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圭景의 術數醫藥辨證說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李圭景(1788〜?)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다. 할아버지가 박학다식한 李德懋였기에 그는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제반 서적들에 박통하였다. 정조가 규장각을 열고 검서관을 뽑을 때 柳得恭, 朴齊家, 徐理修와 함께 등용되어(이들 네 사람을 ‘四檢書’라 일컬음) 編書의 일을 하였다. 沈念祖를 따라 중국 연경에 가서 견문을 넓혔다. 그는 우리 나라와 중국의 각종 서적들을 탐독하여 천문, 曆數, 종족, 역사, 지리, 문학, 音韻, 종교, 서화, 풍속, 冶金, 兵事, 초목, 어조 등 모든 학문들을 정리해서 1,400여 항목을 담아 『五洲衍文長箋散稿』 60권을 집대성하였다.
『五洲衍文長箋散稿』의 내용에는 많은 의학적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그는 비판적 어조로 전통의설에 대해 날을 세우기도 하였다. 특히 그는 서양의학설을 수용하여 전통의학의 비과학성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의 人事篇의 技藝類에는 ‘術數醫藥辨證說’이라는 제목의 다음과 같은 글이 게재되어 있다.
“지금 卜筮星命을 하는 자들은 마치 맹인이 허공에 활을 쓰는 것과 같아서 쏘기만 하면 반드시 허물을 古書가 효험이 없다고 탓을 돌리고 만다. 무릇 天地가 생겨난 것은 이미 오래되었으니, 日月의 운행이 交錯되어 曆家들이 때에 맞추어 推步한 것이 또한 一代만이 아니니 즉 매양 差謬됨이 많아 干支가 舛誤되어 日月과 不合하여 時刻이 징험되지 않음에도 術家들이 오로지 歲月日時를 취하여 端幾를 잡는다. 이러한 謬誤를 답습하고 있으니 어찌 符應됨을 얻을 것인가. 반드시 먼저 歷法을 바로잡은 연후에 비로소 가히 術數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 堪輿를 하는 자라면 먼저 子午를 바르게 잡은 후에 가히 向背에 맞게 설 수 있는데도, 나침반의 磁針이 제대로인 것이 백개중에 한두개도 없으니 즉 그 정해진 方位가 한갓 文具에 지나지 않는다. 마땅히 南北의 眞線을 얻어 針盤으로 기준을 삼는다면 즉 陰陽二宅이 저절로 가히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해를 가지고 따진다면 먼저 時刻을 바로 한다면 즉 正時를 가히 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사용하는 日晷測器들이 모두 바른 것들이 아니다. 해를 따져서 시간을 정함에 어긋나지 않음이 없다. 먼저 本地北極의 高度를 정하여 晷漏 등의 모든 기구들을 기준하여 바로잡으면 가히 참된 시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의학을 한다는 자들이 運氣를 변별하지 못하고 診察에도 밝지 못하고서 망령되이 스스로 投劑하여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도리어 목숨을 빼앗게 됨에 이른다. 맥을 잡는 것이 이미 어려우니 즉 먼저 驗氣器와 파려驗溺을 공부해서 하여금 寒熱虛實을 알아야 한다. 難測한 運氣는 즉 陰晴節氣兩表와 驗燥濕器를 취하여 當時에 當處한 運氣가 무엇인지 알아내어 가히 病의 標本을 측정할 수 있다. 藥이 多種이기에 奏效를 얻기 어려우니 古方에서 貴하게 여긴 바는 이에 單味를 사용하는 것이니 즉 病에 적중되어 가히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것 몇 약물을 취하여 煉露하여 專治하면 가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방법들은 燕都와 倭館에서 구하면 즉 가히 구매하여 취할 수 있을 것이다.”(저자의 번역)
이 글에서 李圭景은 동양에서 사용하는 달력제작용 각종 기구들의 부정확성을 비판하면서 그러한 부정확한 기구로부터 나온 시간의 기준은 착오를 일으키게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運氣의 문제를 이에 연계시키고 있으며, 이러한 착오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확한 측정기구들(驗氣器, 파려驗溺, 陰晴節氣兩表, 驗燥濕器 등)을 취하여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