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명한 심장내과 전문의이자 의료정책 전문가인 에릭 토폴은 ‘The Patient Will See You Now’라는 제목의 저서를 통해 의료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토폴은 저서를 통해 “더 이상 진단은 양의사와 같은 일부 독점가들만의 은밀한 비밀에 가려져 있어서는 안되고, 각 개인이 스스로의 주권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을 직접 관리하며, 의료의 일방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어엿한 생산자로서 자리매김 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실제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과거에는 진단용 의료장치와 무관했던 기업들이 속속 IT기술을 통해 일반 환자들도 전문의 수준의 진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음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이는 라틴어 성경을 일반인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한 것, ‘인쇄술’을 통해 누구나 서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같은 기술의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참의료실천연합회(이하 참실련)는 “(이 같은 현상은)기존의 권력체계가 해체되고 기술이 전파/향상되며, 결과적으로 모두의 생활수준이 개선되는 과정, 바로 에포컬 모멘트(획기적 전환점)의 시기가 의료에도 도래한 것”이라며 “이미 의료 분야의 석학들은 이와 같은 혁신적인 변화가 바로 지금,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고, 이것은 단순한 의학지식의 확장뿐만 아니라 기술의 변화를 통해 사회와 제도가 변화하고 있으며, 결국 의료 그 자체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0년대 보사부 시절 만들어진 의료법에서 비롯된 각종 행정적 적폐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다. 이미 산업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내에서도 엘리트가 집결되어 있는 부처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거대한 산업적 전환과 함께 새로운 부를 창조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다양한 지원을 통해 보건의료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잠재력이 숨쉬고 있는 의료생태계를 관리하고 있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러한 시대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 기득권층인 양의사들의 비위 맞추기를 통한 현상 유지에 급급한 모습, 여전히 전근대적 제도를 수호하고자 하는 일념밖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창조적인 파괴를 통한 의료 분야의 대대적 혁신을 주문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기존 의료독점계급의 결탁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상황임은 이미 주요 언론들마저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아예 산자부는 복지부의 무사안일에 학을 떼고 의료 분야의 혁신에서 손을 떼었다는 소리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등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가 불과 10만명의 양의사들과 수백명의 공무원들에 의해 산산조각 나는 현장을 우리 국민은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참실련은 “양의계가 기존의 관행으로 첨단 의료기술의 도입을 꺼리고 있는 이때, 한의학계에 대한 각종 규제 해소는 국내 IT 및 BT 산업에 큰 자극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의사의 X-ray, CT, MRI의 사용은 깊은 학습을 통한 영상 진단기술과 각종 유전체 진단 보조기술 등 다양한 융복합기술을 한의의료 영역 안으로 진입하도록 하는데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기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은 이미 해외 의료현장에서 검증이 끝나 있으며, 이것의 한의학적 적용 역시 Nature나 Science 등과 같은 저명한 과학 학술지에 발표된 수많은 연구들을 통해 과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실련은 이어 “환자의 선택권 확대를 통한 환자중심의료로의 전환이라는 중대한 전환의 한걸음이 바로 한의사 영상의료장비 사용이며, 이것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강조하는 각국 전통의학 발전 전략 이행임은 지적할 필요조차 없다”며 “그러나 국내 양의사들과 복지부내 친양방세력의 담합은 이러한 획기적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실련은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권덕철 실장의 황당한 규제정책을 제시했다. 최근 권 실장은 세종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 자리에서 의료법에서도 규정하지 않은 규제인 ‘한의사의 영상진단 의료기기 사용은 불가하다’고 발언하는 등 보건의료정책을 스스로 만들고 자신의 뜻에 따라 판단하는 작태를 보여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참실련은 “이는 보건복지부라는 계(system)가 근본적으로 친양방세력에 의해 장악돼 더 이상 혁신적 의료 발전을 관장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의 일탈적 발언으로 드러났을 뿐이며, 이러한 발표에는 국민과, 경제와, 산업 발전과, 국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기득권의 수호와 현상유지의 지속만이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며, 이 같은 행동은 복지부가 양의사들의 대표적인 악행인 리베이트 수수를 대폭 묵인하기로 결정한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국이 기존의 규제와 관행을 유지하는데 안간힘을 쓰는 사이 중국은 이미 칭화대학, 베이징대학 등 유수의 이공계대학을 기반으로 한의학에 대한 첨단 과학화를 진행시키고 있으며, 일본 역시 시스템생물학, -omics과학의 선두주자답게 도쿄대학, 교토대학, 게이오대학 등 주요 R&D시설에서 한의학에 대한 융복합 연구들이 추진되고 있다.
참실련은 “책 속의 행정만 앞장세우는 국내의 친양방 복지부 공무원들과, 이공계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공평무사한 행정을 펼치는 해외의 공무원들의 차이가 바로 국가경쟁력의 차이”라며 “점점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발전된 의료를 받지 못하고 효과가 없거나 해로운 것으로 밝혀진 낡은 서양의학적 치료를 강제로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불행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특히 참실련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청와대와 전문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면서, “이제 현대 의료정책은 IT, BT, 빅데이터 등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 입안/운영돼야 하며, 여전히 의료를 구시대적 사고로 규제만 하려 드는 기성 관료들, 특정 이익집단과 유착이 오래되어 더 이상 구제가 불능한 관료들은 도저히 이 분야의 혁신을 주도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며 “그렇다면 청와대는 대폭 개각을 통해 이 분야의 적임자인 산업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에 의료정책과 의료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이양해 우리 국민이 혁신적으로 발전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참실련은 “대한민국의 한의사는 의료법에 의한 의료인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며, 그러기 위해서 진료를 더욱 제대로 하여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며 “하지만 현실에서는 낡은 보건의료제도로 인해 한의사는 정당한 권리도 제한받으면서 의료인으로써의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 국민은 진보된 한의융합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돼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은 각종 보건의료 규제로 인해 미래의 산업동력마저도 크게 훼손받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참실련은 “청와대와 각 정부부처, 그리고 당정은 지금이라도 이 문제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깨닫고, 비전문가와 친양방관료를 배제한 채 한의사의 영상진단의료장비에 대해 진정한 전문가들이 전권을 가지고 보건의료정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국민의 것이지 일부 적폐관료와 조직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