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의 침·뜸 시술은 불법이라는 그간의 법원 판결에도 불구, 김남수 한국정통침구학회장이 제주에 침뜸교육원을 열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남수 회장은 “자연치유와 장수의 조건을 갖춘 제주도를 침구의학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한중 FTA 체결에 따라 침·뜸을 포함한 한의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중국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현실에서 한의사와 침구인들의 협력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구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제주침뜸교육원’이 설립되는 것을 계기로 2014년 전남 장성에 조성한 ‘무극보양뜸센터’와 유사한 ‘제2의 구당촌’을 향후 제주도에도 조성해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개방해 세계적인 ‘자연치유센터’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원, “무자격자의 침·뜸은 ‘불법’”… 일관된 판결
그러나 김남수 회장이 추진하는 침뜸교육원은 현 의료법 체계에서 엄연히 불법이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김남수 회장의 ‘침·뜸 교육을 할 수 있는 평생교육시설 신고의 건’에 대한 항소를 기각해 1,2심이 일관된 판결을 내려 무자격자에 의한 침술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재판부는 “침·뜸 시술은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평생교육시설의 교습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다”며 “현행법상 면허나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 의한 의료행위로서 대학 정규교육을 통해 배워야 할 내용”이라는 기존의 판결을 재언급하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료행위에 관해서는 국가가 사후적인 단속으로 이에 대처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어 사전에 예방하는 측면이 더욱 강조된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김남수 회장의 시설에서 강의하는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초급과정에서는 침·뜸의학개론과 경락경혈학을 포함한 침·뜸기초이론, 해부학, 무극보양뜸 과목을, 중급과정에서는 침뜸의학 각론과 경혈학 실기과목을, 고급과정에서는 침뜸진단학과 침뜸처방에 필요한 과목 및 임상과목까지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해당 분야의 전문 의료인인 ‘한의사’만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소속 강사들에 의해 이러한 교육과정이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고, 강의 과정에서 실습이 포함돼 있어 강사의 실습행위 자체가 의료법 위반이 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교육시설이 침·뜸 실습에 따라 사용한 침의 처리, 소독 등 위생 관련 규정도 적용되지 않아 적절한 시설을 갖추었다고 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강의실만 갖춘다고 해서 적정한 시설이라고 볼 수 없는 탓이다.
국회 뜸 봉사실도 불법으로 폐쇄돼
뿐만 아니라 국회 내에서 봉사실이라는 이름으로 무면허 불법의료를 행해왔던 ‘뜸사랑’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불법이라고 판단해 폐쇄됐다. 국회 사무처는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현행법에 위반되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침·뜸 진료실의 운영을 중단하게 됐다”며 “해당 치료는 한의진료실을 이용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의협 관계자는 “1,2심 법원이 무자격자의 침뜸 시술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재차 했는데도 국제적 관광지인 제주에 불법 구당촌을 형성하겠다는 것은 무법천지를 조성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한중 FTA 운운하며 행하는 불법 시술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