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회담 결렬에도 교류·협력의 끈 놓지 않는 한의계

한의학연구원, 제1차 남북전통의학 협력 포럼 개최
“민간 교류 시 동질성 확인할 수 있는 분야가 한의학”
한약진흥재단, 남북 공동 한약재 재배 및 표준화 구상

남북

[한의신문=윤영혜 기자]북미 정상회담과 관계없이 민간에서 남북 간 동질성이 큰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중심으로 풀뿌리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9일 연세세브란스빌딩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 주최로 열린 ‘제1차 남북전통의학 협력 포럼’에서 한의계 전문가들은 남북간 교류를 위해 각 기관별 역할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의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국제 정세 및 북한의 전략’ 주제 발표 뒤 진행된 토론에서 최문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교류 협력에 있어 정부에 인도주의 단체의 대북 제재 면제 요청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회장은 “북미 관계가 주요 핵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와 관계없이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며 “병원이나 제약 시설이 북한에 들어가는 것도 제제 면제 신청 절차를 잘 활용하면 풀뿌리 교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보건의료협정과 관련해 “동서독이 통일되기 대략 16년 전 쯤부터 보건의료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호 교류나 역학조사를 활발히 하고 국회를 압박해 계류돼 있는 보건의료협정 증진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협회 차원에서 민간단체가 할 수 있는 북한과의 교류는 지속하되 정부나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백유상 경희한의대 통일민족의학센터 교수는 대학 차원에서 남북 교류 협력의 물꼬를 어떻게 틀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백 교수는 “오랜 시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되면서 한의학과 고려의학이 많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럼에도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정체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민간에서 교류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동질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한의학이 아닐까”라고 운을 뗐다.

이어 “안보나 경제 분야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회든지 질병의 치료, 예방이라는 부분은 국가 복지의 핵심과제인 만큼 이 분야로 접근한다면 사회적 파급 효과도 클 것”이라며 “통일 한국을 가상 해볼 때 향후 발전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한국적인 고려의학이나 한의학을 중심으로 국가 발전의 동력을 만들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화 전략을 이어나가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또 백 교수는 “걸음마 단계 수준이기는 하지만 경희대 통일민족의학센터에서는 올해 북한과 비공식적 접촉을 통해 만남을 성사시키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며 “경희대 차원에서는 한의학이나 고려의학을 통해 노벨상을 수상한다는 목표를 세워 교류해 보자는 일종의 운동을 하고 있고 이런 슬로건 하에 교육 부분과 연구 부분을 결합해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재 재배나 신약 개발과 관련해 대학이 교육, 연구, 임상과 연관된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성수현 한약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재단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나고야의정서 관련 업무에 대해 설명했다. 성 연구원은 “작년 8월에 전면 시행된 나고야의정서의 핵심은 자원 제공국에 로열티라 할 수 있는 이익을 공유하는 것인데 현재 한약재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국내 토종 자원을 원료로 한 제품과 의약품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남북이 공동으로 한약재를 재배하고 원료를 표준화 한 뒤 제품이나 의약품으로 발전시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성은 보건사회연구원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장은 “사회 보장이나 보건의료 교류 협력 분야의 연구들을 진행해 보면 확실한 것은 북이 국제사회의 제제 이후 제약 산업 등의 분야에서 지원을 못 받아 여러 가지로 상황이 힘들어졌다는 점”이라며 “수입을 못하니까 원료의 주체화를 강조해 고려의학 연구소나 약학 연구소 등에서 약초를 활용한 약물 개발에 매진해 왔으나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평성제약공장에서 생산된 약도 국제 표준과 비교해보면 효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북에서 개발한 약물을 검증하는 기술을 지원해 주는 과정에서 한의약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박재만 어린이의약품 지원본부 총무이사는 “최근 의과대학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북한의 인민보건법, 약초법 등 관련 제도와 법령 검토를 많이 하고 있더라”며 “한의계도 통일 이후 보건의료 분야의 제도가 어떻게 변화될지 대비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동수 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한의학연구원에서는 생약, 한약과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표준화를 진행 중”이라며 “남한을 넘어 백두산까지 한반도를 포괄하는 본초 자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산업화까지 상용화하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한의학연구원에서 최초로 진행하는 오늘 이 포럼은 한의학을 통한 남북 교류 활성화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보건의료 협력의 경우에도 기관마다 제각각 연구하고 있는데 전통의학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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