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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0일 (화)

“족구에 뭔가 있는데…그게 뭔지 알고 싶어 책 썼죠”

“족구에 뭔가 있는데…그게 뭔지 알고 싶어 책 썼죠”

오수완 경희수한의원장…등단 10년차에 신간 ‘족구의 풍경’ 간행
순수하게 지키려 하는 각자 다른 표상 소설에 담아
질병의 근본 원인인 삶의 문제 찾아 해결하는 진료 추구

오수완2.jpg
오수완 경희수한의원장

 

 

“글 쓰는 소재를 선택하는 데 분명한 계기는 없어요. 다만 작중 화자의 입을 빌어 말하자면 ‘족구에 뭔가 있는데 그게 뭔지 알고 싶어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소설 ‘족구의 풍경(위즈덤하우스)’을 펴낸 오수완 경희수한의원장은 족구를 소재로 택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서 작품 속 족구는 우리들 자신이 순수하게 지키려고 하는 각자의 다른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편지를 받고 황량한 족구장에 모여든 소설 속 등장인물은 ‘한 물 지나간’ 왕년의 선수들이지만 투지만큼은 남다르다. 이들은 범죄자, 변신 로봇, 소림 족구팀 등 환상 속 강자들과 목숨을 걸고 족구를 한다. 

오수완1.jpg

“이 소설은 마이너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환상 속에서 족구는 세계를 지배하지만 현실에서는 마이너한 스포츠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족구의 순수를 해치는 여러가지 것들에 침식당하고 있어요. 화자는 족구의 순수를 지키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족구는 우리가 순수하게 지키려 하는 각자 다른 뭔가의 표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6년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의료원 소화기내과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친 그는 서울 중랑구에서 10년 째 한의원을 운영 중이다. 10년 전인 2010년은 오 원장이 소설 ‘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로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해이기도 하다. 

올 초에는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나무옆의자)’라는 책으로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도서관이 문을 닫을 시점에 주인공인 사서가 도서관의 열정적이고 기이한 기증자의 희귀 컬렉션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이 당선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제까지 읽었던 한국 소설과 다른데다가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들과도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이상한 소설을 흔쾌히 선정해준 심사위원들의 용기와 결단에는 지금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수상으로 이제껏 소설의 가능성에 대해, 또 한국 문학계의 유연성에 대해 쓸데없는 의심과 걱정을 품고 살아왔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는 두려움 없이 내가 쓰고픈 글을 쓰고 가고픈 길로 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은 그의 소설을 두고 “이토록 지적이고 감성적인 작품을 올해 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선택하는 데에는 오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면서 “16회째를 맞은 세계문학상이 한국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새로운 가능성을 한껏 부풀린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현재 글쓰기의 ‘휴지기’에서 조금씩 빠져나오고 있다. 글쓰기로 기울어진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책을 전혀 읽지 않았지만, 최근 다시 읽기 시작했고 운동도 조금씩 하고 있다. 출근해서는 진료에 집중하고 소설은 퇴근한 후에만 쓴다. 

“출판사와 메일을 주고받는 등의 업무는 일과시간 중에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지만 진료할 때와 글 쓸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야 해서 한의사의 일과 작가의 일은 시간도, 공간도 분리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축구에 관한 소설을 쓰고 있었다는 그는 여러 번 다시 썼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여름쯤부터 다시 써볼 계획이다. 10년차 등단 작가이지만 앞으로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글쓰기와 진료를 삶의 주된 축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한의원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위주로 보는 그는 삶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방향으로 치료 방향을 전환해가고 있다.

 

끝으로 그는 자신의 걸음이 어딘가에서 글쓰기를 꿈꾸고 있을 동료 한의사들이 갈 길에 바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사라는 직업이 삶을 글쓰기를 향해 인도하기라도 하듯, 문학의 역사에는 아르투어 슈니츨러,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아서 코난 도일, 루쉰 등 의사 출신의 빼어난 작가들의 이름이 곧잘 등장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오래전 천리안 문학동호회를 소개해 준 동기 이지연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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