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동하고 있는 복지부… 제도 미비 대한 책임의식 결여
복지부 권덕철 실장 발언에 극단으로 치닫는 의료기기 문제
1월20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단식을 시작한지 하루만인 21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권덕철 실장의 “헌법재판소는 ‘초음파는 한의사 면허범위 밖이다’, 대법원은 ‘엑스레이는 한의사의 면허범위 밖이다’라고 판결했기 때문에 만약 (초음파와 엑스레이를) 허용하려면 범률개정이 필요하지 유권해석으로는 안된다”고 한 발언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극단으로 치닫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권 실장의 발언 이후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즉각 성명을 통해 권 실장의 진심어린 사죄와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며 권 실장의 발언에 대한 복지부의 공식적인 입장과 관련 공개질의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복지부와 권 실장의 어떠한 대응도 없자 급기야 김필건 회장은 1월28일 무기한 단식에 돌입, 2월5일 현재 9일간 단식을 이어오고 있다.
단식에 앞서 김 회장은 “X-ray와 초음파에 대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의 발언 이후 바로 장관 면담을 요청하고 공개질의서도 보냈으나 복지부로부터 아직까지 어떠한 답변도 없는 상황에서 한의사협회장이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굉장히 외람되고 죄송한 일이지만 이같은 극단적인 행동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며 “한의협은 이 문제가 국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거나 이익집단의 집단행동으로 비춰지지 않게 하기 위해 그동안 무던히 자제하고 노력해 왔지만 물거품이 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2월1일 열린 한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도 김 회장은 “최근 한의사의 초음파, 엑스레이 사용은 법률개정이 필요하다는 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 발언의 진위를 알아보고자 법무법인 5곳으로부터 해석을 의뢰한 결과 5곳 모두 의료법 개정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국민을 대상으로 그것도 복지부 1급 공무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의협에 따르면 국내 대형 로펌 5곳에 의뢰한 결과 5곳 모두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과 관련하여 의료법 등 법률개정은 불필요하며 보건복지부령으로 되어 있는 관련 규칙의 조항만 개정하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의사가 엑스레이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은 의료법이 아닌 보건복지부령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의 제10조 진단용 방사선의 안전관리책임자 중 별표6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자격기준에 ‘한의원’과 ‘한의사’가 빠져있는데 이것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의협은 동 규칙 안전관리책임자에 영상의학과 전문의, 의사 또는 치과의사와 함께 이공계 석사학위 소지자, 방사선사 등도 포함되어 있는데 복지부는 그동안 왜 의료인인 한의사가 안전관리책임자에서 빠져있었는지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정책방향에 대해 국민과 소통함으로서 공감을 이끌어내야 할 복지부가 힘의 논리를 앞세운 특정 직능에 의해 원칙을 잃고 보이지 않는 관행과 자의적 판단을 근거로 움직인다면 정부의 핵심과제인 규제기요틴은 어떠한 성과도 이뤄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규제연구 제22권 제2호 12월호에 실린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이용규제에 관한 비판적 고찰-법원판례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은 복지부에 시사하는 바 크다.
이 논문에서는 “한의사에게 의료기기의 사용을 허락할 수 없는 이유로 제시되는 사항들은 내가 그곳에 올라갈 때는 사다리를 이용하고 그 이후에는 경쟁자가 올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전략과 흡사하다”고 비유하고 있다.
또한 “제도적 혼란이 부분적으로는 복지부가 외형적으로는 기기의 개발이 어느 쪽에서 이루어졌는지는 이용을 제한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의제 01254-25754, 01254-23088)는 유권해석을 내어놓으면서도 이를 법령에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복지부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행정편의적 접근으로 논란을 덮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제도 미비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을 갖고 국민의 입장에서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