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부천 독거노인 곁 지키는 방문진료 한의사

배승호 한의사, 한결같은 우리동네 지킴이
“인도주의적 차원의 돌봄 제공이야말로 한의사의 소임”
“방문진료, 정기적 관리로 환자 개선 지켜보는 성취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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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윤영혜 기자]“식구 없이 혼자 사는 분들이 남의 얘기 같죠? 그런데 주변에 이런 이웃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설사 아들이나 자녀가 있더라도 신용불량자여서 연락도 안 되는 사정이 딱한 분들인데, 이런 분들은 육체적으로 건강하더라도 정신적으로는 우울증이 있어 방안에 혼자 있다 보니 갑자기 건강이 악화될 확률이 크죠. 가족이 필요한 분들에게 단순히 치료를 넘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한의사로서의 소임 아닐까요?”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서 보성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배승호 한의사에게는 매주 금요일마다 특별한 일정이 있다. 오전 9시 반에 부천 원종복지관으로 출근해 복지사와 지역 내 가가호호를 직접 돌며 방문진료 봉사를 하고 있는 것. 의료기관조차 가지 못할 정도로 신체적, 경제적 능력을 상실한 소외된 이웃들에게 방문진료를 시작한지는 올해로 17년째다. 봉사라는 게 일회성으로 하기는 쉬워도 17년 동안 한결같이 하기는 어려운 법.

특히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안타까운 삶의 현실을 눈으로 보고 나면 심적인 부담도 커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나눌 수 있는 게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찾아가는 한의사, 배승호 원장으로부터 그간의 방문진료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방문진료 대상자의 선정 과정은?

방문진료는 2003년 5월부터 지역 내 원종복지관 주관 하에 복지사와 원종동을 중심으로 고강동, 대장동, 오쇠동까지 진행했고 요즘은 원종동 내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오전 시간 동안 진료대상이 많을 때는 대여섯가구를 가기도 한다. 요즘은 2~3명 정도 정기적으로 집중 진료를 하고 있다.

대상자 발굴 자체는 지역 내 주민들을 잘 아는 복지사가 주로 하고 우리 한의원 환자분들 중에서도 거동이 불편해 자주 올 수 없는 분들을 직접 추천하기도 한다. 최종 결정은 복지사와 함께 하고 있다. 주로 거동이 불편하고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이다.

◇주로 하는 치료는?

침구치료와 물리치료를 주로 한다. 간혹 약물치료가 필요한 분들께 의료보험약재나 첩약을 처방해 투약하기도 한다. 진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일상 생활 개선에 대한 조언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상급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는 복지관과 연계된 병원을 소개, 적시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

특히 부천은 지역 내 의료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수술이 필요해 큰 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복지관이 주도해 병원과 연결시켜 이송시키고 있다.

◇방문진료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자본주의에 큰 반항심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수련의 시절부터 자본주의적 의미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약간의 염증을 느낀 것 같다. 병원 과장직을 마치고 지금 이곳에 1999년에 개원해 진료하던 중 2003년 부천분회 신년회를 통해 지역 내 한의사의 봉사 얘기를 전해 듣고 참여 의지를 불태우게 됐다. 소개로 복지관과 연이 닿아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복지관에서 일정시간을 진료할지, 복지관에서 선별한 환자들을 한의원으로 인도해 진료할지 등을 얘기하다가 자력으로도 충분히 의료기관을 방문해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분들보다 그렇지 못한 분들에게 의료의 손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해 가족이 없는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게 됐다.

◇시작은 쉽지만 17년 동안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이 궁금하다.

주변에 선행과 봉사로 의료인, 한의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진 분들이 있다는 점도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던 비결 같다. 경기지부, 부천분회 한의사들이 허준봉사단으로 활동을 하면서 얘기를 듣기도 하고, 불교 한의의료봉사단체인 한의사불자연합회가 주축이 돼 ‘자비의 인술’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매주 일요일 사찰에 가서 정진 중인 스님은 물론, 베트남·몽골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새터민,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건강상담과 한의진료를 하는데 정기적으로는 아니지만 여유가 될 때 참여하고 있다. 진료 등 현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묵묵히 봉사에 나서는 분들을 보며 그 자체로 힐링을 얻는 셈이다.

◇방문진료의 장점과 단점은?

방문진료는 직접 환자의 집을 방문한다는 의미에서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환자의 개인적인 삶 속으로 직접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더 인간적으로 여러 상황들을 파악할 수 있고 진료하는 환자에 정을 더 느낄 수 있다. 의료인으로서는 장기적으로 꾸준히 질병관리를 하다 보니 환자 상태가 개선되는 것을 지켜보며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대부분이 열악한 상황에 처한 독거노인들이기 때문에 삶의 마지막까지도 지켜봐야 하는 심적 부담감도 있다. 특히 끝내 불행하게 진료를 종료시켜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 아무래도 이동시간 대비 진료시간을 보면 다수에게 혜택을 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정부가 커뮤니티케어를 추진 중이다. 한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진료를 하면서 한계를 느끼는 부분들도 분명 있다.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든가 감염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 현대 첨단 과학기술에 의한 진단 등 한의학만 가지고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게 우리의 삶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의료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한 명의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의 돌봄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요즘은 만성 질환이 많아 한의학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에 따라 진료한다면 시대의 소용돌이에서 휩쓸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1차 의료뿐 아니라 2차, 3차 의료에서도 한의학이 설 자리는 분명히 있다. 의료계가 서로를 구분하지 않고 장점을 승화시키는 일이야말로 커뮤니티케어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한의사로서의 삶의 목표는?

병을 고치는 것이 의료인의 역할이다. ‘더 잘 치료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지금까지 그랬듯 직접 찾아 나서려고 한다. 좋은 동료,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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