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현민 대한한의사협회 국제이사
지난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건강을 위한 하나의 세계’를 주제로 개최된 제78차 세계보건총회(WHA78)에는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과 국제이사를 맡고 있는 필자 및 한국한의약진흥원 세계화센터 이영민 센터장과 최서란 연구원 등 4명의 대표단이 참석했다.
대표단은 WHO 총회 본회의 참석을 비롯해 전통의학 관련 부대행사 참여와 WHO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 주제네바대한민국대표부 및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세계 전통의학 전략(2025~2034)의 확정과 향후 구조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논의할 수 있었다.

▶ WHO 전통의학 전략(2025~2034) 주요 내용
WHO는 이번 총회를 통해 올해부터 향후 10년 동안 세계 각국의 전통의학, 보완의학, 통합의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WHO traditional medicine strategy: 2025 - 2034’를 회원국의 지지속에 공식 채택했다.
이는 기존의 ‘전통의학(Traditional Medicine)’ 범주에 보완의학(Complementary Medicine)과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을 명확히 포함시킨 문서로, 향후 WHO 보건 정책 안에서 TCIM이 체계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기반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 전략은 △TCIM의 과학적 근거 강화 △제품·서비스·인력에 대한 적절한 규제 체계 마련 △보건시스템 내 TCIM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통합 △다부처 간 협력 및 공동 책임 구조 확립 등 4가지 핵심 목표를 제시했다.
이 모든 목표는 WHO가 제시한 9대 원칙(인간 중심의 접근, 증거 기반, 통합적 접근, 문화적 적합성, 지속 가능성, 교육 및 훈련, 정책 개발, 협력, 모니터링 및 평가)을 바탕으로 수립됐으며, 각국 보건 시스템에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협회 대표단의 활동 및 공식 교류
협회 대표단은 WHO 통합보건의료국장 Dr. Rudi Eggers와 면담을 갖고, WHO TCIM 전략의 구조와 운영 체계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Dr. Eggers는 TCIM 관련 정책은 제네바 본부에서 국제 기준과 정책을 수립하고, 인도 잠나가르에 위치한 WHO 글로벌전통의학센터(GTMC)에서 연구 근거 생성을 담당하는 이원화 구조로 실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WHO는 오는 2025년 12월 2일~4일 인도 뉴델리에서 제2차 전통의학 글로벌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으며, 한국 측의 참여를 권유했다.
총회 기간 동안 협회 대표단은 WHO 전통의학 관련 부대 행사 및 기술 브리핑 참석, 주제네바대한민국대표부,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과의 면담, 한의약 세계화 방향과 WHO 전략 연계 가능성에 대한 실무적 논의를 진행했다.

▶ WHO 전략이 제시하는 구조적 방향성과 협회의 준비 과제
이번 WHO TCIM 전략은 전 세계 회원국들에게 △TCIM 실무자 자격 및 분류 체계 수립 △임상시험 등록 시스템을 통한 근거 기반 자료 확장 △1차 의료 내 TCIM의 안전한 통합 모델 개발 △현대의학과 TCIM의 교육 커리큘럼 상호 이해 촉진 △국가별 TCIM 정책·연구·데이터 플랫폼 구축 지원 등과 같은 구조적 방향을 제시했다.
이 같은 전략은 강제적인 정책이 아닌 WHO 차원의 국제적 권고사항으로, 회원국의 정책 수립 및 실행은 각국의 보건 체계와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와 같은 변화에 대응해 국내 한의계가 준비해야 할 사안들을 정리하고, 국제 기준과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 맺으며
이번 WHO 총회를 통해 전통의학이 단지 보완적 요소를 넘어, 국제 보건 전략의 체계적 일환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공식화됐다.
협회는 앞으로도 국제 보건 기구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한의사 회원 여러분들의 활동이 세계 속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반 마련에 힘쓸 것이다.
이번 WHO 총회 참석은 한의계가 국제 정책 흐름을 더욱 면밀히 이해하고, 협회 차원의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됐으며, 향후 세계 각국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한의학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실질적 협력 확대를 모색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