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으로 확인 안 되는 위장병 치료 길 열려

대한한의학회 예비회원학회 ‘대한담적한의학회’, 학술대회서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 비전 제시
서양의학에 없는 ‘담’ 병리 물질 발견

담적

[한의신문=민보영 기자] 60대 초반에 키 162cm의 여성 환자 A씨는 지난 2003년 몸무게가 28kg까지 감소하는 증상을 겪었다. 대학병원에서 내시경 등 모든 검사를 해봤지만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아 위담한방병원으로 병원을 옮겼다. 위담한방병원은 장 외벽이 그대로 만져질 만큼 복부 지방과 근육이 소실된 모습을 보고 위장이 굳는 ‘담적증후군’을 연구했다. 대한한의학회 예비 회원학회로 지난해 등록한 대한담적한의학회(이하 담적학회)의 창립 배경이다.

담적학회가 지난 3일 한림국제대학원 대학교 1관 한림홀에서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과 미래비전’을 주제로 제2회 정기학술대회를 성황리에 종료했다. A씨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담적증후군에 대한 표준화를 개발한 지 15년 만이다.

이날 학술대회는 △불면증의 한약 치료(주성완 다나을한의원 원장) △두통과 어지럼증의 한약 치료(안세승 옥련한의원 원장) △담적증후군의 개념 및 동반 증상 치료(나병조 위담한방병원 원장) △증례 보고 논문 작성법(김태훈 경희대 한의학임상시험센터 교수) △담적증후군의 한의학적 비전과 미래(최서형 위담한방병원 대표원장) 등의 주제로 진행됐다.

최서형 담적학회장은 인사말에서 “2003년 위장이 굳어지는 난치성 위장병인 ‘담적증후군’을 발견하고 연구하는 동안 진단과 치료의 표준화를 이루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의학의 치료법이 과학화를 이루고 재현성을 갖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오늘 학술대회가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서 발전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구축하는 현장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오늘의 학술대회가 진단과 치료가 안 되는 환자들에게 원인 불명으로 분류된 질환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담적증후군은 독소물질인 담이 위장 외벽에 쌓여 위와 장 조직을 손상시키고 굳게 하는 증상을 말한다. 급식, 폭식, 야식 등으로 점막이 손상되고 상피세포와 점막문이 파괴돼 유해물질의 투과도가 증가해 발생된다. 위장외벽조직이 단단해지고 변이가 이뤄지는 점이 특징이다.

담적학회는 정기가 허할 때 담이 몰려서 생기는 적취를 ‘담적 신드롬’이라고 이름붙인 뒤 14년간의 연구 끝에 치료 표준화에 성공했다. 담적 처방은 위와 장 점막 이면의 조직 손상 병태를 일일이 찾아 개선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담적약 개발에는 특수 미생물이 투입됐고, 경결 조직을 풀어주는 물리치료 기계도 고안됐다.

담적학회가 주로 다루는 담 독소는 염증, 궤양 등 점막 문제를 위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서양의학의 관점에서 진단과 치료가 안 되는 영역이다. 담적학회는 한의학의 대표적 병리 물질인 ‘담’을 연구해 담과 관련이 있는 ‘적취(積聚)’의 발생 기전을 밝혀냈다.

최 학회장은 담적학회의 의학적 의의에 대해 “내시경에 나오지 않는 신경성 위장병의 실체를 알게 되고 이에 대한 치료의 길이 열린 점, 위장병 관련 각종 전신 질병 파악과 관련 치료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점, 위장병이 위장의 국소 질환이 아니라 간장, 심장, 콩팥 등 이웃 장기와의 상호 관계 속에 진행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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