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침구의학회(회장 양기영)가 12일 서울 중구 한일빌딩에서 ‘2023년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 침구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학술대회는 대한침구의학회 출범 50주년을 기념해 한·일 침구학 전문가, 전날 진행된 학술대회 수상자들이 발표에 참여했다.

양기영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올해는 대한침구의학회가 출범한 지 50년이 되는 해”라면서 “‘미래를 열다: 전통과 혁신이 만나는 침구의학’을 슬로건으로 진행되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대한침구의학회의 지난 50년 동안의 업적을 기리고, 미래를 향해 더욱 발전해 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백용현 명예회장은 축사에서 “대한침구의학회는 지난 50년 동안 한국 한의학의 학술적 발전을 견인해 왔다”면서 “앞으로의 50년은 전 세계 전통의학의 학술 담론을 선도할 수 있는 학회로 자리잡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쿠로 와카야마 전일본침구학회 회장은 “대한침구의학회의 창립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를 축하한다”면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일본의 침구학 사례에 대해서도 발표가 진행되는데, 양국 간 학술교류가 침구학 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 한국과 일본의 한·양방 통합의료 현황

이어진 강연에서는 △한·일 교류 특별 세션(손지형 국립재활원 과장·서병관 경희대 교수·신 타카야마 센다이도호쿠대학 교수·소이치로 카네코 니가타의료복지대학 교수) △학술대상 수상자 발표 △초음파와 침도(서병관 경희대 교수·김은석 부산대 한의전문대학원 교수·임정태 원광대 교수·최가원 산돌한의원장) △신침요법과 AI(박연철 경희대 교수·김주희 상지대 교수·김재홍 동신대 교수·이현훈 서울대병원 연구교수)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한·일 교류 특별 세션에서 손지형 과장과 서병관 교수는 ‘한·양방 협진 기반 통합의료’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손 과장은 “국립재활원은 지난 2010년 한의과를 설치한 이래 이듬해 협진 교육과 심포지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손 과장은 이어 “국립재활원에서는 연간 4000여 건의 협진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주로 뇌졸중·뇌손상·척추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마비·경직·통증·변비·불면·무기력·식욕부진·우울 등의 증상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는 서로 간 의료데이터의 교류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표준 EMR 개발 연구도 진행 중”이라면서 통합의료를 위한 국립재활원의 노력을 설명했다.
서병관 교수는 한의대·의대·치대를 중심으로 각 의학 분야가 서로 협업하고 있는 경희대의 시스템에 대해 소개했다.
서 교수는 “경희대의 다학제 치료팀은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치료를 한·양방 상관없이 제공하고자 마련됐다”면서 “한·양방이 협업하면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한 통합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측에서는 ‘Introduction of Acupuncture Clinics in Japanese University Hospitals’을 주제로 신 타카야마 교수·소이치로 카네코 교수가 발표를 진행, 일본 대학병원들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양방 통합의학 시스템을 소개해 현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 학술대상 수상자들의 침구학 연구는?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대한침구의학회 학술대상’ 우수논문상, 우수연구자상 수상자들의 발표도 함께 진행됐다.
이승민 세명대 한의과대학 교수(우수논문상)는 ‘Acupotomy for Osteoarthritis of the Kne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의 연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소개했다.
이 교수는 “관절염·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통증을 완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서 침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이를 메타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규명해 냈다.
유동휘 공군교육사령부 한의군의관(우수논문상)은 한의 복합치료를 받은 122명의 무릎 골관절염 입원환자에 대한 후향적 차트 분석 결과를 소개하면서 “한의 복합치료과 무릎 골관절염에 통증을 감소시키고 기능장애를 완화했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는 환자 삶의 질도 향상했다”고 말했다.
또한 구본혁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우수연구자상 최우수상)는 ‘요추 추간판 탈출증 및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에 대한 매선침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현훈 서울대병원 연구교수(우수연구자상 우수상)는 ‘한의사의 임상진료에 AI 도입하기’를 주제로 한 연구에 대해, 또 김연학 부산대한방병원 침구의학과 전공의(우수연구자상 우수상)는 ‘Advancing Korean Medicine with Quantitative Approaches’를 주제로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 초음파·신침·AI로 진화하는 침구학
이어진 초음파와 침도 세션에서는 △침도요법의 근거 기반 행위정의의 연혁과 미래(서병관 경희대 교수) △초음파 유도하 침도요법(김은석 부산대 교수) △침도요법의 안전한 시술과 부작용에 대한 단계적 근거 구축(임정태 원광대 교수) △침도요법 임상 증례(최가원 산돌한의원장) 등 발표가 이뤄졌다.

서병관 교수는 이날 한의 건강보험 급여를 토대로 현행 행위정의 체계를 소개하고 상대가치의 정의와 수가 작용 기전에 대해 설명했고, 김은석 교수는 경추부·요추부를 중심으로 초음파 유도하 침도 시술을 진행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또한 임정태 교수는 한국의 침도 안전성과 관련해 수행했던 연구 내용들을, 최가원 원장은 임상에서의 실제 초음파 이용 침도치료 사례를 토대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신침요법과 AI에서는 △매선요법의 최근 임상시험(박연철 경희대 교수) △매선침 치료기술의 안전성 연구(김주희 상지대 교수) △만성요통과 무릎 골관절염에서 침습레이저침 임상시험(김재홍 동신대 교수) △챗GPT와 침구의학: 연구사례(이현훈 서울대병원 연구교수) 등 발제가 진행됐다.
박연철 교수와 김주희 교수는 각각 매선요법 임상연구 사례, 연구로 입증된 매선침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김재홍 교수는 침습레이저침의 임상근거 확립을 위해 진행해 온 연구 내용들을 소개하는 한편 이현훈 연구교수는 챗GPT를 적용해 침구의학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