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국민요구에 응답한 사법부 판결 ‘주목’

헌법재판소 및 서울고등법원 등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당위성 인정 판결 이어져
사법부, ‘의료행위란 의학의 발달·사회의 발전,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에 수반해 얼마든지 변화 가능’ 인식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지난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명연 의원(자유한국당)에 이어 지난 8일 인재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한의사가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에 신한방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설치·운영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발의함으로써 한의계의 가장 큰 숙원이었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법률이 있기까지는 국민들의 공감대 아래 지속적인 한의계의 노력과 함께 국회에서의 관심과 지적과 더불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사법부의 판결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사법부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의료기기 사용 자체보다는 해당 의료기기를 활용해 시술한 행위의 이론적 근거와 접근방법이 무엇인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 전산화 단층 촬영장치(CT), X-선 골밀도 측정기,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 광선조사기(IPL) 등을 진료에 활용한 한의사에게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된다며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사법부의 판결과는 달리 국민들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이중으로 진료비를 지출할 뿐만 아니라 불편이 있다는 의견과 함께 한의의료를 좀 더 객관화·과학화 해달라는 요구를 지속해 왔다. 이 같은 국민들의 요구에 응답하듯 사법부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법 해석을 내리기 시작했고, 그 신호탄이 바로 2013년 12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결이다.

◇헌재, 안압측정기 등 한의의 전통적 진단방법에 해당

07-1헌재의 판결은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5종의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헌재는 “안질환 관련 검사기기들과 청력검사기를 이용한 검사는 자동화된 기기를 통한 안압, 굴절도, 시야, 수정체 혼탁, 청력 등에 관한 기초적인 결과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신체에 어떤 위해를 가할 우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위 검사기기는 작동과 결과 추출 및 해독에 있어 전문적 식견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의료관계 법령에서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서 안경사가 자동굴절검사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둔 이외에 달리 이 사건기기들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헌재는 “위 기기들을 사용해 환자들의 근시, 원시, 녹내장, 청력이상 등의 진단을 하는 것은 한방의 전통적 진단방법인 절진(切診), 망진(望診), 문진(問診)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한의대의 안이비인후과 및 해부학 수업계획서를 보면 한의학적인 눈의 이해 및 안질환에 대한 강의, 안구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된 뇌파계 관련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의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 있는 바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돼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뤄질 수 있다면 뇌파계의 개발 및 뇌파계를 이용한 의학적 진단 등이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뇌파계를 사용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특히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법원의 변화된 판결과 함께 법학자 및 법조계에서도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허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의약 정의 개정,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범위 넓힌 것

지난해 9월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보건의료법정책연구센터가 ‘의료법과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주제로 개최한 ‘제2회 HeLP 헬스케어 콜로키엄’ 지정토론자로 참석한 손계룡 변호사(법무법인 이인)는 “2011년 한의약육성법 중 제2조 정의 부분이 개정되면서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라는 문구가 들어간 것은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판단이 녹아들어간 것이며, 한의학 또는 한의학적 의료행위에 대한 범위를 넓혀준 것”이라며 “이처럼 한의약육성법 개정이 갖는 의미는 이만큼이 넓어졌다는 것이고 넓어진 만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뇌파계와 관련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도 예전과는 다른 사법부의 전향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손용근 석좌교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건강 보호·증진에 부합

특히 최근에는 손용근 한양대 석좌교수(변호사)가 법률신문 ‘판례평석’을 통해 중의학에서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이유는 중의사가 의료기기를 활용해 질병 변화와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진단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언급하는 한편 초음파골밀도측정기의 경우 건보공단 각 지사 건강측정실에서 비의료인의 상담만으로 이뤄지는 실정에서 의료인인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모순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기술 변화와 사회적 통념을 고려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국민건강의 보호·증진 및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보장에 부합되는 것임을 고민해볼 때이며, 이에 맞는 입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같은 사법부의 변화된 모습과 관련 한의계 관계자는 “최근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사법부의 판단이 변화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상황은 물론 의료수요자인 국민들의 요구와 인식을 반영한 전향적인 판례라고 생각된다”며 “사법부가 잇달아 자격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적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있는 만큼 이번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한의사들이 국민건강 증진 및 예방에 보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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