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 부족 현상 ‘지속’

한의학연 직원 중 한의사 인력 10% 불과…지난해 정규직 입사자는 2명에 그쳐
임상 현장서 활용되는 연구 추진 위해선 임상시험 수행할 한의사 인력 충원돼야
한의학연 내부서도 처우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 제기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최근 근거중심의학(EBM)이 의료계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양의계는 물론 한의계에서도 임상연구를 통한 다양한 근거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의계의 현실은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이후 대부분 개원으로의 진로를 모색하고 있어,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은 늘상 부족하기만 한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 부족 현상은 정부출연연구기관 25개 중 하나로 명실공히 한의약 분야의 국내 최대 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원활한 한의약 임상연구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의학연은 1994년 한의학연구소로 개소한 이후 2004년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인력이나 예산 등 양적인 부분에서는 급성장한 반면 질적인 성장면에서는 아직까지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즉 한의계 내부에서는 임상한의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한의학연의 대표적인 연구성과가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임상 한의사들의 활용할 만한 실질적인 임상기술 개발이 더딘 이유로 한의계에서는 한의학연에 근무하는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의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한의대생들의 인식 변화로 개원 이외에도 연구 분야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는 한의대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표적인 한의약 연구기관인 한의학연에는 아직까지도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이 부족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월 새롭게 취임한 김종열 한의학연 원장은 언론을 통해 한의학연 내 한방병원을 설립해 수요자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의약 임상연구를 늘림으로써 실체가 없는 실적 위주의 연구는 철저히 지양하고, 임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으로, 이를 위해서는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임상연구 추진이 전제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의학연의 내부 사정을 보면 활발한 한의약 임상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한의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한의학연 직원 중 한의사는 총 38명으로, 한의학연 전체 직원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표적인 한의약 연구기관임에도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들이 한의학연은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로 한의계에서는 한의사 인력에 대한 처우가 오히려 다른 연구기관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2014년 (한의사)면허수당이 폐지된 이후 입사한 한의사(정규직 기준) 8명 중 3명(37.5%)이 퇴사했으며, 이는 면허수당 폐지 전 입사한 정규직 한의사 중 2014년 이후 퇴사자의 수와 비교했을 경우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한 2014년 이전 입사자는 기존에 받던 면허수당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에 같은 한의사 내에서도 2014년 이후 입사자는 급여 부분에서 차별을 받고 있어 불만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한의학연에서는 학부생 연구프로그램 등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참여 학생들에게 연구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연구결과를 SCI(E)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을 비롯해 각 한의과대학에서도 다양한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 개설을 통해 학부 시절부터 연구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한의대생들의 연구 분야로의 진출을 도모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개원이 아닌 연구 분야의 진출을 꾀하는 한의대생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책기관인 한의학연 이외에도 자생척추관절연구소, 청연의학연구소 등 민간 연구기관도 점차 활성화 되고 있으며, 이들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연구역량이 있는 한의사들을 영입하기 위해 임상의에 준하는 수준에 급여를 제시하는 등 연구인력 처우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고 있다.

반면 한의학연의 경우에는 지난해 총 5차의 정규직 채용공고 중 한의학(의학 포함) 전공자로 제한한 공고가 총 7차례 진행됐지만, 지난해 한의학연 정규직 입사자는 단 2명에 불과할 정도로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 영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모 한의과대학 A교수는 “현재의 한의사 연구인력의 처우로는 과연 채용공고에서 자격을 제시한 전문의 또는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의사가 얼마나 지원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물론 한의대생들이 연구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한의학연에 왜 한의사 출신 연구자들이 입사를 꺼려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는 한의학연의 한의사 출신 연구인력 영입은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급여체계 개선 등 한의사 연구인력의 처우 개선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 시행돼야 우수한 연구역량을 가진 한의사 연구인력의 채용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와 같이 활발한 한의약 임상연구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의학연의 미래는 물론 나아가 한의약 발전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 및 예방에 대한 기여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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