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법, 한의사가 한의의료행위 위해 사용하는 도구는 모두 의료기기 될수 있어 명시
한의과대학 정규과정, 진단검사의학-방사선학-조직학 등 포함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특별기고 - 中
마지막으로 환자 관찰의 목적을 위해 의료기기는 반드시 사용돼야 한다. 그동안 한의사들이 한약의 간독성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이유도 어찌보면 의료기기 사용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간독성을 측정해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봉쇄되었다는 의미로, 실제 한약재 가운데는 간독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이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한약재를 이용해 치료를 할 때에는 부작용을 감시해야 하는 도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치료를 시작하면서 한의사가 간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한의사는 더욱 다양한 정보와 가능성을 가지고 치료에 임할 수 있으며, 환자 친화적인 진료를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양방의료계의 오해…진단 개념의 확립에서부터 풀어가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발표 이후 양방의료계에서는 다양한 우려와 함께 비난에 가까운 오해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오해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단’이라는 행위가 가진 본질을 짚어볼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의료행위는 대체적으로 ‘정보 수집(四診)→정보 통합(辨證)→의사 결정(治法)→중재행위(方藥)’의 단계로 구성된다. 즉 의료인이 사진 행위 또는 의료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통합하는 것이 바로 변증 혹은 진단의 행위이고, 이후 치법과 방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몰가치한 질문들이 쏟아지는 것은 대부분 정보수집과 정보통합의 과정을 혼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의료기기는 단순한 과정이나 또는 매우 복잡한 공학적 과정을 거쳐 측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측정기기로, 어디까지나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에는 반드시 측정정보를 고도로 통합하는 의료인의 판단이 수행되며, 이를 통해 내려진 결정, 즉 질병의 참값에 최대한 근접시키려는 노력이 바로 한의학의 변증 또는 양의학의 진단인 것이다. 때문에 의료기기가 진단을 내린다거나 진단만을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의료인 스스로가 자신의 전문가적 가치를 폄하하는 행위이며,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다시 말해 의료기기는 진단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측정치를 보여주고, 그나마 높은 가능성을 제안할 뿐이며, 최종적인 결정은 언제나 의료인이 하는 것이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더라도 한의사는 예전처럼 환자를 진찰하고, 판단하며, 한의의료행의를 통해 치료할 것이다. 다만 환자를 제대로 판단하고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통해 환자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될 뿐이다. 양방의료계도 의료인이라면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 프로세스를 통해 진행되는지, 그것의 본질을 알고 있는지 한번쯤은 자성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의계의 주장이 왜 잘못된 것일까?
위에 서술한 ‘진단’의 본질에 근거해 생각해 본다면 양방의 의문 제기는 우문(愚問)이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의사들은 의료기기에 관한 교육이 없다’라는 주장은 사실에 대한 완벽한 왜곡으로, 현재 한의과대학의 정규과정에는 ‘진단검사의학’과 ‘방사선학’, ‘조직학’이 있으며, 이를 이용할 ‘양방진단학’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부학’과 ‘양방생리학’, ‘양방병리학’도 기본과목에 속해 있다. 또한 의료기기에 관한 저변을 넓히고, 다양한 비침습적 생체신호를 통합적으로 판단해 한의진료에 활용하기 위한 ‘생기능의학’이 ‘한방진단학’에 속해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의료기기로 기혈을 보고 어혈을 보려고 하느냐? 혈액검사나 영상검사로 이러한 것들을 보는 것은 사기다’라는 지적도 있다. 이것은 정보의 수집이라는 측정 과정과 정보의 통합이라는 진단 과정에 대한 몰이해의 가장 단적인 예로, 현재까지 개발된 의료기기 중 한의학의 복잡한 증 개념인 기혈이나 음양, 어혈, 담음 등을 직접 보여주고 검출해내는 기기는 없다. 한의사가 동의보감을 존중하고 참고하되 그 안의 글자 하나하나, 내용 하나하나까지 믿고 있지는 않다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며, 한의사는 의료기기를 통해 기혈이나 담음 등을 직접 보려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말이다.
셋째 ‘한의학과 양의학은 원리가 서로 달라 의료기기를 사용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의사를 흉내내자는 것인가?’라는 문제 제기 역시 측정과 평가, 진단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잘못된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가 현대의학적인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기본 명제부터가 잘못된 것으로, 의료기기는 의학이 아닌 과학과 공학적인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의료에 활용될 뿐이다. 또한 의료기기와 한의학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 역시 이미 의료기기 사용이 자유로운 중국과 일본에서는 수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기를 이용해 진단 후 골절이나 세균감염, 급성신부전 등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양의계의 질문은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완벽한 몰이해를 보여주는 부분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급성신부전이나 패혈증,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등을 다룰 수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는 한의학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즉 골절이 미세하다면 한의의료기관에서 비침습적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보존적 치료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당연히 정형외과 혹은 상급의료기관으로 보낼 것이며, 세균 감염이나 급성신부전이 의심될 경우에도 전원시키거나 급히 컨설트 하는 등의 1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바로 환자에게 최상의 의료혜택을 제공할 길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 제한 등과 같은 불합리한 차별 속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하지 못해왔던 것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실제 한의사들은 그간 의료기기를 사용할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의심되는 질병을 적극적으로 배제 진단하지 못하고 방어적·소극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고, 한의학이 훨씬 효과적인 질환에 대해서도 병의원을 다녀와야만 하는 시간적·경제적인 부담을 환자들에게 전가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 환자의 피해는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본다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