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법, 의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대 원천적으로 제한”

물리치료 ‘지도’를 ‘처방’으로 변경하고 처방 주체에 한의사 포함
물리치료 관련 검사 및 기기·의약품 관리를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로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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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김대영 기자] 대한물리치료사협회는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가졌다.
의사 독점구조인 현행 의료법 및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로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고 의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대를 원천적으로 제한해 국민의 건강증진과 의료서비스 질적 제고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이유다.

이날 (가칭)물리치료사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김기송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부회장에 따르면 현행법에서의 의사 지도는 물리치료서비스 전달체계를 반영하지 못한 용어일 뿐 아니라 의사와 물리치료사 간 협력적 관계를 정의하는데도 적합하지 않아 의사의 처방 또는 의뢰하에 물리치료사가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제공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타당한 만큼 임상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해 ‘지도’를 ‘처방’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방물리치료가 제도화되고 있음에도 한의와 물리치료 간의 협력체계를 단절시키고 있어 물리치료 처방 주체에 한의사를 포함시켜야 한다.

이와함께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 범위에 물리치료 관련 검사 및 기기·약품 관리 포함, 전문간호사 제도의 장점을 모델로 한 전문물리치료사 제도 도입, 물리치료기록부 작성 규정 등이 요구된다.

김 부회장은 “2025년 초고령화사회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퇴행성만성질환 이환률이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며 이런 만성질환자의 관리는 의학적 치료개념에서 벗어나 관리와 예방 그리고 완화를 위한 사회복지 교육개념으로 접근해가야 한다”며 “초고령화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건강서비스 욕구와 재활요양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의료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지역사회재활과 커뮤니티케어에 물리치료가 포함돼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물치료사법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토론에 참석한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현행 의사의 지도·감독 체계하에서도 의학적 물리치료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물리치료사가 독자적으로 물리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부작용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곤란하게 되고 그 책임소재에 대한 불명확성으로 인해 환자의 피해구제에 만전을 기할 수 없어 오히려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해 발생의 개연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물리치료 관련 검사 및 기기·약품 관리를 물리치료사 고유 업무로 정립하고 전문물리치료사 제도 도입, 물리치료기록부 작성 등은 의료행위성을 부정할 수 없는 물리치료행위에 대해 사실상 물리치료사로 하여금 물리치료 행위 전반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해 결국 단독 개원을 용이하게 하는 방편으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며 사무장병원 개설의 통로로 변질돼 버린 의료생협을 예로 들었다.

김 이사는 “만약 물리치료사를 의료기사의 종별로 인정하면서 별도로 규정할 경우 다른 직역과의 차별이 돼 직역 간 다툼이 발생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모든 의료기사의 개별법 제정이 이뤄져야 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우려가 있다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한의사·의사·치과의사 모두가 물리치료사의 조력을 받아 국민에 보다 나은 물리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되 우려되는 부분까지 담아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를 당부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수급의 가장 큰 문제로 모든 것이 양의사 독점구조로 돼 있는 현행 의료법을 꼽으며 의료의 다양성과 전문성 발휘를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 독점을 깨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대한민국이 맞닥뜨릴 초고령사회에서의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서비스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것.

김 부회장은 이러한 측면에서 논점이 되고 있는 ‘지도’와 ‘처방’ 문제를 보면 각자 서있는 위치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지도’가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고 있고 45년 전의 현실에 맞춰 만들어진 제도가 현재는 직역 독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돼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임상 현장에서는 한방물리치료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심지어 건강보험 급여까지 되고 있음에도 현행법은 한의사의 처방영역을 반영하고 있지 않아 환자들의 비용적 부담이 크고 물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 김 부회장은 “한의의료기관 뿐 아니라 요양병원 등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나은 한방물리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물리치료사의 조력을 받아 국민에게 서비스 돼야 하는 것이 맞다면 이에 대한 법적 개선은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마땅히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방물리치료를 위한 물리치료사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인체를 바라보는 용어가 다르다고 인체가 달라지지 않듯이 본질이 같다면 즉 동일한 부분에 동일한 행위가 이뤄진다면 같은 물리치료로 정리돼야 한다”면서도 질적 제고를 위해 추후 물리치료사 양성과정에 ‘한방물리요법’에 대한 교육과정이 포함되고 기존 배출자는 보수교육 등의 추가교육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언했다.

이용재 호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현행 의료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료법에 너무나 많은 것을 담아놔 이미 포화상태가 됐으며 의료법을 보면 골치가 아플 지경”이라며 “이로인해 일부 전문가에 지나치에 의존적이며 개별 의료인과 의료기사의 전문성 및 독자적 역할 확대를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의료전달체계의 유연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도 직종별 단독법 마련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 실장은 “의료법에 의료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아 현실에서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며 “다만 각 직종들의 면허관리와 업무영역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의료법상 포함돼 있는 의료인의 문제를 독자적 법률체계로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물리치료사법도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권근용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취지에 공감은 하나 정부가 단정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먼저 권 사무관은 “재활에 대한 물리치료사의 전문성과 재활치료에 대한 수요 증가, 현장에서 사실상 처방으로 물리치료가 이뤄지는 부분, 국민의 편익 차원에서 언제까지 의사의 지도아래 의료기관 내로 한정할 것인가라는 시대적 요구는 정부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기술의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다양성 및 확대에 법적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데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며 취지에 공감했다.

다만 권 사무관은 취지에 맞는 실익을 얻기 위한 방법이 꼭 제정법으로 가야 하는 것인지, 물리치료사협회와 관련된 의료계가 준비돼 있는지, 다른 의료기사와 독자적으로 갈 차별성이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권 사무관은 “입법과정에서 이에대해 얼마나 타당한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제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방법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교육과정, 면허의 질 개선, 보수교육, 사고 시 법적 책임 문제, 정원 구조 문제 등 제정법이 마련된 이후 뒤따라야할 것들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고민이 필요해 정부가 단언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구세대의 급성병 중심 시대에서 만들어진 제도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 만성질환 중심 시대, 예방중심의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계절이 바뀌었으면 옷도 바꿔 입어야 한다”며 “한의사와 물리치료사는 손잡아야 한다. 함께 협력해서 각자의 분업 통해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한의협, 간협, 치협이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안에서 단결하고 밖으로 연대하자. 의사의 독점을 깨려면 우리가 손잡고 연대해 함께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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