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제도 개선 두고 한의협-전문의 ‘온도차’

한의협, 8개 분과학회·전문의협의회와 각각 간담회 개최

전문의 단체 다수 배출 동의하지만, 전문과 신설 신중해야

송미덕 부회장 계속 논의해 개선 방안 도출해 나가자

지난 18일 열린 8개 전문분과학회 대상 전문의제도 개선 간담회.
지난 18일 열린 8개 전문분과학회 대상 전문의제도 개선 간담회.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와 한의과 전문의들이 전문의제도 개선과 관련해 서로 입장 차이를 확인했지만, 전문의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먼저 한의과 전문의들은 한의사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의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더욱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의협 또한 해당 쟁점에 대해 한의계 내부 합의가 가장 중요한 만큼 폭 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지난 18일, 19일 열린 한의협 및 한의과 8개 분과학회, 전문의협의회 대표자들이 모인 전문의제도 개선 간담회에서 이 같이 결론을 내고 추후 전문의제도 개선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대해 송미덕 한의협 학술부회장은 “이해 관계자들의 반대 여론도 많지만 협회 입장에서는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끝까지 구하는 한편 서로의 의견차를 좁혀나가자”고 말했다.

전문의제도 개선 논의는 2012년 대의원총회 의결부터 시작

이날 간담회에서는 먼저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 부원장이 한의사 전문의제도 개선 연구의 배경을 소개했다.

이 부원장은 43대 집행진에서 전문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대의원총회에서 전문의제도 개선 추진방안을 이사회에 위임했던 의결에 기초, 이사회에서 전문의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점을 설명했다.

전문의 중심의 정책 추진과 일차의료 역할 강화를 위해 전문의제도 개선이 더 이상 미뤄지면 안 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치과 역시 2016년에 다수배출을 결정한 이상 한의계만 과거 소수배출 전략을 지속하는 것이 변화된 의료계 상황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 결과 중앙회는 국내외 현황과 전문과목 신설 방향이 담긴 개선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전공의, 전문의, 분과학회 및 전회원 의견수렴을 진행, 전국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임을 밝혔다. 대의원총회 등 최종적 의결방식은 전국이사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는 전문의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한의계 내부 의견 수렴 단계로 주요 검토 아젠다로는 △한의사 전문의 개선 논의 구조 △전문과목 신설 방식 및 신설과목 후보군(통합한의학전문의, 추나전문의, 예방한의학 전문의) △수련기관 확대, 수련환경 개선 △전문의 중심 수가 개발 등을 각각 제시했다.

제도개선 프로세스로는 ‘한의사 전문의 제도 개선 협의체’를 통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신규 전문과목 설치 기준 및 방법 마련, 전문과목별 수가 분석 및 발굴, 한방병원 수련환경 모니터링 및 개선 방법 등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제반사항 선결부터…경과규정은 한의사 전문의 질 저하로 이어져

이 같은 제안에 8개 전문분과학회와 전문의협의회는 전문의 다수 배출 필요에는 동의하면서도 전문과목 신설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8개 전문분과학회는 한의협이 내놓은 ‘(가칭)통합한의학전문의’의 신설에 앞서 학부 교육과 병원 진료과목 존재 등 제반사항이 선결돼야 함을 지적했다.

한방소아과학회 장규태 회장은 “새로운 과목 전문의는 학교에서 교육되고 있고, 이를 전담하는 학회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자생적 전문과목 신설의 수요가 생기는 과정에서 신설된다”면서 “현재 이 여건을 갖춘 학회들이 많다. 통합암학회, 추나학회, 예방한의학회, 진단학회 등의 신설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방재활의학회 권영달 회장도 “통합치의학과 같은 경우에도 프로세스상 2005년 연세대에서 통합치의학 과정 개설을 시작으로 학회가 만들어지고, 경과조치가 만들어졌다”면서 “이러한 과정들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열린 전문의협의회 대상 전문의제도 개선 간담회.
지난 19일 열린 전문의협의회 대상 전문의제도 개선 간담회.

전문의협의회도 학문의 성숙을 전제로 한 전문과목 신설은 가능하겠지만 통합한의학전문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과조치에 대해서도 양 단체는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병원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들에게 경과규정을 주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존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배출된 전문의와의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경과조치를 통해 배출된 전문의로 인해 한의사 전문의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전문의협의회는 기존 병원 수련 전문의들의 이탈 문제도 발생할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수련기관 확대에 대해서도 수련병원 기준 완화 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의원급 수련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일차의료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면 전문과목신설보다는 인정의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나왔다.

조현철 전문의협의회 회원은 “일차의료 강화가 협회의 목적이라면 수련의나 수련 과정은 병원 중심, 연구 중심으로 두고 로컬 일반의들은 인정의제로 가야 한다”면서 “정책적 판단도 중요하지만 정무적 판단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필요성에는 합의..큰 틀 개선 위해 8개 전문분과학회 중심 논의 테이블 마련키로

한의계의 일차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보다 큰 틀의 전문의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했다.

정부의 건강보험 수가 산정 방식이 전문의에게 유리한 형태를 띠고 있는 데다 최근 재정난을 이유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한방병원 규모가 축소되는 현실에서 보다 근본적인 한의과 전문의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는 것.

그럼에도 제도 도입 당시 소수 배출을 근거로 기존 한의사에게 경과조치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신규 과목 개설, 기존 과목 개선 등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구조에서 제도 개선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제도상 난맥을 전공의, 전문의, 유관학회의 의견수렴과 전회원 설문을 포함한 연구결과를 가지고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게 협회의 제안이다.

송미덕 부회장은 “양방은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배출되고 나서 기존 전문의들도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면허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 있다”며 “신설과목 이름, 경과조치, 수련 방법에 대한 이슈가 많은 만큼 추후 간담회에서 분과학회와 전문의들이 생각하고 있는 세부적인 안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방대건 한의협 수석부회장도 “한의계 내부로만 보면 판단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양의나 치의, 전 세계 추세를 본다면 전문의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조금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도영 대한한의학회 회장은 “전문의제도 개선에 대한 담론을 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에 의의를 가진다”면서 “학회에서도 제도 개선을 심도 있게 검토할 수 있는 간담회 내지 회의체를 만들자”고 말했다.

한편 8개 전문분과학회는 한의협을 제외한 이들 분과학회를 중심으로 별개의 협의체 구성 및 ‘한의학회 전문의제도 개선위원회’를 통해 전문의제도 개선을 지속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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