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추진하는 규제기요틴을 두고 범양의계가 총력을 다해 결사반대에 나선 가운데, 직역이기주의에 함몰돼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협 회장이 세종시에 있는 보건복지부를 항의 방문해 반대 성명서를 보내고 단식 투쟁에 나서는 등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떼쓰기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의총은 1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에 원격의료 허용을 건의한 사람이 유헬스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기업의 모 임원인 것을 봐도, 규제개혁이 대기업의 의료분야 진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살뜰한 배려임을 입증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따지면 의료계에서 쓰는 모든 의료기기들이 의료인이 직접 개발하는 게 아닌 이상, 업체만 이득을 보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원격의료 때부터 이익따라 오락가락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지적도
이러한 양의계의 무조건적 떼쓰기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때부터 시작됐다. 정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시범사업에 사실상 찬성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직역 차원에서의 이득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자 입장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바꾸는 모양새를 취했다. 자신들의 이익 여부에 따라 입장을 바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 정부와 의협이 불협화음을 내는 사이 의정합의는 계속 헛발질됐고, 이 과정에서 소모된 비용을 추산하면 상당할 거라는 게 중론이다.
의협이 전국 회원들을 대상으로 집단휴진을 주도한 부분에 대해 현재 공정위는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한 상황이다.
게다가 의료인 간의 원격진료는 이미 허용되고 있는 상황. 원격진료가 허용돼 장비나 기기업체들에 이익이 돌아갈 까봐 두렵다면 애초에 사용하질 말았어야 한다. 원격의료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에 무조건적 떼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의계는 급기야 최대 수혜자로 삼성전자까지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 19일 “특히 삼성전자는 디지털 엑스레이, 혈액검사기를 선보이고 있고, 자회사 삼성메디슨은 초음파영상진단장치를 제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규제기요틴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라고 밝혔다. 원격의료 허용을 포함한 규제개혁 과제들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채 오로지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보장해주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
전의총에 따르면 규제기요틴 민관합동회의에 참여한 8개 민간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자총연합회, 무역협회, 벤처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으로 모두 경제단체 일색으로 이들 단체들로부터 과제를 접수 받아 검토한 결과를 가지고 정부가 추진방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고, 규제기요틴과 관련해 어떤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아 규제기요틴에 선정된 과제인 투자ㆍ일자리 창출, 미래산업ㆍ기업혁신 유발, 시장진입 저해 개선, 기업부담 완화 개선 등 모두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한 목적만 있을 뿐, 국민건강과 의료의 본질에 대한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최근 KBS의 방송토론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민들은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원하고 있는데도 전의총은 쇠귀에 경 읽기 식으로 정부와 한의사를 무조건 비판하더니 이제는 재벌 대기업 배불리기라며 공격 대상을 바꿔 그 논리가 궁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