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임상실습 교육은 향후 학생들이 실제 진료 현장에 나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핵심 과정으로, 각 한의과대학에서는 보다 양질의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사상체질과 이의주 교수는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을 이용한 임상실습 교육을 도입·운영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올해 2학기(6월)부터 ‘사상체질과’ 임상실습 시간에 VR 기반 두경부 현훈 추나요법 실습을 정규 커리큘럼으로 수행하고 있다. 어지럼증(현훈)과 관련된 두경부 추나요법은 숙련도를 요하는 시술인 만큼 반복적인 학습과 실시간 피드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경희대 한의대에서는 이같은 요구에 부응키 위해 VR 기술을 활용한 실습 콘텐츠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가상환자와 함께 하는 몰입형 추나요법 실습
수업에서 학생들은 VR 헤드셋을 착용한 채 가상환자와 상호작용하며, 어지럼증과 관련된 두경부의 주요 근육인 △상부승모근 △흉쇄유돌근 △사각근 △견갑거근 등을 대상으로 실습을 진행한다. 실습은 각 단계 시술별로 시간 제한과 함께 정확한 손 위치 및 압력 등에 대한 안내받으며 이뤄지며, 실습 후에는 즉각적인 피드백과 채점 결과를 통해 자신의 숙련도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수업에서 활용되는 프로그램은 지난해 경희대 교수학습개발원의 ‘사상의학1’ 첨단기술 콘텐츠 개발사업을 통해 척추신경추나의학회(회장 양회천·부회장 송경송·교육위원 김준)의 지원으로 개발된 것으로, 실습 콘텐츠는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현훈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 및 고도화 과제(RS-2024-00441603)’를 통해 제시된 임상적 활용이 반영돼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의주 교수는 “VR-현훈추나 프로그램의 강점은 학생들이 실제 환자 없이도 자유롭게 실습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기존 실습에서는 환자의 상태나 실습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충분한 경험을 얻기 어려웠던 반면, 가상환경에서는 언제든지 실습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자연스러운 반복과 오차 수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 시스템에는 ‘현실 모드’ 기능이 포함돼 있어 실습실 실제 영상 위에 가상환자를 겹쳐 보여주는 혼합현실 환경에서 동료 학생 간의 상호실습도 지원 가능하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시술 순서, 경과 시간, 자세 등을 확인하며 실습할 수 있고, 교수자는 채점 결과를 토대로 학생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 교수-학습의 효율성 또한 대폭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어 “향후 이 프로그램은 학생이 움직인 손동작과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기반의 진단 및 피드백 시스템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모색 중”이라며 “이는 단순한 체험형 콘텐츠를 넘어, 진단·치료 능력 향상을 위한 스마트 실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현실 넘어 확장현실 기반한 프로그램으로 진화
한편 VR 현훈추나 실습은 한의학의 전통적인 수기치료법과 최첨단 ICT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교육 모델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추나의학과 같은 전통 이론이 실제 치료 기술과 연결되는 실습 콘텐츠로 구현되며, 학생들은 한의학적 개념뿐 아니라 실제 임상 능력까지 함께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실습이 끝난 후 제공되는 종합 피드백 리포트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강점과 보완점을 파악하고, 이후 실습 또는 이론 학습에 반영할 수 있어 진정한 의미의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진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의주 교수는 “앞으로 경희대 한의대에서는 VR 현훈추나 실습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질환군에 적용 가능한 VR 실습 콘텐츠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2025 산·학·연 Collabo R&D 과제(RS-2025-02305807)를 통해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기반으로 확장시킬 예정으로, 척추신경추나의학회와 공동연구로 진행한다”며 “이를 통해 국내외 한의과대학 교육 현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 디지털 헬스 시대에 발맞춘 한의학 교육의 선도적 사례로 자리매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