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서 전통의학 역할 확대 추세 맞춰 한의사의 역할 모색해야

한의학, 21세기 의학적 패러다임에 최적화
제도권 진입 허들 높아져 시범적용 후 근거보강 등 다양한 시도 필요
공급자 아닌 국민의 시각으로 건강중심의 통합의학 추구해야
한‧양방 협진 넘어 융합 실현할 교육 및 의료법 정비
일차의료에 강점있지만 상급의료 보완 방안 고민해야
한의약 고유한 특성에 기반한 규제체계 및 법제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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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일차의료에서 전통의학의 역할을 확대해 가는 국제사회의 흐름 속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 공급자가 아닌 국민의 시각으로 건강중심의 통합의학을 추구해야 하며 한의약의 고유한 특성에 기반한 규제체계 및 법제화도 이뤄져야 하고 실제 의료기관에서 한‧양방 협진을 넘어 한‧양방 융합이 실현될 수 있는 의료교육과 의료법 정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이명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약진흥재단(원장 이응세)이 주관해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보건의료체계에서 한의약의 역할 및 발전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8차 한의약보건정책포럼에서는 △국내 보건의료체계 현주소(경희대학교 동서의학연구소 고성규 소장) △국외 보건의료 법제도 현황 및 시사점(한국법제연구원 이세정 선임연구위원)에 대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고성규 소장에 따르면 의료이원화 체계에서 한의학은 의료서비스 공급 영역에서 현대의학과 대등한 지위로 공식적 인정(법적 근거, 인력양성, 자원관리, 국가의료보장체계 편입, 행정체계 등)을 받고 있고 WHO에서도 독립적, 공식적인 의료공급 시스템으로 인정해 한국, 중국, 베트남을 통합형체계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한의약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조직은 규모가 작고 업무가 과다해 전체 보건의료정책에 관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관계법령에서 의사중심 입법으로 한의계는 소외돼 있는 상황이다.

수적으로 보면 2017년 기준으로 한의사와 의사 수 비율은 1:5, 한의의료기관과 양의의료기관의 비율은 1:2.4 정도다.
반면 건강보험에서 한의의료 청구비중은 5.5%이고 한약제제 청구비중은 0.2%에 불과해 한의는 보장률과 제약산업 등 후방산업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상태다.

연구개발 R&D 예산은 전체 보건의료 R&D 중 한의의료 R&D 비중은 2018년 기준 4.6%이며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교육부 등을 포함하게 되면 2%이내다.
그럼에도 2019년 R&D 예산은 오히려 전년대비 84억원이나 감소했다.

고 소장은 “1000명당 의사수가 OECD 평균이 3.27명인 가운데 한의사를 포함한 우리나라 의사수는 2.2명이며 한의사를 제외하면 1.8명 수준으로 OECD 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해 의사수를 대폭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절감하기 위해 한의사를 활용한다면 1차 보건의료와 필수의료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어느 한쪽이 아닌 임상, 교육, R&D, 정책, 산업 등 모든 관련분야가 통합적으로 성장해야 한의약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한없이 경쟁해 살아남는 분야의 기술적, 의료적인 부분을 한의학과 양의학이 통합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고 소장은 일차의료에 강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상급의료에 취약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세정 선임연구위원은 “전세계적으로 소득 수준의 향상,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등에 따라 전통의약에 대한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유럽연합, 중국은 전통의약의 글로벌 최대 시장이자 이에 관한 규제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표적인 국가로서 최신 법제도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 한의약 정책 수립 및 법제도 구축에 시사하는 바 크다”며 주요 국가들의 전통의약 관련 법제도에 대한 최신 동향을 설명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전통의약 관련 연방 차원의단일 입법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침술, 약초의약품 등의 공적 의료보험으로의 편입 등을 통해 전통의약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경우 전통의약의 법적 정의, 자격제도 구축, 인허가 시스템 마련 등에 있어 각 회원국들간의 규제체계를 조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중의약에 고유한 독자의 법률을 제정하고 그 계승 및 현대적 과학적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더 나아가 중의와 서의의 결합을 통한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무엇보다 한의약은 종래의 치료적 관점의 의학에서 예방의학으로 중점이 옮겨가고 있는 21세기의 의학적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잘 상응한다”며 “미국, 유럽연합, 중국은 글로벌 전통의약 시장의 주요 부분을 점유하는 국가로서 전통의약의 접근성 확대를 위한 규제체계 마련, 전문인력의 육성, 연구개발의 지원 등을 적극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3년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해 한의약 육성 및 발전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지만 안전성과 효능을 수립하기 위한 과학적 증거가 제한적일뿐 아니라 한방치료에서의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 유전자 검사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의약의 과학적 발전에 있어 여러 장애와 한계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선임연구위원은 “의료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양 시스템이 상호보완함으로써 이익이 조화되고 융합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한의약의 고유한 특성에 기반한 시판허가 등 규제체계, 전문인력 양성체계 등을 독자적으로 구축하고 과학적 데이터 확충을 위한 시스템 구축, 새로운 한의약 개발, 표준화 등을 위한 연구 지원 및 평가 시스템 등을 보다 정교하게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김진현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는 △대한한의학회 한창호 정책이사 △대한한의사협회 이은경 부회장 △한국의료법학회 신은주 회장 △경향신문 박효순 부장 △녹색소비자연대 최재성 정책센터장 △한약진흥재단 이화동 정책본부장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창호 이사는 “WHO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국내에서 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 한의사에 대한 요구가 많다. 물론 수적으로는 중국이, 자금지원 측면에서는 일본이 많지만 활동역량에서 보면 한국 한의사가 국제적 무대에서 세계 전통의학의 최선두에 있기 때문에 이에 걸맞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국내 보건의료인력의 양대축 중 하나인 한의사가 의사로서 한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질병중심이 아닌 건강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으로, 일차의료중심의 통합의학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경 부회장은 “중국, 일본, 대만만 보더라도 보건의료시스템안에서 안정적으로 전통의학이 자유롭게 이용되고 있는데 제도권내로 들어가면서 기존에 사용해온 행위와 약을 인정해 준 이후 근거가 만들어지고 경제성 평가까지 해 기준에 맞지 않는 것들은 내보내는 절차를 따랐다”며 “한의계는 이러한 시기를 놓쳐 한의사들의 행위가 제도권에 많이 포함되지 못하면서 여러 문제에 봉착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제도권 내로 진입했던 행위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한의진료는 급여영역에 들어가 제도적, 경제적 제약 없이 공정한 경쟁을 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다만 이제는 허들이 높아져 있어 이를 뚫기 위해 시험적용 후 본사업 여부를 결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이 부회장은 “국제적으로 일차의료영역에서 전통의학의 역할이 확대되고 재활서비스와 가정방문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커뮤니티케어 등 보건의료시스템이 변화해 가는 상황에서 여기에서 한의학의 역할을 찾고 한의학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제도권 진입의 물꼬를 열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은주 회장은 “융복합의 시대에 경계가 무의미해 지는 상황에서 한·양방이 선을 긋고 평행적으로 간다면 퇴보의 길이 될 것이고 국민의 수요 또한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의 구조와 교육, 의료법을 정비해 협진을 넘어 실제 의료기관 내에서 한양방이 융합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전통의학을 활용해 천연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의약품에 대한 권리 보호 방안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재성 센터장은 “국민의 대다수는 한의학을 사랑하고 귀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한의계도 국민의 입장,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국민이 납득할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한의학이 양방의 보조적 역할로 간다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독립된 학문으로서 충분한 역량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본연의 길을 좀 더 발전시키고 다른 학문과 융복함해 가기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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