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협, 명예회장협의회, 대구시회 등 잇단 성명 발표
제2의 천연물신약 사태되나? 팜피아의 조직적 농단이 한의약 발전 저해
한약분쟁 결과물인 한의학연구원에 약사 출신 원장이 임명돼선 안된다
지난 10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 원장 후보자로 선정한 3인 중 약사출신 인사가 포함된데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를 비롯한 한의협 명예회장협의회, 대구광역시한의사회 등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약사 출신 인사의 후보자 선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발표, 한의계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큰 이슈가 됐던 ‘한약 분쟁’의 후속조치로 1994년 설립된 한의학연은 한의사들의 피와 땀의 결과물로 한의계에는 단순한 연구원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한의학과 한의의료 및 한약의 육성, 발전에 관한 사항을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해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숭고한 설립취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성명서에 따르면, 한의학연의 수장은 수 십년간 한의학을 연구하고 한의학에 조예가 깊은 한의사가 임명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며 다른 직역의 인사가 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에 후보자 중 한명으로 선정된 인사가 다른 직역도 아닌 약사라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200명 이상의 약사출신 공무원들이 ‘팜피아’ 커넥션을 형성해 포진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약을 양약으로 둔갑시켜 엉터리 천연물신약 사태를 촉발시킴으로써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치고 국가적으로 크나큰 손실을 끼친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이처럼 ‘팜피아’의 폐해가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의학연 원장에 약사 출신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더 나아가 임명까지 된다면 또 다른 팜피아 세력의 확대를 초래하는 것이며 그 파장과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의학연 원장 후보에 약사출신이 포함된 것에 분노를 넘어 허탈함을 느끼며 이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약사출신 한의연 원장 후보지명의 철회를 촉구했고, 만일 약사출신 인사의 한의학연 원장 임명이 공식화 될 경우 한의사와 한의학의 명예를 걸고 결사저지 투쟁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루뒤인 14일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협의회도 긴급 회동을 갖고, 한의학연구원장 후보에 선정된 약사출신 인사를 배제시킬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 따르면, 한의학연구원의 제반 운영 및 관리는 당연히 한의약의 전문인인 한의사가 주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사출신 인사를 후보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한약분쟁이 발생했던 원인과 똑같이 한의약 연구의 모든 것을 한의약의 비전문인인 약사들에게 넘겨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의의료기관의 전문적인 한약 처방을 도용하여 한약 제형만을 변화시켜 양약으로 둔갑시킨 것이 바로 부실 덩어리의 천연물신약개발 사업이고, 그 사업의 근저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재직 중인 약사출신 공무원의 영향력이 크게 행사됐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한의학연구원장의 후보자 선정에 약사출신 인사를 배제시킬 것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대구광역시한의사회도 16일 한의학의 비전문가인 약사 출신의 한의학연구원장 후보 지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를 통해 대구시회는 한의학 발전과 국민 보건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설립된 한의학연구원 원장으로 약사출신 후보가 지명된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약사면허 소지 공무원의 커넥션이 팜피아를 주목하고 있으며, 한의학연구원장 후보에 대한 약사출신 인사의 지명 철회가 이뤄지지 않고 더 나아가 원장 임명이 강행될 경우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한의학연구원장 후보에 약사출신 배제 촉구
한의사 회원들, 청와대 국민신문고 및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 봇물
약사 출신 인사가 한의학연구원장 후보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한의사 회원들의 분노도 함께 폭발한 것은 물론 수많은 회원들이 청와대 국민신문고 및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알려온 한 회원은 “일선에서 진료하는 한의사로서 이번 제8대 한국한의학연구원장 후보자 3인 중 약사 출신이 포함된 것을 보고 비통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며 “한약분쟁의 와중에서 한의사들이 피땀을 흘리며 세운 곳이 바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인데 그곳에 한약을 침탈하려 했던 약사 직능의 인사가 한의학연구원장을 맡으려 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실제 지난 1993년 당시 보건사회부내 팜피아의 농간으로 약사법 시행규칙을 개정, 한약을 약사들이 탈취하고자 했던데서 촉발된 것이 한약분쟁이었으며, 이로 인해 전국의 한의사들은 한의원 폐업 및 삭발 투쟁 등을 전개했고, 전국의 한의대생들 또한 유급을 불사하는 투쟁에 나서는 등 한의계의 큰 희생아래 출범한게 바로 ‘한국한의학연구원’이다.
이처럼 한의학연구원의 역사성과 전통성, 그리고 설립 당시의 한의약 전문화, 대중화, 세계화라는 취지를 알고 있는 한의사들에게 약사출신이 한의학연구원장을 맡게 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는 또 다른 회원은 “엉터리이자 부실 덩어리인 천연물신약 사태가 발생한 것도 바로 식약처에 포진하고 있는 팜피아가 그 원인”이라며, “한의학연구원장의 직을 약사 출신 인사가 장악하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제2의 천연물신약 사태이자 한약분쟁과 같은 사회적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한의학을 국가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양의학적 관점으로 한의학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며 “한의학연구원의 본래 설립 취지에 맞도록 한의학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풍부한 임상경험을 겸비하고, 한의계와 긴밀히 소통하여 한의학연구원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유능한 한의사 출신의 인사가 선임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