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양’ 아닌 ‘기능’ 문제 부각…재정·성과체계 개편 요구
▲(왼쪽부터) 임이자 의원장, 이수진·최보윤 의원
[한의신문] 지역·필수·공공의료를 담당할 공공병원의 기능과 재정 구조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 종합병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이 84곳, 포괄 2차 기능이 미흡한 지역이 28곳에 달하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특별회계·기금 도입과 성과 중심 재정 운영을 통한 구조 개편의 시급성이 제기됐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임이자 위원장은 6일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기능 중심 재정 집행 방안을 모색했다.
임이자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공공의료기관이 노인병원이나 특정 질환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는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에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재정 배분과 집행에 대한 전략적 해법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간사)은 “지역의사제에 이어 공공의대 및 공공의전원법도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국민이라면 거주 지역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논의된 사안을 복지위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보윤 의원(국민의힘)은 “지역의료기관에 대한 인식 및 신뢰를 제고하고자 ‘상급 종합병원’을 ‘중증 종합병원’으로 명칭을 바꾸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으로, 앞으로도 보건복지위원으로서 그 역할들을 재정위와 연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공공보건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공보건의료 확충 방안(유원섭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 △공공보건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재정 기반 구축 방안(옥민수 울산대 의대 교수)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공공의료, ‘기관 수’보다 ‘기능’…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구축 시급”
이날 유원섭 본부장은 공공보건의료를 국가·지자체·공공·민간이 함께 책임지는 체계로 규정하고,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는 보편적 의료 보장을 중심으로 공공의료 재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본부장이 의료취약도를 분석한 결과, 종합병원 1시간 내 접근이 어려운 기초자치단체가 84곳에 달하고, 포괄 2차 기능이 부족한 지역도 28곳에 이른다.
그는 “해당 지역 중 18곳에는 이미 공공의료기관이 있으나 필수의료를 담당할 기능과 역량이 부족한 곳이 많다”며 “기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역거점 공공병원 41개소 가운데 포괄 2차 기능을 갖춘 곳은 4개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본부장은 공공의료기관의 양적 기반과 지역 편차 문제도 짚었다. 일반진료 중심 공공의료기관은 66개소로, 이 중 종합병원급은 62개소이며, 300병상 초과 기관은 24개소에 불과했다.
유 본부장은 현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정책 기반 확대에 맞춘 거버넌스 전면 개편 안으로 △지방정부 자율·책임 강화 △중앙·지방 협력체계 구축 △근거 기반 정책 플랫폼 강화 △별도 재정 확보 및 지원체계 정비 등을을 제시했다.
이어 △중앙·지방 정책협의 제도화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 강화 △시민 참여 거버넌스 활성화를 통한 정책 수용성과 실행력 제고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또한 중앙·지방정부가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로는 △지역 단위 필수의료 수요·자원 평가 △이해관계자 파악 △서비스 이용 현황 및 공급 역량 분석 △접근성 격차 모니터링 △지역사회 협의 강화 △인력 확보 및 재정·성과 보상 체계 구축 △지속적 평가·질 관리 지원 등을, 공공병원의 서비스 개선 안으로는 △공공의료기관 역량 강화와 AI 기반 스마트병원 구축을 통한 지역필수의료 선도 △공공보건의료 인력 전주기 양성·지원과 인력 거버넌스 구축 △책임의료기관 중심 전달체계 혁신과 성과관리 고도화 △응급·외상·심뇌·암 등 필수중증 대응체계 강화 및 취약계층 접근성 확대 △중앙·지방 거버넌스 개편과 재정 조달체계 정비 등이다.
그는 “정책 패키지가 실질적인 예산과 제도 개편으로 이어질 때 지역 의료격차 해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건보만으로는 한계”…지역·필수의료 재정구조 전면 재설계 촉구
이어진 발표에서 공공보건의료서비스 개선의 핵심을 ‘재정 기반 구축’으로 규정한 옥민수 교수는 “응급·중증·취약지 의료는 수요 예측이 어렵지만 24시간 대응을 위해 상시 인력과 자산이 필요하다”며 “행위 중심 보상체계로는 의료행위가 적은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유지하기 어려워 인력 이탈과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목적과 비용 성격에 맞는 다양한 재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지·필·공 특별회계 신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예상 규모가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충분한 대응력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기존 사업을 단순 편입하는 방식이 아닌 신규 사업과 고정비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 교수는 중장기 대응이 필요한 영역을 위한 기금 논의 재개도 촉구한 데 이어 “예산·기금은 고정비와 장기 투자에, 건보는 가변적 비용 지원에 맡기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가치(성과) 중심 재정 운용을 위한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전달체계 기능 수행 △지역 완결 기여 △의료의 질과 공공성 등을 제시하며 “책임의료기관 성과 기반 보상과 특별회계 사업에 대한 엄격한 평가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특별회계·기금·성과보상 강조…공공의료 재정개편 공감대
한편 이경수 영남대 부총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보건의료 재정은 비용이 아닌 국가 기반에 대한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재정 확보의 시급성과 실현 가능성 △재원 배분과 성과 관리 강화 △공적 거버넌스 구축과 민간 협력 확대를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특별회계와 기금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세입 기반 마련이 필수”라며 “담뱃세 등 세금 부과의 경우 사회적 저항이 예상되는 만큼 재원 목적과 사용처를 명확히 해 국민적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희정 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정책연구실장은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보건의료의 역할과 다층적 재원 구조의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공공보건의료 자원 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 구축 △민간 의료기관의 공적 역할 강화를 위한 거버넌스 확립 △공공의료기관의 질적·양적 확충 △차등 보상과 특별회계·기금 등 다층적 재정 기반 마련을 주문했다.
남경철 기획예산처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130조 원 규모의 비급여 의료시장과 GDP 대비 10%에 달하는 거대한 의료산업에 반해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과 박리다매식 진료 구조는 지역 의료 생태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지·필·공 붕괴는 보건복지부의 20여 년간 수가체계와 재정 구조 개혁이 미흡했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제는 관련 재정·보상체계 재설계에 따라 적극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승아 보건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건보를 통한 지역의료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겠다”면서도 “거버넌스 구축은 건보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지역의 노력과 관련 기관 간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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