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김승희)가 백수오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향후 건강기능식품 안전관리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의 불안이 해소되기는커녕 논란만 더 커지고 있다.
이날 식약처는 300개사 721개 백수오 제품 중 최근 2년간 생산실적이 없거나 재고가 없는 514개 제품을 제외한 128개사 207개 제품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백수오 제품 중 28.7%만 검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미 전수조사라는 말이 무색해 졌다.
식약처에 따르면 검사를 실시한 제품 중 단 4.8%인 10개 제품만이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19.3%에 해당하는 40개 제품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그런데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10개 제품과 이엽우피소가 검출된 40개 제품을 제외한 157개 제품(75.8%)은 가열 및 압력 등 제조단계를 거치면서 DNA가 파괴되어 이엽우피소의 혼입여부 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은 10개 제품과 혼입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157개 제품에 대한 계통조사를 실시했는데 원료 수거는 고작 40건(23.9%)만 가능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인 22건(55%)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이를 종합해 보면 최근 2년 이내에 생산되어 시중에 유통된 백수오 제품 중 단 5%만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고 19.3%에서는 이엽우피소가 검출됐지만 나머지 75.8%는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백수오 제품 섭취로 인한 인체 위해성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독성시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독성시험 결과가 나오기 까지 2년이 걸린다고 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백수오 제품 10개중 7개는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인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고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위해한지를 알아보는 독성시험 결과는 2년 후에나 나온다고 하니 소비자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혼란스럽기는 홈쇼핑업체도 마찬가지다.
구매 고객에 대한 보상 방침을 결정함에 있어 판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는지와 이엽우피소의 독성 여부가 제품의 하자를 입증 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인데 식약처가 애매한 발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향후 건강기능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기능성 원료에 대한 안전성?기능성 재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선방안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논란만 커지고 있다.
가짜 백수오 사태의 중심에 있는 내츄럴엔도텍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의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위해 단 한편의 논문을 식약처에 제출하고 '생리활성화기능 2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이 논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표 저자 1명을 제외하고는 내츄럴엔도텍 대표 등 직원 3명이 공동 저자로 되어 있어 객관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기능성을 증명하기 위한 근거라 보기에도 어려운 수준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처럼 기능성 인정 기준 자체를 낮게 관리한다면 재평가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것이 가능했던 것은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규제 완화 기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식약처는 국무조정실 규제개선 대표사례집에 실린 ‘건강기능식품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제목의 대표사례에서 기능성 인정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 부재로 기능성이 인정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적 기능 이외에는 모두 기능성으로 인정되도록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3월부터 건기식을 슈퍼마켓이나 자동판매기를 통해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식약처의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가 건기식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해 왔던 식약처의 정책 방향과 허술한 시스템에 기인한 예견된 사고라는 점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국가의 식품, 의약품 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로서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식약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친산업 정책에 앞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 생각하는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