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가 개설된 지난 3월9일 이후 공휴일 및 주말에도 단 한번의 휴무없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5월부터는 주말 및 공휴일에는 운영하지 않는 방침에 따라 지난 26일 진행된 마지막 주말 진료 현장에는 유독 진료 내내 온화한 웃음을 지으면서 환자와 다정하게 전화를 이어가는 한의사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익산에서 함께가는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강익현 원장으로, 서울로 센터로 옮긴 이후 주말에 현장을 찾아 진료봉사에 임하고 있다.
강 원장은 진료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관련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의약도 분명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 같아 청와대에 ‘한의약을 활용해 달라’는 내용으로 국민청원을 냈는데 답이 없었다”며 “그런 와중에 전화상담센터가 개소해 진료한 한의사를 모집한다는 문자를 받고 한걸음에 달려와 일요일에 진료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는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과연 비대면진료가 가능할까’라는 걱정반 기대반을 갖고 진료에 참여했다는 강 원장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효과가 좋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감염병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유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비대면진료를 통해서는 관형찰색도 하지 못하고 맥도 짚지 못해 과연 증상을 파악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통화를 했던 환자 모두가 치료효과에 만족해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만족감을 나타내 그러한 우려는 없어졌다. 그러나 문진에만 의존해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면밀한 문진을 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 환자의 꿈 얘기를 듣기 위해 본인의 꿈 얘기를 먼저 하는 프로이드가 되기도 한다. 반면 한 환자는 ‘평생 이렇게 자세하게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고 얘기하면서 만족감을 나타내더라. 의료진은 다소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증상은 물론 종교, 생활환경, 식습관 등 세밀하게 관심을 갖고 물어보는 의료진에게 만족감을 나타내고 전화를 마칠 때는 얼굴없는 친구가 되곤 했다.”
이와 함께 감염병에 대한 한의약의 장점과 관련 강 원장은 “감염질환에 있어 양방에서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부분이 기저질환인데, 기저질환이 있으면 감염병 이환과 진행이 복잡성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증상보다 환자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진료가 시작되는 한의약이야말로 기저질환을 관리하면서 감염병을 치료하는데 강점을 가진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 환자는 평소 위장·심장 질환을 갖고 있었는데, 격리시설에 머무는 동안 매일 도시락과 김밥만 배달되어 ‘내가 죽는다면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먹는 것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격리시설에서 코로나 관련 치료는 해줄지언정 그 환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저질환, 즉 개인적인 차이는 인정해주지 않고 감염병 치료에만 집중했던 것”이라며 “그 환자분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평소 가지고 있었던 질환 때문에 더 힘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런 경우에는 특히나 한의진료가 처음부터 병용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더 갖게 된 사례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강 원장은 전화상담센터가 좀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진료경험이 풍부한 원장들의 참여는 물론 한의사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으고 있는 성금 기부가 더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비대면진료인 만큼 임상경험이 풍부한 한의사 회원들이 좀 더 많이 참여하면 더 좋은 진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문진에만 의존한 비대면진료다 보니 아무래도 환자들이 호소하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임상경험을 연계시키면 증상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함께 현재 전화상담센터는 정부의 지원은 전혀 없이 한의사 회원들의 십시일반 성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성서에 ‘오병이어의 기적’ 구절이 떠오른다. 이는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것으로, 처음 물고기와 보리떡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내놓았던 손에 모두가 동참하자 나중에는 모인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도 남았다는 내용이다. 우리 한의사 회원 한사람 한사람의 작은 정성이 모아져 ‘부족할 것 같았지만 끝날 때는 다 쓰고도 성금이 남았다’는 미담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이런 일은 젊은 회원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환난의 시기에 한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자임하고 솔선해 다함께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큰 결단을 내리고 분투하는 집행진의 손을 굳게 잡아 주시기 바란다.”
한편 강익현 원장은 지난 27일 한의협에 100만원의 성금을 기탁하며, 솔선수범의 행동을 몸소 실천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