의원’을 설치 운영하게 돼 두 가지 준비를 같이 해야 했다. IOC와 OCA(올림픽준비위원회 )가 주관하는 대회에 공식적으로 한의사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일이라 여러가지 준비할 일이 많았다.
팀닥터는 대회가 열리는 장소의 기후도 꼼꼼히 점검해야
카자흐스탄은 해발 700미터의 지대에 위치하고 있어서 다소의 고지대 증후군이 있을 수 있다. 이 정도의 높이는 남산타워 높이보다 200미터 더 높다. 이런 고지대에서는 몸이 무겁고 피로감이 더하고 두통이나 근육통이 평소보다 더 있을 수 있고, 붓기가 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적응만 되면 해발 700미터는 인간이 가장 살기 좋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 예선전 3일은 몸이 무거울 수 있고 본선 토너먼트에는 점점 몸이 컨디션이 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팀닥터는 대회가 열리는 장소의 기후에 대해서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선수들은 도착 다음날 오전에 볼 캐치하면서 실전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자율 훈련을 하였다. 필자도 트레이너장에서 선수들과 같이 운동을 하면서 치료가 필요한 선수에게는 의학적 운동요법(MET, Medical exercise therapy)을 알려 주었다.
팀닥터와 스포츠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는 일단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이 직접 여러 가지 스포츠를 직접해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좀 더 스포츠 역학이나 부상 등에 대해서 몸으로 느낄 수 있고 치료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포츠인과 대화를 할 때도 같은 스포츠인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있어서 좀더 쉽게 다가갈 수 가 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우리나라의 엄한주 교수께서 대회 supervisor chairman을 하셔서 한국팀에게는 여러모로 편했다. 엄한주 교수는 성균관대에 재직하시고, 아시아배구연맹 이사다. 현지에서 엄한주 교수와 감독, 스텝들과 대화를 하며, 이런저런 대회에 관한 정보를 들었다. 우리의 숙소가 오성급으로 바뀐 이유도 알게 되었다.
엄 교수께서 아시아에선 한국, 중국, 일본은 당연히 좋은 숙소에 좋은 대우를 하라고 강력한 항의(실제로는 지시하신 것으로 생각들지만)로 갑자기 바뀌었다고 한다. 사실 세 국가 중 우리만 4성급 호텔에 배정받았다. 이런 에피소드를 현장에서 직접 들으니 스포츠외교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숙소에 좋은 식사, 좋은 훈련장소를 제공 받으면 당연히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예선전은 일본, 인도, 카자흐스탄과 시합이 있었다. 중국, 일본, 이란은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대비에 1진을 파견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지의 분위기와 상대팀들도 한국의 우승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선수단에 부담이 되었다. 팀닥터의 입장으로서도 좀 곤란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선수들의 몸 상태에 따라 좀 쉬엄쉬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이 당연시 여겨지는 부담스러운 상황은 선수들의 몸이 최고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는 몸놀림을 무겁게해 부상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본전은 3대 1로 비교적 쉽게 이겼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보였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좀 느슨하고, 몸이 무거운 듯 했고, 경기력이 떨어져 보였다.
부상당한 선수는 뇌진탕, 경추손상, 골절 등 확인 필요
예선 두 번째 경기인 카자흐스탄과의 1세트 초반 우리 팀 에이스인 전광인 선수가 상대방 선수의 무릎에 부딪쳐 두부타박으로 잠시 경기가 중단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어서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결과는 3:0의 승리로 끝났다.
부상을 당한 전광인 선수는 숙소로 돌아와 뇌진탕과 경추손상, 골절에 대한 확인을 하고 치료를 하였다. 다행히 경과를 보니 염좌증세만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필자는 팀닥터로서 코트 안에서 초기대응을 잘 하지 못했다. 쓰러진 상황을 보지 못하여 적절히 뇌진탕 및 경추 손상의 가능성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었다. 알고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의 차이, 그리고 그런 상황에 대한 준비 부족이 있었다.
팀닥터는 항상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필자도 쉬운 경기로 예상이 되었기에 나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해이해져 있었던 같아 다시 긴장을 하고 응급상황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새롭게 경기에 임했다.
선수들 홍삼 복용→효과 좋은 ‘경옥고’ 복용 권고
다음 인도와의 경기에도 2세트 초반 리베로 정민수 선수가 디그동작에서 우측 중지 손톱이 박리되어 응급처치를 했다. 외국에서 조그만 상처도 파상풍이나 봉와직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소독과 상처 보호는 필수다. 그리고 준비해간 항생제도 3일 정도 투여했다.
두 선수 모두 큰 후유증없이 치료는 마무리 되었다. 이처럼 팀닥터의 일차 임무는 현장에서 선수들의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그 자리에서 처치하고 다시 경기에 임하게 할 건지 아니면 경기를 중단시켜서라도 선수들 보호해야할 상황인지를 빠르게 판단하여야 한다. 그래서 대한스포츠한의학회에서는 매년 팀닥터 프로그램에 응급처치 강좌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응급처치는 팀닥터에게도 중요하지만 한의사도 당연히 알아야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응급처치는 한·양의를 따지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당황하지 말고 시행돼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두 번의 현장 경험으로 좀 더 그 중요성을 몸으로 느꼈다.
우리나라는 결승에서 인도를 3:0으로 대파하고, 이 대회의 정상에 처음 올랐다. 필자는 선수들과 같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올라가는 영광을 함께했다. 팀닥터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선수들이 큰 부상없이 실력을 발휘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일이다.
한의사 팀닥터로 이러한 대회에 선수들과 같이 하면서 스포츠한의학의 장점은 근골격계의 치료뿐만 아니라 체질과 그에 따른 식이와 운동법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는 피로회복과 컨디션 회복에 도움을 주기위해 대한스포츠한의학회와 새롬제약에서 만든 경옥고를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현 대표팀에서는 홍삼을 물에 희석하여 경기 중과 경기 후에 수시로 복용하고 있었다. 한의학적으로는 독삼탕인 홍삼보다는 경옥고가 부작용도 적고 효과도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선수들은 처음에는 낯설어 했다. 이러한 노력은 선수들이 경기 중에도 안전하게 한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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