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혁 교수(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한의신문=기강서 기자] 대한침구의학회(이하 침구의학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침구의학 발전의 주축이 될 신진 연구자들을 위한 시상식이 진행된 가운데 구본혁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교수가 우수연구자상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본란에서는 구본혁 교수로부터 수상 소감 및 침구의학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구본혁 교수는 현재 안면마비센터, 척추센터, 한방턱관절클리닉에서 진료하고 있으며, 진료와 연계해 안면신경마비 질환에 관한 연구와 다양한 질환에 적용 가능한 매선침 치료기술에 관한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편집자주>

Q. 최우수상을 수상한 소감은?
50주년의 깊은 역사를 가진 침구의학회에서 이렇게 뜻깊은 상을 주셔서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연구를 수행하고, 논문을 발표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었는데 큰 상으로 보답받아 더욱 기쁘고, 앞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데 많은 힘이 될 것 같다. 아직 연구자로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신진 연구자로서 앞으로 더욱 정진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한의계에 실질적 보탬이 될 수 있는 연구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또한 이렇게 영광스러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 활동을 지도·지원해주신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침구과 남상수·백용현·서병관·박연철·김정현 교수님과 전공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Q. 침구의학회 추계학술대회서 발표한 연구 내용은?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요추 추간판 탈출증 및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대한 매선침 연구’는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척추센터 서병관 교수님과 안면마비센터 남상수 교수님께서 연구책임자이신 연구과제에 각각 참여해 진행한 연구과제의 결과물이다.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에 대한 매선침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먼저 기존에 발표된 연구에 대해서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해 2020년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 저널에 발표한 바 있다.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한 결과 국내에서 수행된 연구는 없었으며, 중국에서 수행한 연구만 다수 검색됐고, 특히 연구대상자 눈가림(Blinding)이 수행된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연구의 질적 측면에서 비뚤림 위험(risk of bias)이 높게 평가됐다.
이러한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선침과 매선사를 제거한 가짜매선침을 각각 35명의 연구 대상자에게 눈가림하여 시술 후 효과를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8주간 주 1회 매선침과 가짜매선침을 각각 시행하고, 이후 8주를 추적관찰하는 총 16주의 임상시험을 수행한 결과, 요통에 대한 VAS(visual analogue scale·시각통증척도) 점수에서 치료 종료 시점에 해당하는 8주까지는 두 군에서 비슷한 정도의 호전이 나타났지만, 추적관찰이 끝나는 16주 시점에서는 가짜매선침의 경우 8주 차에 비해 통증이 다시 악화된 반면, 매선침의 경우 통증이 더 호전돼 가짜매선침보다 더 유의하게 통증이 감소한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방사통 VAS와 ODI(Oswestry disability index) 기능 점수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지 못했지만, 치료 종료 후 매선침에서 효과가 좀 더 유지되는 경향성을 나타내, 이러한 결과가 매선침의 장기적인 유침 효과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눈가림이 적절하게 수행됐는지 평가한 blinding index 측면에서 눈가림이 성공적으로 수행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해당 연구결과는 2022년 ‘Complementary Therapies in Clinical Practice’ 저널에 발표했다.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대한 매선침 치료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최초로 임상시험을 수행해 2020년 ‘European Journal of Integrative Medicine’에 결과를 발표했으며, 매선침이 가짜매선침보다 FDI(facial disability index)의 신체기능 점수를 유의하게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보였지만, 참고할 만한 기존의 연구 없이 최초로 수행했던 임상시험이었기 때문에 시술 모델 설계, 평가지표 선정, 샘플 사이즈 산정 측면에서 한계점을 보였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진료현장에서 매선침을 활용하고 있는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시술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시술모델을 새롭게 개정했으며,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에서 진료를 통해 매선침을 시술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후향적 관찰연구 및 환자 경험 평가를 수행해 환자가 실제 느끼는 불편함이 무엇인지, 매선침 치료로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실제 시술받았을 때 효과는 어떠했고, 부작용은 없었는지 등을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설문조사 결과와 후향적 관찰연구 결과는 2022년과 2023년에 ‘Medicine’ 저널에 두 편의 논문으로 발표했으며, 조사 결과를 반영해 설계한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대한 매선침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올해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과 부산대학교한방병원이 공동으로 개시, 2024년까지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Q. 향후 목표는?
연구자이기 이전에 임상현장에서 진료를 하는 한 명의 한의사로서 항상 실제 진료에서 활용성이 높은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치료 방법, 효과, 안전성에 대해 보다 신뢰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실제로 제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들은 대부분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또는 환자를 상담하는 중에 제시하고 싶은 근거 데이터가 부족할 때 연구 주제로 발전시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Q. 한의약에서 침 치료의 장점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침 치료의 장점은 도구와 기법 측면에서 활용성이 무궁무진하게 넓다는 점이다. 근위취혈과 원위취혈을 아우르는 다양한 침법들과 호침·장침·전침·온침·화침·피내침·약침·매선침·침도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 관점에서 침 치료는 단순히 침으로 찌르는 치료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침 치료 기술의 넓은 활용성을 국민들이 널리 알 수 있도록 지속해서 객관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하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침구의학의 발전을 위한 방안은?
침구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이미 임상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기존 침 치료 기술의 유효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계된 방법론을 통해 증명하는 것이다. 침 치료는 실제 임상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임상 데이터들을 단순히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설계된 연구 방법론을 통해 치료 성과를 확인하기 위한 데이터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현대적으로 개발된 과학기술과 접목해 침 치료 기술의 활용 분야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매선침 분야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으며, 향후 매선침의 형태나 소재 개발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또한 한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초음파와 같은 영상진단기기를 활용한 침도·약침 치료 기술도 일례가 될 수 있다. 침구 치료 기술이 과거의 형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활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