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선생님이 침도 놔주고 한약도 주니 이보다 좋은게 어딨어. 쑤시고 결리던게 많이 없어졌지. 다음에는 언제 오나 늘 기다려져.”
전과 다름없이 한의사들이 경로당으로 직접 찾아와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침, 뜸, 부항은 물론 한약까지 다양한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주자 어르신들은 표정부터 밝아진다.
광주광역시(시장 윤장현)가 2013년부터 추진해온 ‘경로당 전담주치의제’는 다음 방문일이 언제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기다릴 만큼 어르신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어르신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광주광역시가 ‘경로당 전담주치의제’ 사업에 대한 지원금을 전액 삭감,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 올해부터 광주광역시한의사회(회장 안수기·이하 광주시한의사회)가 100% 자비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한의사회가 자비를 들여가면서까지 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외면해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광주광역시는 2014 올해를 빛낸 10대 시책, 성과부문 베스트 5에 선정됐을 만큼 큰 호응을 받던 ‘경로당 전담주치의제’ 사업에 왜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일까?
먼저 ‘경로당 전담주치의제’ 사업은 광주광역시 한의사회, 의사회, 치과의사회 소속 의료기관과 경로당이 1대1로 자매결연을 맺고 연 12회 기준으로 방문해 의료상담과 진료, 지정의료기관으로 내원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역공공의료서비스 모델로 추진됐다.
경로당 전담주치의 의료기관에는 전담주치의제 기관임을 표시하는 표지판을 부착할 수 있도록 하고 전담주치의가 지정된 경로당 역시 전담주치의 의료기관을 표시하도록 했다.
광주시는 이 사업을 총괄 및 지원하고 자치구 보건소는 의료법상 저촉이 되지 않도록 행정적 지원과 의료기관 및 경로당 사이에서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2013년에는 410개, 2014년 268개, 2015년 465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계속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으로 광주시는 지난해의 경우 이 사업에 8300만원을 지원했다.
‘14년 기준으로 총 389개 의료기관이 참여했으며 이중 한의사회가 191곳, 치과의사회 103곳, 의사회 95곳으로 의료기관 중 한의의료기관이 48.6%를 차지할 만큼 한의의료서비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한의약이 노인성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경로당을 직접 방문해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에 맞춰 바로 제공할 수 있는 치료 적 측면에서 양의사나 치과의사는 기초적인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반면 한의사는 침, 뜸, 부항은 물론 한약까지, 제공할 수 있는 치료의 다양성이나 수준에서 단연 앞설 수 밖에 없어 한의의료서비스를 선호해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광주시한의사회에 따르면 ‘14년 기준으로 183개 한의의료기관이 345개 경로당을 대상으로 무려 19,265명을 진료했으며 이중 3,498명에게는 첩약을 처방하고 377개의 돌뜸기도 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로당 주치의제’가 인기를 끌면서 타 지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해 경기도 부천(경로당 주치의제), 충청도 영동·천안·논산·청양·서천·아산v홍성·예천(우리마을 건강지킴이), 목포·순천·진도·해남, 대구광역시, 전주시 등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처럼 호평을 받으며 순항중이던 사업에 돌연 지원금이 전액 삭감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전임 시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사업에 현 윤장현 시장이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원래 이 사업이 달갑지 않았던 의사협회의 입장을 의사 출신인 윤 시장이 수용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다행히 광주시의 5개 구 중 서구는 구청장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갖고 구 차원에서 계속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한의사회 관계자는 “이유야 어떻든 지원이 없어졌다고 어르신들과의 약속을 바로 저버릴 수 없어 회원들이 자비로 이 사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고령화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온 지역공공의료서비스 모델인 ‘경로당 주치의제’가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