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필건 회장 추도사(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여론

김필건 회장님을 처음 만났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2012년 가을, 협회 1층 작은 공간에서 숙식하며 천연물신약에 대해 밤새 토론했습니다. 그때 처음 느꼈던 김필건 회장님은 한 마디로 ‘진짜 사나이’였습니다.

사익은 한 줌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의기와 공의를 가지고 ‘옳은 일’이라는 판단이 서면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강한 심장박동으로 해결하러 달려가는 ‘진짜 사나이’ 김필건 회장님은 그렇게 제 인생과 기억 속에 처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요일 오전, 갑작스럽게 들려온 김필건 회장님의 부고 소식은 우리 한의계에 크나 큰 슬픔이 되었습니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목숨 걸고 단식하는 회장, 정부가 합리적 이유 없이 한의사들을 노인정액제 개선에서 제외하는 차별에 맞서서 자신의 생명을 걸었던 회장… 우리가 또 만날 수 있을까요? 김필건 회장님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강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차별에 맞서 싸우며 그 심장은 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심장은 한의사가 국민건강을 위해 마땅히 사용해야할 도구를 가져 오는데 다 쓰여졌습니다. 예순도 되지 않은 생명을 유지하지 못할 만큼, 하나도 남김없이 그 기운을 다 쓰신 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의사는 힘을 모아 단결해서 나아가기 보다는 또 다른 이유로 분열했습니다. 밖에서는 일 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그 분을 괴롭혔습니다. 

저는 김필건 회장님처럼 강한 사나이가 이렇게 급작스러운 운명을 맞이한 것은 고독한 싸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계가 처해있는 불합리와 불평등, 수족을 묶어놓은 각종 제도상의 제약을 이겨내기 위해 단기필마로 적진에 뛰어들어 홀로 외롭게 싸워야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혼자 싸우시지 않게, 저도 싸움터에 나가 힘을 보탰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이렇게 황망히 떠나신게 아닌가 하는 자책과 후회가 밀려옵니다.

우리가 함께 했어야 합니다. 그의 싸움이 외롭지 않았어야 합니다. 김필건 회장님은 가셨지만 그가 이루고자 했던 일들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우리는 비록 소수지만 국민과 대의를 위해 그리고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고인이 맞서 싸웠던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에 대한 저항은 이제 우리 몫으로 남았습니다. 그가 짊어졌던 책임은 우리가 그에게 진 빚이기에 이제는 우리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욱 단결해야합니다. 누구든 혼자 싸우게 놔두어서는 안 됩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비극 없이 오롯이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남은 자들이 분발해야 합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니,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너무 빨리 떠나신 김필건 회장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뜻을 이어 우리가 해야 할 일, 기필코 해내겠습니다.

부디, 아무런 걱정 없는 따뜻한 곳에서 평안하게 영면하소서.

2019년 3월12일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최 혁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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