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협회 중회의실에서 한의사 군의관 30여명과 박완수 수석부회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군진한의학의 현재와 미래, 한의군의관의 역할에 대해 토론했다.
박완수 부회장은 “몇 시간 동안의 강의지만 이 논의를 통해 군진한의학이 발전하는 토대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미나에 참석한 신경호 중령은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과 달라 한의계가 위기라고들 하지만 군인들의 경우 생각보다 한의치료에 호의적”이라며 “군의학에서 한의가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양방만큼 관심을 갖진 않지만 파고들면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골격계 환자에 적합” vs“노후한 시설·응급치료는 과제”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군진한의학의 현안에 대해 엄유식 중령이 ‘군병원 한의과의 SWOT분석’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군진한의학의 강점으로는 만성 통증을 달고 사는 군인들은 주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약을 처방받거나 심한 경우 MRI검사 후 수술 등의 방법으로 치료를 받는데 양방으로 진단하기 어려운 질병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엄 중령은 “예컨대 입원한 환자 중에 대퇴부 근육에 갑자기 이상이 생겼지만 검사를 해도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며 “양방에서 안정제를 주는 것 외에 할 게 없을 경우 환자는 불안하고 답답해지는데 이런 경우에 한의 쪽에서 접근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약점으로는 26년 된 노후한 시설과 장비가 꼽혔다. 예전보다 침 뜸 외에 더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추나베드나 약침 정도인데 전체 군병원에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제대로 된 장비나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외 군병원 한의과와 사단의무대 한의과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언급됐다.
기회로는 군병원을 찾는 대다수 환자들의 증상이 근골격계 질환이라 한의학적 치료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됐다. 일례로 중국군에서는 중의약 치료가, 미군에서는 침놓는 군의관을 배출할 정도로 침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이다.
위협 측면으로는 환자들이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어떠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한의과를 찾아야 할지 모르고, 무엇보다 침 치료 시 통증과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점이 꼽혔다.
또 군병원에서는 외상 및 응급상황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지가 최우선요소이기 때문에 한의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적고, 한의약의 특성상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데 외진횟수가 대부분 주 1회라,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 접근이 어려운 점도 지적됐다. 엄 중령은 “양방에선 아예 15일치 약을 몰아서 한번에 처방하고 끝날 수 있지만 한의는 침 치료 등이 주기적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한양방 협진과 학술적 근거를 통한 침 효과 홍보의 필요성 등이 부각됐다. 타과 입원환자 중 근골격계 질환 및 접근 가능한 질환에 대해 협진을 실시하고,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침과 관련한 논문을 활용해 효과를 홍보해야 한다는 것. 특히 한의군의관들이 실제 치료에 쓰인 자료들을 묶어서 진료 지침서를 체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의학연구원의 김주희 연구원이 군진한의학 연구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매뉴얼이 있으면 제도적 보호가 필요할 때 근거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진한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학문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의료체계에서 한의학적 치료의 근거를 구축해 이를 토대로 임상에서도 적절하게 사용되고, 또 그 데이터가 축적되는 선순환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김 연구원은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술적 근거를 축적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의과 명칭에 대한 논의에서는 대부분 군병원에서 ‘한의과’가 ‘한방과’로 불려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현재 수도병원에서는 한의과로 불리지만 나머지 병원은 모두 한방과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한 군의관은 “양방 쪽은 전문과별로 신경외과, 정형외과 이렇게 불러주는데 왜 우리만 진료 과목없이 뭉뚱그려 ‘한방’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군의관은 “한방이라는 표현보다 한의가 좋기는 하지만, 우리끼리만 한의과라고 부르기보다 복지부에서 한방과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해놨다면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임상서 얻은 데이터 토대로 학문적 토대 구축해야”
군 편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편제는 정해진 군의관의 정원을 초과하지 않는 것에만 중점을 둬 그 안에서만 인원을 맞추고 어떤 진료과목의 군의관을 둘 지에 대해서는 조정이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한의사가 배제되는 경우가 잦다는 것. 한 군의관은 “간호장교나 응급구조사가 없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하는 역할이 응급대기에 그쳐 실제로 현장에서는 침놓을 여유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한의군의관들이 현장에서 치료를 제대로 하면 인식이 개선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장기군의관들이 앞장서 제도적, 정책적 차원에서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침 사용과 관련한 논의에서는 한의군의관들이 개별적으로 약침을 공급받기에는 힘들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원외 탕전실을 통해 공급받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데 병원마다 모두 신청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므로 협회가 나서서 지원해 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 외 한의군의관 홍보와 관련해서는 직급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들이 현재 어떤 경우에 한의과를 찾아 와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허리 아플 때 침 맞으면 어디에 좋은지 등을 알리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