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카타 히데아키 NES 이사장(가와고에 이과클리닉 원장)
[한의신문] 이명은 오랫동안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한국과 일본에선 서양의학의 정밀한 진단·치료와 전통의학의 전인적 접근을 결합해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본란에선 국제평형신경과학회(NES) 한국지부와 함께 ‘이명·난청 맑은 소리 북콘서트’를 위해 내한한 『이명 혁명』의 공동저자 사카타 히데아키(坂田英明) NES 이사장을 만나 37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명 통합치료와 한국 한의계와의 교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이번 북콘서트를 마친 소감은?
오늘 전통의학과 서양의학의 협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무엇보다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은 것은 환자들의 반응이다. 오늘 논의한 동·서양의학의 협력과 이명 치료에 대해 실제 환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또 한국은 일본에 비해 좋은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고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오늘 행사에서도 이를 다시 한번 느꼈다. 실제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환자를 보내 황재옥 회장에게 진료받도록 한 사례도 있다.

Q. 『이명 혁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이 책은 황재옥 회장(현 한국이명학회장)과 함께 27년간 이비인후과와 한의학의 통합적 관점에서 난치성 이명 치료를 고민해 온 경험을 집약한 지침서다.
현재의 치료법으로 이명 환자의 약 80%는 조절할 수 있지만 기존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들을 치료할 방법을 고민하면서 서양의학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함께 활용한다면 기존 치료가 미치지 못했던 영역까지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로의 장점을 결합해 보다 완전한 치료를 지향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출간했다.
Q. 한국의 황재옥 회장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인연은 1999년 황재옥 회장이 제 부친인 故 사카타 에이지(坂田榮治) 교수의 이명·난청·어지럼증 관련 저서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인으로부터 연락이 닿았고, 황 회장이 통역까지 마련해 한국에서 강연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처음 서울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일본 이비인후과에서도 이명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는 전문의가 많지 않은 분야였다. 그런 상황에서 황 회장이 이명 치료와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후 이명 치료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27년째 학술·임상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Q. 일본에서 이명·난청 치료법은?
교과서적으로 이명에는 약물·보청기·음향치료 등이 주로 제시된다. 난청은 약물과 스테로이드, 고압산소치료 등을 시행하며, 노인성 난청과 같은 만성 난청은 회복이 어려워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저는 환자의 증상과 원인에 따라 서양의학적 치료와 한약을 병행한다. 이명·돌발성 난청·내이성 현기증에는 고막 안쪽 중이강에 수용성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고실 내 주사치료(STT)를 시행한다.
이와 함께 한방 요법으론 정신적 긴장과 불안에 반하후박탕·억간산, 체내 수분 균형에 시령탕, 기초대사에 인삼양영탕, 신장 기능에 우차신기환, 혈액순환에 당귀작약산, 기력 회복에 보중익기탕 등을 처방한다.
이명 치료에서는 산화스트레스와 염증 조절도 중요하게 본다. 특히 염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절하느냐가 치료 결과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생각한다. 유전자치료도 중국과 일본 등에서 시도되고 있으나 현재는 선천성 난청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 단계다.

Q. 양방의사로서 한방을 이명 치료에 활용하게 된 계기는?
한방약을 처음 처방한 것은 약 30년 전이다. 당시 이명으로 불면을 겪던 환자가 있었는데, 수면제는 너무 강해 복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한방약을 처방했는데 효과가 좋았고, 이를 계기로 임상에서 한약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에는 ‘食わず嫌い(구와즈기라이)’라는 표현이 있다. ‘먹어보지도 않고 싫어한다’는 뜻이다. 한방약도 직접 사용해보지 않은 채 의구심부터 갖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 처방해 효과를 경험한 의사들은 이후에도 계속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의학적 약물치료만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운 환자에게 한방약이 또 다른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국의 한의학 드라마 마니아다
한국 드라마에 매료돼 자주 본다. 특히 역사극에서는 서로 대립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한국 의료계에서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이러한 역사·문화적 배경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한국 의학드라마에서 접한 의료철학도 인상 깊었다. 특히 『제중원』에 등장하는 ‘소의(小醫)는 병을 고치고, 중의(中醫)는 사람을 고치며, 대의(大醫)는 나라를 고친다’는 취지의 말을 좋아한다. 젊은 일본 의사들에게 이 드라마를 권하고, 이 문구를 액자에 담아 동료 의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결국 ‘사람을 고친다’는 것은 질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삶까지 함께 살핀다는 의미라고 본다. 더 나아가 의료가 사회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이런 정신에서 한의학의 매력을 느낀다.
Q. 한의학 등 전통의학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발견이나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생각은 처음부터 인정받기 어렵다. 예컨데 일본의 ‘오기노식(배란일 계산법)’으로 알려진 오기노 규사쿠 박사(荻野久作, 1882~1975)도 처음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끊임없는 연구 끝에 큰 성과를 이뤄냈다.
전통의학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현대의학은 눈에 보이고 형태가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황 회장과 교류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접근법에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됐고, 이를 존중하게 됐다.

Q. 한국 의료계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일본에서는 한방을 무조건 긍정하거나 부정하기보다 치료 가능성을 열어두고 바라보는 의사들이 많다. 중요한 것은 기존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환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과거 한국의 한 의사와 이명 치료를 논의하면서 동양의학적 접근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다면 기존 치료로 낫지 않는 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되물은 적이 있다.
어떤 의학이든 한계가 있는 만큼 다른 치료법의 가능성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세계 의료계에 필요한 것도 이러한 ‘연계’라고 생각한다.
의료기술과 시스템은 발전했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의료인이 직접 만나 상대의 관점과 경험을 이해하려는 소통은 오히려 부족하다. 전화나 온라인을 통한 교류도 필요하지만 얼굴을 마주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 역시 서로를 배척하기보다 각자의 관점과 치료 가능성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대의학적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환자의 증상까지 부정해서는 안 된다. 검사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환자가 실제로 호소하는 증상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의료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NES 한·일지부, ‘이명·난청 맑은 소리 북콘서트’ (클릭)
https://www.akomnews.com/67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