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든 정책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길은 열려”

이세연이세연 한의협 의무이사
공공기관 한의사 배치 및 공공병원 한의과 설치 추진
회무, 누군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일

“우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언젠가 더 좋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한의계 현안들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특히 공공의료 분야에서의 한의 역할 확대는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바로 나타나기 어려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아무리 힘든 정책이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하는 대한한의사협회 이세연 의무이사.
그는 공공의료 역할 확대 정책에 한의가 적극적으로 참여될 수 있도록 회무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무엇보다 공공병원에 한의과를 설치하고 공공기관에 한의사가 배치되도록 하는 한편 실질적으로 한의사 보건소장 임용의 사례가 확대되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고 요구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한의계를 위해 나서주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그는 “회무는 나를 위해 누군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은 진료환경을 위해 분회에서, 지부에서, 대의원으로, 임원으로서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창호 선생의 ‘무실’과 ‘역행’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이세연 의무이사. 그는 나이가 들어도 매년 마라톤을 하고 싶고 철인 3종의 꿈도 이루고 싶단다.
다음은 이세연 의무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어떠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가?
한의사의 숭고한 의권을 지키면서 불공정하게 제한된 영역을 확대해 가는 정책을 추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회원들이 진료에 불편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각종 한의약 폄훼에 대한 대응정책을 마련하며 난임, 치매, 월경곤란증, 교의사업 등 지부사업을 지원하면서 국가적 지원사업이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과 공공병원에 한의사 배치 확대로 공공의료 참여를 높이고 보건복지부와 다른 의료단체들과 함께 하는 사회공헌사업 참여 및 대외 의료봉사활동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한다.

Q. 공공의료에서 한의 역할 확대를 위해 어떠한 일을 진행하고 있나?
국립암센터, 일산병원, 보훈병원(대구, 인천만 한의과가 미설치), 교통병원, 경찰병원 등 공공병원에 한의과 설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질병관리본부, 교정시설 등 공공기관에도 한의사가 배치되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꼭 필요하지만 쉽게 단기간에 이뤄지기가 어렵다. 다행히 지난 협회에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난해 진천선수촌에 한의진료실이 개설됐다. 체육회 양의사 의무위원들의 견제 속에서도 많은 분들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결실을 가져왔으며 국가대표선수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뜸사랑 봉사실을 폐쇄한 감사원에서 우리 협회에 요청해 올해 초 한의진료실이 개설됐다. 감사원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요청에 따라 주 2회에서 주 3회로 진료시간도 확대됐다. 이번 집행부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한 만큼 하나씩 결과로 나오도록 준비하겠다.

Q.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한의과장으로도 근무한 적이 있다. 공공의료기관에서의 한의 진료 확대에 대한 생각은?
의정부병원에 근무하면서 공공병원에 한의과가 필수적으로 설치돼야 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도립 의정부병원 한의과는 경기도한의사회에서 경기도청에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요청해 이뤄진 결과물이다. 도청 의사출신 공무원과 공공병원 양방병원장들의 반대가 워낙 강해 쉽지 않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정책을 추진하면 언젠가 길이 열린다.
제가 근무할 때 경기도 6개 공공병원 120여명의 의료진 중 한의사는 저 한명이었다. 한의학이 왜 공공의료에서 외면받아야 할까? 우리가 관심 있게 요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공공병원은 한의과를 설치하면 한의과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게 된다. 공공병원을 주로 찾는 저소득층 환자는 한양방협진 진료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른 진료 만족도도 높다. 국가의 공공의료 역할 확대 정책에 한의가 적극적으로 참여되도록 하고자 한다.

Q. 국립암센터의 경우 한의사 TO가 있음에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암환자에 대한 치료 및 관리를 하는 한방병원, 한의원이 증가 추세고 환자들도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한의약 치료를 많이 선호하고 있다. 한의사와 양의사가 함께 하는 통합암치료에 대한 연구와 학술교류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립암센터가 양방의 기득권 유지만을 위해 국민건강권에 대한 요구를 무시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공공병원에서도 한의과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암환자에 대한 통합 협진 진료를 하도록 하고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국립암센터가 더 이상은 외면하지 못하도록 더욱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Q. 보건소장 한의사 임용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국가인권위에서도 지난 2006년과 2017년 특정 직종을 우대하는 차별행위임을 지적하며 관련 법령 개정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의사면허 소지자를 우선적으로 임용하는 지역보건법 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 치과의사협회, 간호협회와 인식을 같이 하고 공동 대응하기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관련단체와 연대해 국회, 인권위, 복지부 등에 지속적으로 보건소장 임용 차별 법령 개선을 요구하겠다. 또한 작년에 한의사 진료과장이 화천군 보건의료원장에 임명된 것처럼 실질적으로 한의사 보건소장 임용의 사례가 확대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Q. 한의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초등학생 때 서예, 한자를 배우면서 우리문화, 한문을 좋아하게 됐고 동양철학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의천도룡기의 장무기가 한의학을 배운 후 여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걸 보고 한의사가 되길 꿈꾸었다. 현실은 다르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웃음), 제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Q. 인생의 목표 혹은 꿈은 무엇인가?
나이가 들어도 매년 마라톤을 하고 싶다. 철인 3종의 꿈도 이루고 싶다. 가족의 건강과 여유로운 삶을 즐기면서 내가 사랑하는 한의학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스스로도 매일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Q.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적당한 운동이 필요함에도 게을러서 쉽게 시간을 내지 못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산을 참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사정상 가지 못해 아쉽다.
Q. 인생 좌우명은?
고등학생 때부터 안창호 선생님의 ‘무실’과 ‘역행’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꿈 속에서라도 성실을 잃었거든 뼈저리게 뉘우쳐라. 죽더라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처럼 거짓 없이 참되게 힘쓰고자 한다. 정치인은 정치인의 본분을 다하고, 학생은 학생의 본분을 다하고, 한의사는 한의사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무실’이다. “우리 가운데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이 인물이 될 공부를 하지 않는가. 그대는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자가 되라.” 는 말씀처럼 정치인을 비난하고 한의학의 안타까운 현실을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서서 개선하도록 힘쓰고 실천하는 것이 ‘역행’이다.

Q.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저는 한의대생 때 침구사법, 약사법 문제로 투쟁했고 공보의, 군의관도 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만든 선배들에게 분노하고 불신했다. 그러나 제가 임상을 하고 협회일도 하면서 느낀 것은 그동안 선배들도 참 해결하기 힘들었을 정도로 우린 참으로 작고 무력하다는 현실이다. 그동안 선배들에게 도움을 받은 후배로서 이젠 저도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싶어 협회 임원이 됐다. 의욕에 비해 부족함이 많아 맘에 안차실 수도 있지만 비난보다는 건전한 비판을 부탁드린다. 짧은 시간에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언젠가 더 좋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질문 이외에 더 남기고 싶은 말은?
저는 수련의도 하고 개원의도 하고 봉직의도 하면서 임상에 대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 개선이 절실함을 느껴왔다. 우연한 기회에 경기도 지부 임원을 하게 됐고 일한 만큼 성과가 있을 때 보람도 느꼈지만 최선을 다해도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회무는 나를 위해 누군가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 좀 더 나은 우리의 진료환경을 위해 분회에서, 지부에서, 대의원으로, 임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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