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과의 제도·교육·임상·산업 협력을 통해 본 한의약 세계화 전략
(상편)
오현민 국제/기획이사
(대한한의사협회)
Ⅰ. 한의약 국제 교류, 이제는 ‘실행을 전제로’ 논의할 단계
한의약의 세계화는 오랜 시간 한의계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해외 의료봉사, 학술 교류, 단기 연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그 이후 무엇이 남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늘 따라왔다. 교류가 교류로 끝나지 않고, 제도·교육·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추진되었다. 이번 일정은 단순한 가능성 탐색이나 관계 확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제도 정비와 프로그램 실행을 전제로 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지금 당장 가능한 것부터 진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실행 단계로의 전환이 분명히 논의되었다.
필자는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 이사로서 협회장과 함께 이번 일정에 참여했으며, 이번 방문은 우즈벡 보건부와 대한한의사협회의 공식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의 활동이 아닌, 협회를 중심으로 한의약 전반의 국제 교류 기반을 점검하고 실행 구조를 논의한 자리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Ⅱ. 협회를 중심으로 한 ‘대표성 있는 실행 구조’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한의약 분야의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협의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천을 전제로 한 역할 분담 구조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교육 분야 전문가로는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류호룡 학장이 참여하여 교육 체계와 학문적 기준의 관점에서 국제 교류와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자문하였다. 임상 분야에서는 한국바이오헬스학회 양유찬 회장이 동행하여 실제적인 일상 진료 현장에서 경험한 한의의료기관의 개업부터 경영까지의 모든 과정에 대한 부분을 임상의로서의 관점을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조언하고 점검하였다.
한의약산업 분야로는 한의약산업발전협의회 총회 최형일 의장이 참여해서 전통의학 및 현대 첨단 기술 기반의 보건·복지·바이오·제약 산업의 관점에서 우즈벡 산업 환경과 제도적 여건을 한국의 현황과 비교 분석하고 향후 한의약 세계화를 위한 기반 조성에 대한 논의를 함께 진행했다.
필자는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 이사로서, 협회를 중심으로 교육·임상·산업 각 영역의 논의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 이번 일정을 함께 했다. 이는 개인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한 구성이 아니라, 협회가 주축이 되어 각 직역 간의 필수적인 실행 구조를 책임성 있게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정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다.
Ⅲ.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 역사적 기반과 제도화의 흐름
1. 중앙아시아 전통의학의 출발지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학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민간 치료 경험과 함께, 중세 이슬람 의학 전통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어 왔다. 이 지역은 그리스·로마 자연철학이 이슬람 문명권으로 흡수·재해석되는 과정의 중요한 무대였으며,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의학적 사유 역시 발전해 왔다.
특히 중세 이슬람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의사이자 철학자인 이븐 시나(Avicenna)는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지역인 부하라 인근에서 태어나 활동했으며, 그의 의학적 사유는 이후 오랜 기간 중앙아시아 전통의학 및 유럽의 서양의학 형성 과정에서 이론적인 구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권 의약에 이븐 시나가 위대하게 언급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철학적 업적과 맥락 때문이다.
다만 현대적 의미에서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을 하나의 고정된 체계로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역사적 요소와 다양한 문명의 의학적 경험이 교류하고 융합되어 형성된 독특한 전통의학 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하겠다.
2. 한의약 기반의 전통의학센터와 국가 보건의료 관리 체계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중요한 변화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전통의학을 국가 차원의 관리와 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건부 산하 전통의학센터는 이러한 정책 방향의 핵심 기관으로, 전통의학 교육과 활동을 일정한 기준 아래 관리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 이수 시간, 수료 체계, 활동 범위 등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가 있으며, 완성된 제도라기보다는 실행과 보완을 병행하여 발전시키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한의약 분야와의 협력이 단순한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실제적인 보건 제도의 정비를 위한 핵심적 가치로서의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Ⅳ. ‘배우고 싶다’에서 ‘함께 정비하자’로
전통의학센터 및 현지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점은, 한국의 전통의학을 단순히 참고 사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배우고, 제도적으로 정비해 나가기 위한 보건의료체계 모델이라는 인식이었다.
이는 특정 치료 기술에 대한 관심을 넘어, 상호적인 교육·연수·제도 전반을 함께 논의하자는 적극적인 태도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한국 한의사들의 의료봉사와 교류를 통해 축적된 신뢰 위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논의에서는 장기 과제와 별도로, 현행 제도 범위 내에서 지금 당장, 오늘부터 바로 실행가능한 내용들을 확인해서 실천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우즈베키스탄 측은 실행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한국의 실무 추진 방식에 대한 이해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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