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수업에서 출발한 피카디 인턴십
본과 진입을 앞둔 지난 예과 2학년 겨울방학, 나는 조금 특별한 도전에 나섰다.
배효진 교수님의 한의임상생리학 과목의 외부 전문가 특강에서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어, 1월5일부터 2월13일까지 6주간 ‘피카디(fika.d)’라는 회사의 인턴십에 참여하게 됐다.
피카디(fika.d)는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숏폼 영상 제작 솔루션인 ‘피카클립(ficaclip)’을 운영하는 유망한 테크 스타트업이다. 롱폼 영상을 단 몇 분 만에 퀄리티 높은 숏폼으로 자동 변환해 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기부 팁스(TIPS) 선정과 구글 AI 퍼스트 프로그램 선발 등 여러 방면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회사를 이끄는 정원모 대표님이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대 출신 창업가’라는 사실이다. 학부생 시절 스마트폰이 막 상용화되기 시작했을 때, 앱 개발에 흥미를 갖고 IT 기술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는 대표님의 이력은 대단히 놀라웠다.
인턴십에 지원한 초기에는 “AI가 트렌드라고 하니 관심은 가고, 대표님께서 한의대 출신이신데 어떻게 AI스타트업을 창업하셨을까?” 정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인턴십은 단순히 AI를 사용해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 참여해 보았다는 단순 경험을 넘어, 미래의료인으로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AI, 단순한 도구 넘어 실무의 파트너임을 체감
이번 인턴십은 오프라인 근무와 온라인 비정기 근무가 혼합된 형태로 운영됐다. 주된 업무는 숏폼(Short-form) 콘텐츠의 기획부터 대본 생성, 영상 편집에 활용될 자료들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Google AI Studio, HeyGen, Veo 3, n8n 등 평소 이름만 들어봤던 최신 AI 툴들을 직접 구독하고 실무에 사용해보는 경험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EBS ‘지식채널 e’ 스타일의 교육용 콘텐츠 제작과 수원 영통 ‘윤빛한의원’의 홍보 숏폼을 제작한 일이다. 초기 기획 단계부터 AI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수많은 레퍼런스 영상을 AI로 분석해 대중의 관심이 높은 영상의 포인트를 찾아내고, 주제에 맞는 대본을 생성한 뒤, 이를 다시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디자인에 대한 감각과 지식이 전무한 내가, 이렇게 높은 퀄리티로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놀랍게 느껴졌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빠르고 정교하지만, 때로는 내가 요청한 사항과 다르게 결과물이 출력되거나, 부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결과물이 생성될 때도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다.
사용자가 AI에 입력하는 명령을 ‘프롬프트’라고 하는데, AI가 사용자가 원하는 의도에 적합하게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도록 명령을 구성하고 다듬는 작업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상사분께 직접 피드백을 듣고, 몸소 이 작업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AI시대, 한의사는 어떻게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가?
이번 활동은 한의원 경영과 임상 현장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을 주었다. 인턴십을 통해 만난 수원영통 윤빛한의원 이재현 대표원장님과의 협업은 한의사가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을 넘어, 하나의 사업체를 이끄는 경영자(CEO)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전국 한의원의 대부분이 원장 1인이 운영하는 구조라는 현실 속에서, 대표원장인 한의사의 시간은 가장 귀한 자원이다. 나는 여기서 AI의 진정한 가치를 볼 수 있었다. 한의사가 직접 해야 할 핵심 역량(인소싱)과 AI나 외부 시스템에 맡길 수 있는 부분(아웃소싱)을 명확히 구분하고, 이 전략을 바탕으로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강점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게 된다.
AI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배우지 않는다면 대체되겠지만 AI에 대해 공부하고, 그 특성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활용만 할 수 있다면 나의 업무를 굉장히 전문적인 수준에서 보조해 줄 수 있는 아주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미래를 향한 네 가지 다짐
6주간의 여정을 마치며, 나는 앞으로의 학창 시절 동안 집중해야 할 네 가지 우선순위를 세웠다.
첫째, 흔들리지 않는 의학적 기초다. 기술과 언변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본질은 환자를 고치는 실력에 있다. 편향되지 않은 탄탄한 이론과 술기 공부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둘째, 사람을 향한 공감 능력이다. AI가 흉내낼 수 없는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은 의료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것이야 말로 AI시대에 의료인이 가져야 할 필수덕목일 것이다.
셋째, 기술의 능동적 활용이다. AI를 경계의 대상이 아닌, 내 진료와 외주 영역의 업무를 보조해 줄 직원으로 길들이는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할 것이다. Chat gpt, Gemini와 같은 접근성 좋은 AI뿐 아니라, 다양한 AI 툴들을 사용해보며, 경험의 폭을 넓힐 것이다.
넷째, 거시적 안목의 경영학적 학습이다. 홍보 전략과 보건의료체계를 이해하여, 더 많은 환자에게 한의학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 시대적 변화에 의료인으로서 어떠한 태도로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심도있게 해볼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이 글을 빌려, 이런 기회를 제공해주신 동국대 한의대 생리학교실 배효진 교수님, 피카디 CEO 정원모 대표님, 흔쾌히 한의원 참관 및 고견을 나누어주신 수원영통 윤빛한의원 이재현 대표원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