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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1일 (금)

사공영호

사공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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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용도, 결국 사용자에 의해 결정된다”

CT·MRI 개발자도 물리학자 및 화학자… 현대의료기기 서양의학의 해부학적 지식에 근거하지 않아

“기기 자체로 학문과 의료행위 분류하면 안돼…자료의 생산도구로 바라봐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분명 공정하지 못한 이유로 제한되고 있다. 기기는 어디까지나 기기일 뿐이다. 그것이 무엇이 될 것인지는 절대 기계가 스스로가 요구하지 않는다. 사용자가 정한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사용자의 능력과 지식에 의하여 기계의 용도와 가치는 결정된다. 아무리 첨단의 기기가 제공하는 정밀한 의료정보라도, 이를 이용할 능력이 없다면 기기는 무용지물이다. 뿐만 아니라, 설사 동일한 정보라도 해석이 달라지면 그 정보는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다.



자료를 제공하는 기기는 자신이 의료기기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의사가 의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의료기기가 되었을 뿐이다. 한의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사용하면 한의학의 일부가 된다.



이처럼 기기들의 용도가 사용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기기 자체가 근거하고 있는 기술이 특정학문에 근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의료기기들은 서양의학의 해부학적인 지식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만일 이런 의학지식이 이 기기의 발명에 필수적이라면 의사가 아니면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엑스선을 발견한 뢴트겐은 물리학자다. 그는 엑스선의 투과성을 실험하기 위하여 아내의 손을 사진으로 찍었다. 전산화단층촬영(CT)을 발명한 Hounsfield와 Ambrose는 영국의 물리학자들이며, MRI 개발로 의학노벨상을 받은 Lauterbur와 Mansfield는 화학자와 물리학자다. 이들은 물질에 관한 기초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하여 영상의료기기들을 만들었다. 의사나 한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이 기기들에 관한 지식이 아니라, 이 기기들이 생산하는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지식이다. 기기가 학문을 분류하거나 또는 의료행위를 분류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한의사가 안압측정기, 청력검사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최근판결은 이런 점에서 당연한 것이다. 동일한 기기를 이용하더라도 한의사는 한의학적인 지식에 근거하여 한의학적으로 질환을 진단하고 처방하고 있다는 점을 헌법재판소는 분명히 하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의사와 한의사는 안압상승에 대해 동일한 기기를 이용하여 동일한 정보를 접한다. 그런데 한의사는 안과의사와 같이 안압하강제 등을 투여하여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간과 폐를 보하는 방식으로 처방한다. 한의사는 한의학적으로 해석하고 처방하고 있다. 각 종 암에 대해 현대의 한의사는 의사와 동일한 영상정보를 이용한다. 하지만 한의사는 질환의 원인에 대해 한의학을 배경으로 해석하고 진단하여 처방한다. 이런 처방이 죽을 사람을 살려내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기기는 기기일 뿐이다. 어떤 기기가 될 것인지는 의사와 그가 가진 학문에 의하여 결정된다. 한의사가 한의학적인 지식을 배경으로 이용하여 한의학적인 처방을 내리기 위해 이용한다면 그 기기는 한의학 기기다.



이런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판결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근거들은 여전히 공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요지에 따르면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면허된 의료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그 행위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전문지식이 양·한방 중 어디에 기초하고 있는지, 해당 의료행위에 관련된 규정, 그에 대한 한의사의 교육 및 숙련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이런 판단은 언뜻 보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은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태양 및 목적 그리고 학문적 기초가 되는 전문지식”에서 차이가 있다면, 이런 차이에 의하여 기기의 이용에도 차별을 가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러나 학문의 차이는 기기의 이용을 차별할 수 있는 근거는 결코 되지 못한다. 전문지식이 다르고 의료행위의 태양과 목적이 다르면, 이를 위해 사용하는 기기는 이미 다른 목적을 위한 다른 기기다. 이를 근거로 누군가는 허용하고 누군가는 금지하는 것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 이용할 가치가 없다면 스스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전통한의학서에 해당 기기와 관련된 질환에 관한 한의학적인 진단과 처방이 있기 때문에 해당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앞뒤가 바뀐 것이다. 현대 기기는 의학적인 지식에 기초하여 이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의학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즉, 전통한의학서에는 해당 기기를 이용하여 진단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서술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해당 지식이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지식을 얻고 축적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뺏을 수는 없다.



해당 의료행위와 관련된 법규도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의료기기와 관련된 법령의 규정들은 주로 의사들의 의료행위를 규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의사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으니 한의사는 빠져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이런 법규를 참고하여 판결을 내리면 한의사들은 빠져있으니 한의사에게는 권한이 없다고 판단해왔다. 공정하지 못하다. 본래부터 한의사를 고려하지 않았던 법규를 근거로 한의사의 의료행위를 규제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 및 숙련의 정도도 공정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런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어떤 신기술도 도입할 수 없다. 기기를 사용해 보지도 않고 기기의 가치를 알 수는 없다. 사용해 봐야 기기도 알 수 있고, 기기가 제공하는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 사전적인 교육의 필요성도 알 수 있다. 또 꼭 필요하다면 학교에서 배우지 않고 현장에서 배울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최근 판결은 분명 과거와는 달라진 태도라고 생각된다. 규제개혁위원회와 보건복지부 역시 과거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료행위에서 기기 제공하는 자료와 해석의 관계에 대한 오해가 깨끗이 해소되지는 않고 있다. 의료이원체계 역시 기기가 이를 구별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지식체계를 구성하는 것은 현상에 대한 해석의 방법이지, 필요한 자료를 얻기 위해 동원하는 기기가 아니다. 한의학을 하나의 의료 및 학문체계로 법적으로 인정한다면, 이를 위한 자료의 생산도구에 불과한 기기의 이용은 이미 법에 의하여 인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온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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