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가을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대비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 '2차 위기'에 대비해 새로운 독감백신 접종 정책 등 공공의료체계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2차 위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중심으로’ 토론회를 주관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많은 분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고민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를 논의하기에 앞서 코로나 ‘2차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독감 예방접종 계획 등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모란 국립암센터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미국 의학협회저널(JAMA)연구를 인용해 “코로나19 양성자의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동반 감염율이 21%로 이전 중국의 데이터보다 매우 높다”며 “올 가을에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에 동시 감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는 증상이 유사하며 인플루엔자는 검사를 안 하고 있지만 연간 10억명이 감염에 사망자는 64면6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과거 영국 스페인독감 사망자 추이를 살펴보면 1차 시기였던 여름보다 그해 가을 독감창궐시즌에 5배 이상 사망자가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를 위한 대비책으로 '감염병 예방법'과 '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해 시행하도록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보건소에서는 만성질환자를 파악할 수 없는데, 공단에서 시행할 경우 만성질환자는 평소와 같이 진료를 보도록 하고 추가 청구를 하지 않으면 외래비용이 오히려 절약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방식으로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실시하면 2000만명 접종 시 예산이 약 4000억원이 소요되는데 건보공단 방식으로 시행할 경우 비용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만성질환자의 예방 접종 시 진료비용을 추가 청구하지 않아 1회 외래비용으로 감소되는 금액이 600억원이고, 만성질환자가 독감주사를 맞으면, 인플루엔자와 폐렴으로 인한 입원 및 외래 비용 600억원을 절약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진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은 “코로나와 인플루엔자 두 개 바이러스에 동시에 걸리면 끔찍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이 건강보험으로 들어오면 오히려 공단이 200억원이 세이브된다는 발표를 들으니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조금은 불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장기적으로 예방 접종은 건강보험 영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황이 어렵다면 감염 취약 계층이라도 선별적으로라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추후 코로나 백신의 건보 지원에 대한 논의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격의료, 더 이상 방관 말아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예방 접종 외에 최근 코로나 이후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원격의료’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기모란 교수는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주치의가 있는 환자들은 화상으로 약 처방 등 진료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었다”며 “비대면 주치의제가 활성화되면 좋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신상도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 교수는 “코로나 2차 위기가 닥칠 경우 온라인 대면 진료가 갖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시민단체와 의사협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무게감을 느끼지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국회가 더 이상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고 운을 뗐다.
신 교수는 “이번에 서울대병원은 생활치료센터 3개소를 운영했는데 보통 외래 진료 시 환자 한 명당 진료 시간은 '3분' 정도였지만 온라인의 경우, 진료 시간이 '3배 이상'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환자들이 이동하면서 거리에 쓰는 비용, 휠체어 사용 등 사회적 비용 등이 훨씬 줄어들 수 있었고, 환자가 거주하는 인근으로 약국 처방전을 보내 약물을 빠르게 투여받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2차 위기를 대비해 3만명 분에 해당하는 의료 물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그 많은 환자들의 이동이 제한되는데다 고위험군은 어떻게 대응할지도 쟁점”이라며 “의협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부분을 투명하게 일단락짓고 불안하지 않은 조건으로 (원격의료)제도를 정착시킬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이어 “‘원격의료’라는 용어가 최초에 나왔을 때는 대형 기업이 의료 포털을 이용해 영리적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관점 때문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공공의료'로서 건보 체계에서 다른 의료행위와 마찬가지로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감염병 예방법의 문제점과 관련해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확진자 동선 공개 등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는 이미 다뤄지고 있지만 병원이나 시설에 입원한 사람들의 ‘기본권 제한’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외신 등에서 지적하기도 하지만 정보를 거칠게 다루는 면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좀 더 준비가 필요하다”며 “특히 자가격리나 병원 또는 시설에 입소해 생업을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